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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10.26 스케일 돋네! 4
  2. 2014.04.12 Pygmalion과 Galateia, 그리고 사진가 두 명
  3. 2014.04.06 안승일 사진전
  4. 2013.05.10 MOON LANDING
  5. 2013.02.02 밤이 무서운 아기 올빼미
  6. 2013.01.24 Last Launch
  7. 2012.08.21 라이카의 별
  8. 2012.04.22 달팽이의 별
  9. 2011.12.16 별을 보는 사람들 2
  10. 2011.12.06 로켓에서 플라네타륨까지

스케일 돋네!

별꽂이 2014. 10. 26. 19:49

 

 

 

 

 

2014년 10월 13일 한겨레신문 5면

 

 

 

 

NCSOFT여 번창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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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에서 우연히 발견한 보물 같은 책 이야기를 접할 때가 있다. 필자에게도 그런 행운이 찾아오기를 기대하며 적잖은 시간을 투자한 적이 있었다. 전몽각 선생님의 사진집 '윤미네 집'을 구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행운은 예기치 않은 모습으로 다가왔다. 잊고 지내던 중 포토넷에서 복간을 했고, 덕분에 초판 아닌 초판본을 간직하게 되었다. 

그리스 신화에 Pygmalion이라는 조각가가 나온다. 자신이 조각한 여인 Galateia를 지극히 사랑하였고, 이에 감동한 아프로디테 여신에 의해 그녀를 아내로 맞이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무엇이든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이 오랜 교훈은 훗날 '피그말리온 효과'로 명명되어 수많은 이들의 영혼을 지탱하는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초판 윤미네 집이라는 우연을 말하려 피그말리온을 원용하는 것은 견강부회일지 모른다. 하지만, 아프로디테의 손길에 비견하기엔 사소하다 한들 행운은 홀연 우리 곁을 찾곤 한다. 2013년에 지역 벼룩시장에서 구한 '생생 쏙 도감 별자리편'이 그랬다. 동아사이언스, 2007년 출판이라는 평범한 사실 사이에 뜻깊은 자취가 자리 잡고 있는 책이다. 고 박승철님의 별자리 사진 작품 47점이며, 그를 향한 애정 어린 인사들이며, 고인의 숨결이 깃든 사이버 공간 소개까지 하나하나가 헌정으로 느껴지는 비매판[각주:1] 도서이니, 별을 품고 사는 필부로서 행운이란 낱말을 아끼고 싶지 않다.  

그가 떠나고 강산도 변하였다. 그래도 그는 여전하다. 좋은 책들[각주:2]을 통해 우리 곁을 찾는다. 그렇게 살고 싶다. 사람들 마음 속에 살 수 있기를 꿈꾼다. 박승철님의 사진과 이름이 달리 보이는 까닭이다.

 

 

 

 

 

윤미네 집 앞표지

 

 

 

 

윤미네 집 뒷표지

 

 

 

 

생생 쏙 도감 별자리편 앞표지

 

 

 

 

생생 쏙 도감 별자리편 뒷표지

 

 

 

 

워크북 앞표지

 

 

 

 

워크북 뒷표지

 

 

 

 

 

'생생 쏙 도감 별자리편'에는 옥의 티가 있다. 동쪽과 서쪽 밤하늘의 일주운동을 표현한 삽화 두 장은 남동쪽과 남서쪽 하늘에서 볼 수 있는 별의 흐름이다.        

 

 

 

 

 

  1. 동일본이 서점에서 판매되고 있으나, 필자에게 들어온 것은 동아사이언스 정기구독자를 위한 비매품이다. [본문으로]
  2. http://blog.naver.com/star_party의 블로그 히스토리 참고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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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승일 사진전

별꽂이 2014. 4. 6. 09:32

지난 2월 17일에는 인사동 아라아트센터에서 열렸던 안승일님의 '불멸 혹은 황홀'전을 보고 왔다. 신문에서 본 인터뷰 기사가 필자를 이끌었다.

