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을 나서며 아름다운 SF라는 생각을 했다. 엘리시움에서 바라보는 파란 반(半)지구, 엔딩 크레딧을 장식하는 별 무리가 아니더라도 이 영화는 충분히 아름답다. Matt Damon은 자신이 쌓아 가는 성채에 큰 돌 하나를 더 올려놓았고, 감독 Neill Blomkamp는 이 영화를 통해 자신의 색채를 대중의 뇌리에 4K 해상도로 주사시켰다.
방향감 상실한 언론의 권한대행자가 되기에는 영화가 가진 몇 가지 한계가 작지 않지만, 엘리시움은 큼직한 궁서체 외침을 또박또박 써내려 간다. 감독이 나서서 해석의 방향을 한정하여 준 '설국열차'와 달리, 닐 블롬캠프는 '의료'라는 절대적 생존 조건을 통해 보편적 공감을 확산시키고자 하였고 뜻한 바를 이루었다.
SF에 인간미를 담아내는 어려운 작업에 투입된 인조인간들의 열연에도 눈길이 갔다. 아날로그적 감성으로 장식된 22세기 무기들과 탈 것 사이사이에 등장하는 드로이드들은 미래 영화답게 기술적 완성 단계에 도달한 위협적 성능을 보여 준다. 하지만 입력된 명령에 따라 작동할 뿐 배신과 협잡을 모르는 그들의 모습은 아시모프의 3원칙 제1조가 다름 아닌 인류가 망각한 태초의 서약을 은유한다고 믿게 만든다.
이 영화가 청소년 관람 불가라는 사실은 영화표를 보고 나서야 알았다. TV 사극보다도 못한 검투 장면 때문은 아닐 것이니 그 까닭이 왠지 군색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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