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영월, OLYMPUS μ TOUGH-8010
판매하는 품목이 전형적인 유원지 상점이다. 한철 부산하게 오갈 여행자들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가게로서 영월 고씨굴 매표소 바로 옆에 있다. 계단을 따라 오른 시선이 필름과 일회용 카메라가 대표 상품으로 새겨진 창문에 머물렀다. 간혹 눈에 띄는, 아직은 낯설지 않은 모습이지만 새로이 생겨나는 일은 없을 것이기에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많은 가정에서 소장하고 있을 필름카메라가 바깥에서는 보기 어려워진 요즘이지만 이를 사용하는 사진인층은 여전히 두텁다. 일주사진과 같이 아직은 디지털이 따르지 못하는 분야도 있으며, LEICA, COSINA, FUJIFILM, LOMO, ROLLEI, LINHOF, VOIGTLANDER, SEAGULL 등 예술혼이라 할 만한 애정을 바탕으로 필름카메라를 생산하는 메이커들도 꿋꿋이 새로운 모델을 출시한다. 단종과 재생산을 오가는 명멸 속에서 판도를 재편 중인 필름 또한 신제품이 발매되며 안도감과 기대감을 선사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필자가 가지고 있는 필름들과 일회용 카메라를 스캔한 것으로서 최근까지 국내에 발매된 필름 중 일부인데, 이미 구할 수 없는 것들이 여럿 있다. 애용하는 제품은 두세 가지이지만 서로 다른 색감을 보여주기에 각각을 사용하는 즐거움이 있었으며, 개발 과정에 쏟았을 연구진들의 땀방울을 느끼며 포장을 뜯는 손맛은 디지털 세상에는 없다. 포토샵으로 그 특성을 재현할 수 있다 하여도 자연광이 만드는 단 하나의 진본과 0과 1이라는 숙명적 복제 코드를 부여받는 파일은 인간과 사이보그 만큼이나 다르게 다가온다.
매체를 불문하고 대부분의 이미지가 디지털로 출력되는 현실 아래 이리저리 구분 짓는 것은 구시대적 아집이라고 디지털 애호가 중 누군가는 열변할 것이다. 하지만, 모든 사진인은 필름과 필름카메라 앞에 겸손해야 한다. 역사 없이는 허공에 뜬 먼지에 불과한 것이 인간이므로.
광원과 목적에 따라 다른 필름을 선택한다는 것은 즐거움 그 자체이다. C-41 현상이 가능한 흑백 필름인 KODAK BW400CN은 올림픽 스폰서 로고를 달았다. 디지털 센서는 기념 모델이라는 것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1) 발매 50주년 기념 TRI-X 400
2) 적색 성운 사진에서 전설로 남은 E200
3) 기억하는가? 국민 필름 오토오토!
4) Nexia와 Advantix는 유럽에서 유행한 APS 카메라용 필름이다.
1) 일회용 카메라로는 드물게 흑백 필름을 사용하는 ROLLEI Black & White
2) '미션 임파서블 3'의 소품으로 쓰여 '미션 카메라'로 불리는 KODAK 제품
3) 대한민국의 대다수 운전자가 써보았을 Miracle
4) 추억의 110 필름. 초등학교 4학년 때 소년지 부록으로 110 카메라와 필름이 나왔었다.
렌즈를 개조하겠다고 집 안에 있던 유리 조각을 연마했던 소년이 필자이다.
마지막으로, 필름에 얽힌 커다란 아쉬움이 있다면, Kodachrome을 써보지 못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