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득한 초등학생 시절, 필자는 로켓을 만들어 발사하곤 했다. 요즘은 물로켓이나 에어로켓과 같이 폭발이나 화재의 위험이 없는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지만, 당시엔 그렇지 않았다. 따라서, 필자가 선택한 방법은 자작이었다. 용돈이라는 천 자릿수 예산, 뉴턴의 제3법칙[각주:1]을 주워들은 기술력, 화약 좀 만져 봤다는 도전 정신을 바탕으로 제작했던 로켓은 신호총 화약을 추진제로 사용하는 고체 로켓이었다. 설계와 재료는 물론이고 제작, 발사, 회수까지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해냈다는 자부심은 지금껏 유효하다. 구조가 단순하고, 왕개미나 한 마리 태우는 적하능력에, 1m쯤 솟아오르는 보잘 것 없는 추력을 지녔지만, 추진체를 1개 사용하는 1단 로켓에서 추진체 4개[각주:2]를 동시에 사용하는 후기형까지 개량을 거듭해 갔던 추억은 방시레 웃기에 충분하다.
세월이 지나 미국 ESTES사[각주:3]의 모델 로켓을 접한 후 선진국의 소년 소녀들이 누리는 과학적 풍요로움에 적잖이 부러움을 느끼기도 하였고, 먹고 사는 것에 득 되는 것이 아니면 부질없는 짓으로 여기는 우리 사회의 근시안적 가치관이 안타깝기도 하였다.
필자는 초등학교 이후로는 더 이상의 고체 로켓을 자작하지 않았다. 한 우물을 판다는 것은 헌신과 같은 말이다. 어려운 일이며, 고독하기 그지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줄곧 한 가지 일에 천착하여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성취를 이루는 사람들이 있다.

오오히라 타카유키!

주어진 삶에 단 하나를 바치기로 마음 굳힌 남자다. 자본이 아닌 열정으로 플라네타륨 기술을 선도하는 실천가다. 그의 저서 '로켓에서 플라네타륨까지' 안에는 즐거움과 융합된 극기와 사명감이 스며 있다.
신묘년이 저물어 간다. 새로운 포부를 되뇌기 보다 방법적 변화를 찾아야 하는 시기다. 카메라는 들고 다녔으나 사진이 없는 기이함에 고민하는 아마추어들에게, 과정이라 일컫는 외롭고도 행복한 동굴의 내부를 이 책은 속속들이 보여 준다.



 




 




 




  1. 작용 반작용의 법칙 [본문으로]
  2. 추진제 4개를 동시에 점화하지 못하면, 로켓이 지상에서 솟구친 이후 점화되는 나머지 추진제로 인해 땅으로 곤두박질치곤 했다. [본문으로]
  3. http://www.estesrockets.com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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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모 백화점의 세밑 주제는 호두까기 인형이다. 가만 들여다보고 있으니 어린 날 호프만의 동화에서 느꼈던 정서가 포근함으로 되살아났다. 인형들만 진열하였다면 자칫 외로울 수 있음에 별이라는 예쁜 보물을 선사하여 서로를 하나로 묶어준 공간 디자이너의 마음결 또한 따뜻하다.
인형은 사람을 구분짓거나 거스르지 않으며, 기쁨과 슬픔, 외로움을 함께 하는 소통과 이입의 존재로서 우리 곁에 머문다. 사진 속의 호두까기 인형들처럼 별을 지키고 선물하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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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어진 이후로 늘 마음에 둔 장비가 있었으니 휴대용 추적 장치[각주:1]가 그것이었다. 일주사진도 매력이 있지만 모든 작품을 궤적으로 채우기 보다는 다양한 형식미를 표현하고 싶기 때문이다. 후보로 올렸던 제품들로는 KENKO의 SKY MEMO-R, VIXEN의 GP GUIDE PACK 등이 있었다. 하지만 무겁고 부피가 크며 납축전지를 사용하는 불편함이 있어 후순위로 남겨 놓고 지내왔는데, 근래에 들어 TG-SPⅡ, MUSICBOX, TOAST, POLARIE와 같이 휴대성에 특화된 제품들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하여 처음으로 선택한 것이 MUSICBOX EQ2였다. 활용해 보니 외양은 소박하여도 구매 가치가 충분함을 알게 되었고 trail 사진에만 사용해왔던 핫셀블라드 567[각주:2], 전천(全天), 펜탁스 67과 같은 필름 카메라를 위해 TOAST Pro를 추가로 마련하기에 이르렀다. 
뮤직박스 EQ2와 토스트 프로는 모두 분명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필자의 주관에 따라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뮤직박스 EQ2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토스트 프로는 보다 장시간 추적 가능한 정밀도[각주:3]를 들 수 있다. 두 기종 모두 아름다운 별 풍경 사진을 촬영하는데 부족함이 없으니 여건이나 취향에 따라 선택한다면 한 걸음 나아간 결과물을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수치화하거나 기계적인 분석이 아닌 사용자의 견해로서 두 기종의 장단점을 몇 가지 언급하면 다음과 같다.     



