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호선 혜화역 내에 있는 서울메트로미술관 혜화전시관에 다녀왔다. 추적추적 비 내리는 토요일이었지만 대학로는 풋풋한 사람들로 넘쳐났다. 장마보다 긴 여름비가 이젠 익숙해질 때도 되었으니 가랑비쯤이야 우산 없이도 다닐 수 있다는 듯 많은 이들이 매표 호객꾼들 사이를 오가며 웃음을 나누고 있었다.  
네이버 까페 '별하늘지기'의 천체사진 전시회가 열린다는 소식에 개막일에 맞춰 대학로에 다녀온 것인데, 동호회의 전시답게 서로 다른 작풍의 작품들이 한 자리에 있어 볼 것, 느낄 것 많은 기회였다. 노출시간으로만 본다면 짧게는 몇 초, 길게는 몇 시간이 걸렸을 작품들이지만, 빛나는 사진 한 장이 벽에 걸리기까지 별하늘지기들이 지새운 밤은 수만 시간이 되고도 남을 것이다. 뭇사람들을 별 가까이로 안내하는 네이버 까페 별하늘지기 앞에 별빛 가득한 날들이 펼쳐지기를 기원한다.  


홍보 전단지



홍보 브로셔 속지



별하늘지기 운영자이신 안해도님과도 짧은 대화를 나누었다. 흰색 상의를 입고 있는 분으로, '디노'라는 닉네임으로는 익숙하지만 대면은 처음이었는데, 열의와 책임감이 느껴졌다. 규모를 떠나 하나의 조직을 이끈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검정 가방을 맨 동료분의 신발을 보라. 빨간 바탕에 하얀 별들이 빛나는 독특한 디자인을 하고 있다. 진정 별을 사랑한다면 저 정도는 신어줘야 하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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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8월의 어느 날 아침, 신문을 펼쳐 든 필자는 포스터 한 장에 눈길을 빼앗겼다. 미완의 축구 선수를 별자리로 형상화한 그 포스터를 보고 또 보다 몇 군데 전화를 걸었다. 축구 국가대표 트레이닝 센터와 축구협회를 거쳐 U-17 월드컵 조직위원회까지 수소문한 끝에 충무로행 지하철을 탔다. 조직위 담당자께서 알려 주신 인쇄소를 찾았고, 2종의 포스터를 '뭉치'로 받았다. 학창 시절 수도 없이 그렸던 포스터가 이다지 달리 다가올 수 있다니...   
필자의 달뜬 마음과 달리, 2007년 U-17[각주:1] 월드컵은 당시에도 큰 관심을 받지 못하였고, 지금도 그러하다. 미적지근한 응원 탓일까? 개최국 한국은 페루, 코스타리카, 토고와의 조별 리그에서 1승 2패를 기록하며 16강 진출에 실패하였다. 대한민국 축구의 지상 과제는 2002년 이전까지 줄곧 16강이었으나 한일 월드컵에서 일구어 낸 4강 신화로 말미암아 한동안 각급 국가대표 축구팀의 목표는, 아니 관중의 눈높이는 준결승행으로 상향되어 있었다. 그런 터였으니 쉽게 본 상대가 준 패배는 더 크게 다가올 수 밖에 없었고, 개최국의 부진은 회자되지 않는 옛이야기로 남았다. 
Team Geist! '팀 정신'이란 뜻으로 2006년 독일 월드컵 공인구의 이름이다. 단체 경기에는 개인 경기와는 비할 수 없이 다양한 변수들이 작용하며, 특별히 요구되는 것들이 있다. 그 가운데 Team Geist를 빼놓을 수 없다. 수많은 도전의 역사에서 보았듯 홀로는 도달할 수 없는 곳까지 인류를 이끌어 준 위대한 동력이다. 하지만 우리말에는 영어의 'team'에 걸맞는 어휘가 없다. '팀장'이란 용어를 접할 때마다 애처롭기 그지없으며 청군, 백군도 안타깝기는 마찬가지다. 반, 조, 패, 패거리, 무리, 떼, 모둠, 편, 동아리 중에도 꼽을 만한 것이 보이지 않는다. 처음부터 없었는지, 사라졌는지는 모른다. 어찌 되었든 일정 규모의 사람들, 그이들의 목표와 정신을 하나로 묶어 주는 고유의 단어가 없는데도 한국 축구가 '조직력'으로 설명되는 것은 불가해다. 우리나라가 단체 구기 종목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바란다면, 선수들을 바라보기 전에 우리들의 언어부터 돌아보아야 한다. 별을 꿈꾸는, 별무리에 들고자 땀 흘리는 수많은 無名들에게 들려 줄 진정한 응원가는 떼창이 아니라 하나의 '낱말'이다.



