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길을 걷다 마주친 초승달 모양의 모래톱이다. 보가 바꿔 놓은 물길로 인해 생겨났으나 비가 오면 쓸려 갈 신세의 초승달을 보니 Amaluna가 떠올랐다. 그곳은 달의 변화에 큰 영향을 받는 신비의 섬으로서 '태양의 서커스'의 작품명이자 이야기의 배경이다.
필자는 서커스를 세 번 보았다. 초등학생 때 동네 시장 옆에 천막을 쳤던 동춘 서커스, 올해 초 마카오에서 보았던 The house of dancing water, 지난 달 에버랜드에서 본 Madagascar Live, It's circus time이 그것이다. 셋은 성격도 규모도 달라 비교할 사이는 아니지만, 가장 심금을 두드렸던 건 동춘 서커스로 기억한다. 무대, 출연 동물, 공연자... 어느 것 하나 가벼이 볼 수 없었던 까닭은 그 안에, 그들의 눈빛과 몸짓에 스며 있던 애틋함 탓이다.
삶을 위한 몸부림이 흥(興)을 초월하던 작은 천막은 저 사진 속에도 있다. 사람의 눈에도 그리 기대되는 바 없는 콘크리트 보와 인조 어도에 빼앗긴 생명의 길 어딘가에서, 어쩌면 저 초승달 곁에서 물고기들은 살기 위해 아가미를 발룽거리리라. 관객 없는 처연한 버둥질은 외면하면서 파랑새를 쫓는 우리는 치르치르와 미치르보다 어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