 

뮤직박스 EQ2는 태엽을 감아줘야 작동하고 1/2 배속으로의 변속과 복귀가 어려운 반면, 사용자가 추적 속도를 정밀하게 교정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다. 토스트 프로는 모든 조작을 스위치 3개(본체 스위치 2개, 전지 박스 스위치 1개)로 할 수 있지만 일반 사용자가 추적 속도를 자가 교정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



 

 

뮤직박스 EQ2는 삼각대의 헤드에 체결한 후 별도의 헤드를 자체에 장착해야 하지만 토스트 프로는 구조적으로 삼각대의 헤드 장착용 볼트에 직결하는 것이 가능하다.(사진 속의 토스트 프로는 뮤직박스 방식으로 쓰기 위해 플레이트를 달아 놓았다.) 뮤직박스 EQ3가 발매된다면 이 점이 개선되어 나오지 않을까 한다.



 

 

뮤직박스 EQ2의 중량은 600g, 토스트 프로는 1500g이다. 부피와 중량, 무전원이라는 점에서 뮤직박스 EQ2는 휴대하기가 매우 편하며, 배터리 소진이나 회로 상의 문제 등 갑작스레 사용 불가한 상태에 놓일 가능성이 희박하다. 

 

 


 

  1. 흔히 피기백이라는 용어를 쓰지만, 조상호님의 '천체사진 길라잡이'에 따르면 적도의에 올린 망원경 경통에 카메라를 부착하여 촬영하는 방식을 피기백이라 정의하고 있다. 영한사전에도 '컨테이너를 적재한 트레일러를 화차에 실어 수송하는 복합 수송 방식'이 piggy back이라 나오니, TOAST Pro와 같은 장비는 피기백 적도의로 부르기보다 '추적 장치'라 하고, 이를 사용하는 것은 그저 '추적 촬영'이라고 하는 것이 맞다. 결정적으로, 뮤직박스나 토스트 류는 적경축만 있고, 적위축은 없으니 적도의가 아니다. [본문으로]
  2. 핫셀블라드 500C/M의 마운트를 펜탁스 67 렌즈 전용으로 개조하였다. 67 렌즈는 핫셀블라드와 달리 셔터가 내장되어 있지 않으므로 B셔터 전용으로만 사용할 수 있다. 지구 안에 한 대뿐인 장비일 것이며,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현재까지 유일하다. 핫셀블라드 567로 명명하였다. [본문으로]
  3. 토스트 프로는 북극성 도입 구멍만으로 정렬했을 경우 100mm 렌즈로 4분간 추적 가능하다고 설명서에 씌여 있다. 뮤직박스 EQ2의 매뉴얼에는 50mm 렌즈로 4분 이내를 권장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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