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레일 853

별표 원고지 2011. 7. 15. 23:56

비 오는 금요일, 월미도에 다녀 왔다. 곳곳에 펼쳐진 현수막들이 낯선 외지인에게 하소연을 하고 있었다. 새로운 랜드마크를 꿈꿨던 월미은하레일이 안전상의 중대 결함으로 철거될 처지에 놓였다는 것이다. 미쳐 치워지지 않은 대공사의 잔해들이 을씨년스러웠는데, 개통도 이뤄지지 못한 이 모노레일에 투입된 세금이 무려 853억원이라고 한다. 민간에서의 사업이었다면 필히 부도와 실직으로 이어졌을 블랙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어린 시절, 필자의 뇌리에 각인된 제패니메이션 은하철도 999가 떠오른다. 철학적인 엔딩 나레이션이 인상 깊었던 이 만화영화는 영원함과 생명을 이야기했었다. 속도와 이윤이 신봉되는 사회에서는 부질없는 호사로 치부할 가치들이다. 사과나무를 심는 스피노자가 그리운 시대에 살고 있다. 


2011년 7월, 월미도, OLYMPUS μ TOUGH-8010




2011년 7월, 월미도, OLYMPUS μ TOUGH-8010



은하철도999 극장판 DVD 커버. 메텔이 그려진 두 장의 DVD가 들어 있다.


열차가 우주 공간을 운행한다는 역발상은 언제 생각해도 획기적이다. 관심과 상상의 영역이 무한에 가까운 제패니메이션은 문화적인 매력과 저력이 상당함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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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경사진은 물론 천체사진에서 발군의 성능을 보여주는 펜탁스 67이다. 장착되어 있는 파인더는 아이 레벨 프리즘 파인더로서, 시야율 90%의 좁은 화각과 상당한 무게로 인해 별 풍경을 촬영할 때는 사용하지 않는다.     




 

 

100%의 시야율을 가진 웨이스트 레벨 파인더를 장착하고 펼쳐 놓은 모습이다. 접이식 루페와 비슷한 구조를 가졌으며, 핫셀블라드와 마찬가지로 텅빈 내부와 볼록렌즈 1장으로 되어 있어 매우 가볍다. 필자의 별 풍경 사진은 모두 이것을 장착하고 촬영하였다.



 

 

 웨이스트 레벨 파인더의 측면이다. 와인더 왼쪽 아래를 보면 은색의 작은 부속이 보인다. 이는 67-2와 같이 다중 노출을 할 수 있게 해주는 변환 노브로서, 67이 새겨진 바디 커버를 포함하여 와인더와 관련된 내외부를 교체하는 개조 작업을 거친 결과이다.[각주:1] 필름 선택 노브의 위치에도 변화가 있다.



 

 

 렌즈가 부착되어 있는 덮개를 열어 놓은 모습으로, 스크린을 직접 보게 되어 전체적인 구도를 확인할 때 편리하다. 
 


 

 

 전술한 두 가지 파인더는 광학계의 다소와 경박의 차이가 있을 뿐 모두 유리를 통과한 빛을 보게 되므로 육안으로 보는 것에 비하면 어두울 수 밖에 없다. 파인더를 통하여서는 작은 점에 불과한 별들은 물론, 지상의 윤곽도 구분이 어려운 경우가 많으므로[각주:2] 완전한 투과율을 가진 파인더를 갈구한 끝에 자작을 하기에 이르렀다. '펜탁스 67 가변 화각 파인더'로 명명한 목재 파인더는 45mm부터 55mm, 75mm, 105mm 렌즈에 맞춰 사용할 수 있으며, 위 사진은 45mm 렌즈용 눈에 맞춘 상태이다.[각주:3] 
 4종의 렌즈를 마운트했을 때의 화각과 검정색 구도틀의 위치에 따라 보여지는 범위들을 비교하여, 서로 일치되는 위치에 눈을 만들었다. 구도틀을 각각의 눈에 정치시키면 해당 렌즈에 맞는 화각으로 피사체를 바라볼 수 있다.





 

 

55mm 렌즈용 눈에 맞춘 모습



 

75mm 렌즈용 눈에 맞춘 모습



 

 105mm 렌즈용 눈에 맞춘 모습. 구도틀은 COKIN 필터용 후드를 잘라 만든 것으로서 세로와 가로의 비율을 6:7이 되도록 맞추었다. 아이피스 쪽 파인더 말미를 눈 아래에 대고 구도틀을 통해 별 풍경을 바라보는 간단한 방법으로 사용하며, 세로 구도도 마찬가지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목재부와 후드부가 직각으로 교차하는 구조인 탓에 수납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것인데, 다음 버젼에서는 구도틀을 분리할 수 있는 개량이 이뤄져야 하겠다. 

   

 

 


 

  1. 사제품이 아니고, 펜탁스에서 공급되었던 업그레이드 키트이다. [본문으로]
  2. 위 67에는 인텐스크린을 장착하였음에도 별반 다르지 않다. [본문으로]
  3. 마운트 되어 있는 렌즈는 SMC 45mm f4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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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YMPUS E-10, 2005년 9월 7일


붉은 노을이 차오르고 있는 파란 하늘 위에 초승달과 금성과 목성이 모여 있다. 스스로는 빛을 낼 수 없는 이들처럼 혼자서는 아름다울 수 없는 것이 우리네 삶이다. 



OLYMPUS E-10, 2005년 9월 7일


어두워지자 처녀자리의 알파별 Spica가 지구조를 보여주는 달 아래에 나타났다. 위성과 행성이 항성보다 밝은 것은 삶 속에 도사리고 있는 역설들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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