 

 

이제 그는 "더는 백두산 사진을 찍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너무 자신만만한 것 아니냐고 묻자 말했다. "산 사진 잘 찍는 놈이요? 사진 재주가 아무리 좋다 한들 소용 없어요. 혼자 산에서 구덩이 파고 잘 수 있을 만큼 산과 가까우냐, 그게 관건이에요." 

 

 

거리에서 마주치는 모든 사람들이 사진사인 세상이다. 하루 동안 몇 장의 사진이 만들어지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시대를 향해 던지는 '남다른 사진'에 대한 정의치곤 덤덤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공감한다. '그때, 그곳에 있는 이에게 주어지는 한 번의 기회'가 좋은 사진의 첫째 조건이라는 필자의 견해와 상통한다.   

아라아트센터는 인사동에 자리한 여느 갤러리들과 달리 대작 전시를 염두에 두고 지어진 건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캔버스 인쇄와 어우러진 백두산의 면면에는 공간을 압도하는 힘이 가득하였다. 분단 상태이기에 더 뜻깊은 백두산 사진들 가운데에서도 가로 4.5m, 세로 16m 크기의 항공사진은 감상한다기보다 각인된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작품이었다. '어쩌다 이런 사진이 찍혔을까?'라고 찍은 이는 말했다. 기회를 만나고, 그것을 놓치지 않은 사진가의 겸손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사진집에는 3/4이나 잘린 채 실려 있다. 그만한 연유가 있겠으니, 받아 온 포스터로 아쉬운 마음을 달랜다.   

 

 

 

 

 

 

사진집 앞표지

 

 

 

 

 

사진집 뒷표지

 

 

 

 

 

전시장에 나와 계신 안승일님께 서명을 받았다. '삼각대'라고 알려 드리니 그 뜻을 물으시고는, 산 사진가로서의 당부를 남겨 주셨다.   

 

 

 

 

 

덤으로 주신 작은 사진집[각주:1] 앞표지

 

 

 

 

 

뒷표지

 

 

 

 

 

 

 

 

 

안승일님께서 30쪽을 찾아 손수 붙여 주신 포스트잇.

사진 아래에 '동무들 삼각대 꼭 쓰시오. 무거울수록 좋소.'라고 새겨 있다.

 

   

 

 

 

얼어붙은 천지 위에서 때를 기다리는 사진가 안승일

 

 

 

 

 

 

 

 

 

 

이십 년을 백두산 품 안에서 지냈다고 한다. 드물게, '열정'이란 낱말 하나로는 헤아리기 어려운 이들을 보게 된다. '집념'을 더하면 그들의 발자취를 고스란히 이야기할 수 있을까?         

 

 

 

 

 

  1. 산 사진가 안승일의 내력과 사진관이 소상히 쓰여져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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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 LANDING

별꽂이 2013. 5. 10. 17:27

 

 

 

 

 

 

WALKER BOOKS, 2008 

 

 

 

 

필자가 어렸을 때는 팝업북이 흔치 않았다. 축하 카드 등으로 간간이 보았을 뿐이며. 형식도 단순했다. 하지만 요즘은 어떻게 만들까 궁금할 정도로 복잡한 팝업북들이 많다. 지금 소개하는 'MOON LANDING'이 그런 부류의 책이다.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40주년을 기념하여 출판되었으며, 뒷표지에 인쇄된 EAGLE호의 모습이 범상치 않은 본문을 상상하게 한다.

Richard Platt이 글을 쓰고, David Hawcock라는 이가 팝업을 설계했다. 책장을 넘기면 아폴로 11호가 발사되고, 사령선 컬럼비아가 궤도를 비행하며, 둥그런 월면이 솟아오른다. 흑백사진처럼 오래된 탐험의 역사를 눈앞에서 되살려 어린이의 마음에 스며들게 만드는 힘이 있다.

