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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정은 목적지로 향하는 과정이지만, 그 자체로 보상이다.

 

 

 

스티브 잡스가 남긴 말이다. '어디로 간다'는 행위는 공간의 변화를 불러온다. 다양한 목적과 갖가지 양상의 공간 이동 속에서 주인공은 주체로서 보게 되고, 객체로서 보여지게 된다. 후자에는 객관화의 의미가 포함되기에 여행은 견문의 확장을 넘어 자기 성찰의 시간이 되는 것이다.

카메라를 드는 행위는 여행과 닮은 점이 많다. 피사체와의 대면을 위해 다가가고, 구성하며, 감상한다. 따라서 출사와 여행을 구분 짓는 것은 딱히 당위를 찾기가 쉽지 않은 일이다.

필름과 여행... 참 잘 어울리는 관계라고 하겠다. 그 둘의 사이를 이어 주기 위해 시간을 쌓아 왔던 가게 하나가 사라졌다. '필름여행'이 그곳이다. 규모가 크지는 않았으나 판매되는 필름만큼은 상호에 걸맞는 구성을 갖추었었다. 하지만, 필름이 없어도 사진을 찍고 출사를 하는데 아무런 제약이 없어진 세상에서, 메이저 제조사조차 문을 닫는 형편 속에서 필름 소매점이 마주해 온 시장은 어때했을 지 위 갈무리 화면이 말해 주고 있다.

지금 부엌 냉동실 맨 위 칸에는 120 슬라이드 필름들이 이중 밀폐용기에 보관되어 있다. 각별히 여기는 PROVIA 100F과 VELVIA 100의 일부는 필름여행에서 구입한 녀석들이다. 무언가 바닥나면 가던 곳 가서 사는 게 대개의 일상인데, -20℃ 안에서 소장품 아닌 소장품이 되어 있는 FUJI와 KODAK들은 언제쯤 다 쓰고, 어디서 다시 사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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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O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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