 

 


 

 

 


 

  1. FIFA는 3년 터울로 4개의 연령별 대회를 운영한다. U-17, U-20, U-23(올림픽), 성인 월드컵이 그것이며, 17세를 시점으로 삼은 것은 유럽 축구의 클럽 시스템에 기인한다. 유럽의 클럽들은 대부분 유소년 팀을 운영하지만, 15세 이하의 선수들은 학교 소속으로 클럽은 연고권을 가질 수 없다. 16세에 클럽과의 정식 계약으로 직업 선수가 된 이들이 본선 1년 전에 실시되는 대륙별 예선을 거친 후, 17세가 된 이듬해에 U-17 월드컵에 출전함으로써 프로로 자리매김하게 되는 것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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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이 저물어 가던 12월 20일 밤, 마지막임을 아는 듯 짙은 안개가 남춘천역을 휘감았다. 젊은 날 녹내 나는 춘천행 기차에 올라 보지 않은 청춘도 드물 것이다. 복선으로 교행하며 앞만 보고 달릴 새 전철의 완공으로 낡은 경춘선은 더 이상 운행하지 않는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세상 일에 덮여 있던 오래된 기억들이 잡힐 듯 펼쳐졌다.  
상하행을 예매했으나 돌아오는 기차를 놓쳐 다시 표를 끊었던 그날, 세상으로부터 받은 것이 참 많았던 지난 날들을 돌아보며 필자는 무엇을 주고 있고, 줄 수 있을까 자문해보았다. 


 

                                2010년 12월 20일, 남춘천역, 5D Mark Ⅱ, EF 24mm f1.4L Ⅱ USM

                                         주광색 형광등의 사무적인 불빛 속을 걷는 탑승객들



 

                            2010년 12월 20일, 남춘천역, 5D Mark Ⅱ, EF 24mm f1.4L Ⅱ USM

경춘선은 이제 없다.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진 그날의 플랫폼처럼, 함께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만 기적을 울릴
                것이다. 카메라를 손에 들고 추억을 박제하던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인상 깊었던 밤이다.  


 

                                                            

2011년 7월 30일, 경강역, 5D Mark Ⅱ, EF 24mm f1.4L Ⅱ USM


경강역은 경기도와 강원도의 첫 글자를 따서 붙인 이름이다. 경기도의 끝, 강원도의 시작으로서 가평에서 북한강 건너 첫 번째 역인 이 곳을 경춘선이 멈추고 일곱 달이 지난 2011년 7월 30일에 찾아보았다. 
모든 역에 정차하는 비둘기호가 운행되던 90년 초, 필자가 탄 비둘기호 상행 열차가 백양리역에 서지 않고 경강역까지 와버린 일이 있었다. 후진하여 백양리로 돌아가 승객을 탑승시켰는데, 복선이 아니며, switchback도 아닌 선로에서 일어났던 그 날의 작은 사건이 기억에 선하다. 
어느새 선로들이 뜯겨 나가고, 플랫폼과 역사들도 허물려 주차장으로 변해 가는 경춘선에서 옛 모습 아직 잃지 않은 백양리역, 이 곳에 내리는 별빛이 담고 싶어 먼 길 마다하지 않았으나 하늘은 밤이 되도록 흐리고야 말아 삼각대는 펼치지 못하였다.  
영화 '편지'에서의 아담한 모습이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으며, 지금도 회자되는 아름다운 대사들을 간직한 작은 역사는 다시 열릴 일 없음을 안내하듯 굵은 못질이 된 채 닫혀 있었다. 출입문을 가로지른 우악스런 빗장을 보노라니 지난 날 환유[각주:1]의 소망이 오늘의 경강역을 위한 위로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가 걸을 때, 난 너의 발을 부드럽게 받쳐 주는 흙이 될 거야.
               네가 앉을 때, 난 너의 무릎 밑에 엎드린 넓고 편평한 그루터기가 될 거야.
               네가 슬플 때, 난 너의 작은 어깨가 기댈 고목나무가 될 거야.
               네가 힘들 때, 난 두 팔 벌려 하늘을 떠받친 숲이 될 거야.
               네가 울 때, 난 별을 줍듯 너의 눈물을 담아 기쁨의 생수를 만들 거야.




마을 주차장이 된 경강역, 2011년 7월 30일.



 

사람 떠난 이 곳에도 새 주소가 붙었다. 2011년 7월 30일.




경강역으로 가는 어귀에는 복선 전철화 공사를 알리는 때늦은 건설표지가 서 있다. 2011년 7월 30일,





  1. 박신양 분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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