엘리시움

별표 원고지 2013. 9. 2. 00:06

 

 

 

 

 

 

 

 

극장을 나서며 아름다운 SF라는 생각을 했다. 엘리시움에서 바라보는 파란 반(半)지구, 엔딩 크레딧을 장식하는 별 무리가 아니더라도 이 영화는 충분히 아름답다. Matt Damon은 자신이 쌓아 가는 성채에 큰 돌 하나를 더 올려놓았고, 감독 Neill Blomkamp는 이 영화를 통해 자신의 색채를 대중의 뇌리에 4K 해상도로 주사시켰다. 

방향감 상실한 언론의 권한대행자가 되기에는 영화가 가진 몇 가지 한계가 작지 않지만, 엘리시움은 큼직한 궁서체 외침을 또박또박 써내려 간다. 감독이 나서서 해석의 방향을 한정하여 준 '설국열차'와 달리, 닐 블롬캠프는 '의료'라는 절대적 생존 조건을 통해 보편적 공감을 확산시키고자 하였고 뜻한 바를 이루었다. 

SF에 인간미를 담아내는 어려운 작업에 투입된 인조인간들의 열연에도 눈길이 갔다. 아날로그적 감성으로 장식된 22세기 무기들과 탈 것 사이사이에 등장하는 드로이드들은 미래 영화답게 기술적 완성 단계에 도달한 위협적 성능을 보여 준다. 하지만 입력된 명령에 따라 작동할 뿐 배신과 협잡을 모르는 그들의 모습은 아시모프의 3원칙 제1조가 다름 아닌 인류가 망각한 태초의 서약을 은유한다고 믿게 만든다.

이 영화가 청소년 관람 불가라는 사실은 영화표를 보고 나서야 알았다. TV 사극보다도 못한 검투 장면 때문은 아닐 것이니 그 까닭이 왠지 군색할 듯하다.

 

 

 

 

 

'별표 원고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TIDE Institute  (0) 2013.09.25
필름여행 운영 중단  (0) 2013.09.13
2013 불을 끄고 별을 보다  (0) 2013.08.29
Monopoly Night Sky Solar System Edition  (0) 2013.08.29
원 스타  (2) 2013.07.18
Posted by TOTM
,

CLOUD

Homo Faber/보조 장비 2013. 8. 29. 16:55

 

 

2013년 여름, 오랜만에 비 멎은 오후

 

 

 

 

지난 6월, LIGHTROOM 5가 출시되었다. 업그레이드 버젼을 사려다 무척 착한 가격으로 장터에 나온 시리얼을 구입하였다. 회자되는 몇몇 기능들보다는 5.2 RC가 보여 준 노이즈 제거 기능에 대한 기대가 더 크다. 

필자는 업그레이드를 디지털 세상이 강요하는 과업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하고 싶고, 해야 하는 일이지만 요구하는 대가가 있으므로 피곤한 일이기도 하다. 프로덕션 프리미엄 CS6을 구매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CC 버젼이 나왔다는 사실도 그리 반가운 소식은 아니었지만, 어도비사의 소프트웨어 사용 방식에 일대 변화가 진행중이라는 점은 더더욱 적응이 안 된다. 소유하지 않는 삶이 아직은 어색한 중생들에게 IT 생필품들의 자신감 넘치는 발걸음은 엄마 아닌 낯선 이의 어부바 소리처럼 느껴진다.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에서 자신의 주문을 끝으로 상품이 품절되는 짜릿한(?) 경험을 다들 해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영구 라이센스를 부여받는 방식으로는 마지막 버젼이 된 CS6의 경우처럼 재미 없는 품절도 있다. 

둥실둥실 떠가는 흰 구름이 클라우드라는 단어를 떠오르게 하였다. 시대의 유행이 아닌 삶의 방식으로 자리 잡은 클라우드... 마음 속 어딘가로 데려다 주던 하얀 구름들을 보며 파일과 문서와 작업을 떠올려야 하는 세상이 되었다.

 

 

 

 

 

'Homo Faber > 보조 장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진과 3D 프린터  (0) 2014.04.29
eTrex 10  (0) 2013.09.04
Pizza & Spyder4 Pro  (0) 2013.03.23
별 덧버선  (0) 2013.03.17
Film의 역설  (0) 2013.03.09
Posted by TOTM
,

올해도 어김없이 '불을 끄고 별을 보다' 행사가 열렸다. 어느새 열 번째라고 하니 모범적이면서도 성공적인 캠페인으로 자리 잡았다고 하겠다.  

눈앞의 이익과 거리가 먼 무언가를 소중히 여기기엔 할 일 많고 갈 길 바쁜 세상이다. 하지만, 가까이만 보며 살다가는 숨도 못 고르고 내쫓기는 것이 인생길이라는 것 또한 모르는 이 없다. 별을 보며 그 너머를 생각케 해 주는 이 좋은 하루가 쌓여, 맨눈으로 볼 수 있는 별들의 수효를 십 년, 이십 년, 삼십 년, 백 년 전으로 돌려놓아 주기를 바란다.   

   

 

 

 

 

 

 

 

 

 

 

 

 

 

 

 

 

 

 

'별표 원고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필름여행 운영 중단  (0) 2013.09.13
엘리시움  (0) 2013.09.02
Monopoly Night Sky Solar System Edition  (0) 2013.08.29
원 스타  (2) 2013.07.18
ET 만날 준비를 갖추다  (0) 2013.06.08
Posted by TOT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