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8월의 어느 날 아침, 신문을 펼쳐 든 필자는 포스터 한 장에 눈길을 빼앗겼다. 미완의 축구 선수를 별자리로 형상화한 그 포스터를 보고 또 보다 몇 군데 전화를 걸었다. 축구 국가대표 트레이닝 센터와 축구협회를 거쳐 U-17 월드컵 조직위원회까지 수소문한 끝에 충무로행 지하철을 탔다. 조직위 담당자께서 알려 주신 인쇄소를 찾았고, 2종의 포스터를 '뭉치'로 받았다. 학창 시절 수도 없이 그렸던 포스터가 이다지 달리 다가올 수 있다니...
필자의 달뜬 마음과 달리, 2007년 U-17 월드컵은 당시에도 큰 관심을 받지 못하였고, 지금도 그러하다. 미적지근한 응원 탓일까? 개최국 한국은 페루, 코스타리카, 토고와의 조별 리그에서 1승 2패를 기록하며 16강 진출에 실패하였다. 대한민국 축구의 지상 과제는 2002년 이전까지 줄곧 16강이었으나 한일 월드컵에서 일구어 낸 4강 신화로 말미암아 한동안 각급 국가대표 축구팀의 목표는, 아니 관중의 눈높이는 준결승행으로 상향되어 있었다. 그런 터였으니 쉽게 본 상대가 준 패배는 더 크게 다가올 수 밖에 없었고, 개최국의 부진은 회자되지 않는 옛이야기로 남았다. 1
Team Geist! '팀 정신'이란 뜻으로 2006년 독일 월드컵 공인구의 이름이다. 단체 경기에는 개인 경기와는 비할 수 없이 다양한 변수들이 작용하며, 특별히 요구되는 것들이 있다. 그 가운데 Team Geist를 빼놓을 수 없다. 수많은 도전의 역사에서 보았듯 홀로는 도달할 수 없는 곳까지 인류를 이끌어 준 위대한 동력이다. 하지만 우리말에는 영어의 'team'에 걸맞는 어휘가 없다. '팀장'이란 용어를 접할 때마다 애처롭기 그지없으며 청군, 백군도 안타깝기는 마찬가지다. 반, 조, 패, 패거리, 무리, 떼, 모둠, 편, 동아리 중에도 꼽을 만한 것이 보이지 않는다. 처음부터 없었는지, 사라졌는지는 모른다. 어찌 되었든 일정 규모의 사람들, 그이들의 목표와 정신을 하나로 묶어 주는 고유의 단어가 없는데도 한국 축구가 '조직력'으로 설명되는 것은 불가해다. 우리나라가 단체 구기 종목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바란다면, 선수들을 바라보기 전에 우리들의 언어부터 돌아보아야 한다. 별을 꿈꾸는, 별무리에 들고자 땀 흘리는 수많은 無名들에게 들려 줄 진정한 응원가는 떼창이 아니라 하나의 '낱말'이다.
- FIFA는 3년 터울로 4개의 연령별 대회를 운영한다. U-17, U-20, U-23(올림픽), 성인 월드컵이 그것이며, 17세를 시점으로 삼은 것은 유럽 축구의 클럽 시스템에 기인한다. 유럽의 클럽들은 대부분 유소년 팀을 운영하지만, 15세 이하의 선수들은 학교 소속으로 클럽은 연고권을 가질 수 없다. 16세에 클럽과의 정식 계약으로 직업 선수가 된 이들이 본선 1년 전에 실시되는 대륙별 예선을 거친 후, 17세가 된 이듬해에 U-17 월드컵에 출전함으로써 프로로 자리매김하게 되는 것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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