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금요일, 월미도에 다녀 왔다. 곳곳에 펼쳐진 현수막들이 낯선 외지인에게 하소연을 하고 있었다. 새로운 랜드마크를 꿈꿨던 월미은하레일이 안전상의 중대 결함으로 철거될 처지에 놓였다는 것이다. 미쳐 치워지지 않은 대공사의 잔해들이 을씨년스러웠는데, 개통도 이뤄지지 못한 이 모노레일에 투입된 세금이 무려 853억원이라고 한다. 민간에서의 사업이었다면 필히 부도와 실직으로 이어졌을 블랙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어린 시절, 필자의 뇌리에 각인된 제패니메이션 은하철도 999가 떠오른다. 철학적인 엔딩 나레이션이 인상 깊었던 이 만화영화는 영원함과 생명을 이야기했었다. 속도와 이윤이 신봉되는 사회에서는 부질없는 호사로 치부할 가치들이다. 사과나무를 심는 스피노자가 그리운 시대에 살고 있다.
2011년 7월, 월미도, OLYMPUS μ TOUGH-8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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