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사진들은 강원도 영월 별마로천문대의 주관측돔 위로 펼쳐진 밤하늘[각주:1]이다. 첫 번째 사진에는 플레이아데스[각주:2], 히야데스 성단[각주:3]과 네 가지 별자리[각주:4]를 담았으며, 두 번째에는 뜻밖에 화려한 야경을 가진 영월 시가지와 어둠 속에 숨어버린 동강 위를 흐르는 목성을 촬영하였다.
당시 목표로 했던 시간은 600초, 즉 10분이었고 이를 넘기지 않았다. 별마로천문대가 있는 해발 800m의 봉래산 정상에 삼각대를 설치하고, 렌즈를 마운트하고, 구도를 잡고, 동천과 남천을 촬영하고, 다시 장비들을 접어 차에 오를 때까지 스스로를 재촉하여야 했던 까닭은 필자가 출장길에 있었기 때문이다. 숙소인 정선의 메이힐스 리조트로 이동하는 중 잠시 겨를을 내었던 것이기에 주차장에는 함께 간 사람들이 시동을 건 채 기다리고 있었다. 델리스파이스의 '항상 엔진을 켜둘게'처럼.
하지만, 혼자만 바쁜 건 아니었다. 얼마 후에 반달이 떠올랐고, 다음 날 오전에는 하얀 첫눈이 차갑게 내렸다. 이 세상도 보여주고 싶은 것이 많다는 듯이... 별 가까이 갈 수 있어서 행복하였던 600초를 사진으로 남긴다.

 

 


 

 


5D Mark Ⅱ, EF 24mm f1.4L Ⅱ USM
2010년 11월, 강원도 영월의 동쪽 하늘



 

 


황소의 뿔 하나가 돔에 가려졌다.

 


 

 


5D Mark Ⅱ, EF 24mm f1.4L Ⅱ USM
2010년 11월, 강원도 영월의 남쪽 하늘




 

 

 

별이 되고 싶었던 목성 아래에 남쪽 물고기와 물병 자리가 넓게 자리하고 있으나 희미하다.
모든 걸 가질 수는 없는 법...

 

 

 
 
  1. 2010년 11월 26일 20시 무렵 [본문으로]
  2. M45, Pleiades cluster [본문으로]
  3. Mel.25, Hyades cluster [본문으로]
  4. Pleiades와 Hyades는 황소자리 별자리의 일부이다. [본문으로]

'Starry Night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별과 안개에 덮힌 춘천  (0) 2011.09.25
삼각형과 육각형  (0) 2011.09.25
카시오페이아를 잡다  (0) 2011.09.25
별은 색으로 이야기한다  (2) 2010.10.10
별을 향해 오르다  (4) 2010.02.18
Posted by 삼각대
,

 
5D Mark Ⅱ, PENTAX SMC 67 500mm f5.6, 67-F 컨버터 + F-EF 컨버터, 2010년 11월



중국이 두 번째 달 탐사 위성의 발사에 성공한 것은 2010년 10월 1일의 일로서, 창어(嫦娥) 1호에 이어 중국 우주 기술의 위치와 지향점을 여실히 보여준 웅비라 할 수 있다. 더욱이 2호는 2013년에 발사될 3호를 위하여 착륙 지점을 탐색하는 의미심장한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으니 우리와 그들 사이의 좁지 않은 격차를 실감할 수 있다.
창어 2호는 내년 2월까지 5개월 동안 달 궤도를 선회하면서 여러 가지 과학적 임무를 맡게 되는데, 지구로 전송한 영상 등의 자료는 중국과학원 홈페이지(http://moon.bao.ac.cn/)를 통해 공개되고 있으며 로그인 없이 다운로드가 가능하다.
필자가 촬영한 위 월면 사진에는 검고 넓은 바다들과 수많은 크레이터가 보이는데, 이 중 우측 하단에서 거대한 방사선을 그리고 있는 크레이터가 '티코'[각주:1]이고, 이로부터 10시 방향 좌측 상단, 폭풍의 바다에 위치한 것은 코페르니쿠스 크레이터이다. 티코의 지름은 약 85km, 코페르니쿠스는 93km 정도라 하니 달의 크기를 가늠해볼 수 있으며, 지금 이 순간 탐사선이 궤도를 돌고 있다 하여도 그 작은 입체를 육안으로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본문의 제목은 '해와 달이 된 오누이'의 오라버니를 떠올리는 우리네의 정감 어린 달조차 인류 문명의 왕래로 인해 차갑게 다가오고 있음을 반어적으로 표현해본 것이다.
다음 사진은 전술한 사이트에서 인용한 사진으로서 창어 2호가 촬영한 부분들을 합성하여 전면도( )로 구성한 것이다. 지구에서 볼 수 없는 달의 뒷면에는 공교롭게도 바다가 거의 없음을 보여준다.





  1. Tycho crater, 16세기 덴마크의 천문학자 Tycho Brahe(1546-1601)의 이름을 따서 명명하였으며, 약 1억년 전 생성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본문으로]

'Starry Night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촌이발관 위로 뜨는 달  (0) 2012.05.17
입춘의 달무리  (4) 2012.02.06
삼각대와 함께 한 개기월식  (2) 2011.12.13
  (0) 2011.10.15
INSTAX 210으로 담은 보름달  (2) 2011.10.12
Posted by 삼각대
,

악조건

Starry Night/들 2010. 11. 21. 19:00

 


5D Mark Ⅱ, EF 24mm f1.4L Ⅱ USM, COKIN P830
2010년 11월, 경기도 파주

 

 

휘영청한 보름달이 오리온의 오른편을 새벽까지 지키던 밤이다. 하늘부터 땅까지 달빛으로 덮인 날에 별이 잘 보일 리 없지만, 늦가을 밤을 지키는 밝은 별들 몇을 믿어 보기로 하고 나선 참이었다. 제목과 같이 조건이 좋지 않았음에도 카메라를 펼친 까닭은, 수작(秀作)은 다작(多作)에서 나온다는 오랜 가르침이 요사이 필자의 마음을 채우고 있기 때문이었다. 
디퓨즈 필터가 대삼각형[각주:1]을 살려주는가 싶더니 어댑터로 인한 비네팅을 덤으로 주었다. 작(作)이란 어떤 것이건 쉽지가 않다. '닉 부이치치의 허그[각주:2]'에 실린 구절을 옮긴다.



우리가 안전지대에서 걸어 나오는 순간, 발전하고 성장할 가능성이 활짝 열린다.  




  1. 작은개와 큰개, 그리고 오리온자리에서 특히 밝은 별 세 개(프로키온, 시리우스, 베텔기우스)를 연결하여 '겨울철의 대삼각형'이라고 한다. [본문으로]
  2. 닉 부이치치 저, 최종훈 옮김, 사단법인 두란노서원, 2010 [본문으로]

'Starry Night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무는 별을 향해 자란다  (2) 2011.09.01
안녕, 경춘선  (0) 2011.08.01
빛 vs 빛  (0) 2010.10.10
아침을 처음 본 날  (0) 2010.02.18
겨울별  (0) 2010.02.18
Posted by 삼각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