'MOON LANDING'은 아폴로 11호의 도전과 성공을 다룬 수많은 도서들과 차별되는 한 가지 내력을 가졌다. 암스트롱과 함께 달을 걸었던 우주인 Buzz Aldrin이 제작에 참여했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기재되어 있지 않으므로 감수나 자문을 받은 정도로 추측한다. 하지만, 우주와 맺어진 인적자원이 풍부한 나라, 그들이 존경받는 사회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사례이다. 그러한 과학적 풍토 위에서 자라나는 어린이들이 손에 쥐고자 하는 나침반은 어디를 가리킬지 예상하기란 어렵지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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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l Tomlinson, (주)한솔교육, 2008

 

 

 

 

계사년 달력의 두 번째 장을 마주하고 있다. 새해 덕담을 나누며 하루쯤 지낸 듯한데 어느새 2013년의 1/12을 살았다. 낮과 밤이 교차하는 속도가 사람의 몸과 마음을 따돌리고도 남는다. 24시간을 24배속처럼 살아가는 뭇사람들의 하루 사용 전략은 단순하다. 낮에는 활동하고 밤에는 자는 것이다. 건강과 활기를 위해 지켜야 하는 이분법이지만, 서로의 처지나 뜻하는 바에 따라 다양한 양상의 분할이 펼쳐진다.

낮과 밤은 기억과 추억이라는 정보의 생산 공간이다. 우리 모두는 낮과 밤을 오가는 진자임에도 '운동'을 이야기할 뿐 '공간'에는 소홀하다. 더구나, 통과해야 할 동굴쯤으로 여겨지는 밤은 더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심야버스, 심야영화, 심야방송 등 애초에 별스러운 작명으로 차별화되는 밤 안에는 어둠을 넘어서는 매력적 요소들이 깃들어 있다. 수고를 상쇄시킬 보상이 따를 때 매력은 강렬해진다. 밤이 가진 매력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백인백색의 대답을 이야기하는 동화가 있다.      

'밤이 무서운 아기 올빼미'라는 역설적 제목의 표지를 넘기면 솜털 보송한 아기 올빼미가 독자를 바라본다. 야행성 포식자의 운명을 타고났음에도 밤을 두려워하는 아기 올빼미는 문답의 과정을 통해 밤에 다가가며 자아를 성장시킨다.

 

"밤은 무서워요."

 

라고 말하는 아기새에게 꼬마와 할머니, 소년과 여자 아이, 아저씨와 검은 고양이는 다음과 같이 밤을 정의 내린다.

 

"밤은 진짜 신나는 거다!"

 

"밤은 친절하단다."

 

"밤이 얼마나 근사한데!"

 

"밤은 꼭 있어야 돼!"

 

"밤이 얼마나 멋진데. 내가 보여 줄게!"

 

"밤이 얼마나 아름다운데."

 

그들의 밤을 함께 하며 점차 밤새가 되어 가는 아기 올빼미는 반짝이는 눈으로 엄마새와 아빠새를 바라보며 말한다.  

 

"제 생각엔...... 밤이 최고예요!"

 

동화 '밤이 무서운 아기 올빼미'는 밤에 스민 차가움과 두려움을 헤치어 성장을 위한 복사 에너지로 승화시키는 아기 올빼미의 홀로서기를 보듬는다. 저자 Jil Tomlinson은 오페라 가수가 되고자 했으나 병으로 인해 포기했다고 한다. 그녀가 투병 중에 쓴 이 작품에서는 걷고 넘어짐이 씨실과 날실로 엮이는 인생길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느껴진다. 필자가 원문의 일부를 임의로 지운 아래 인용문에는 시작의 설레임, 과정의 아름다움, 가족의 소중함이 녹아 있다. 밤낮으로 걸을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어둠 속에선, 난 내가 ...이란 것도 잊어버리지. 그리곤 ... 때의 온갖 행복한 기억들을 떠올리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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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Launch

별꽂이 2013. 1. 24. 23:28

 

'Last Launch'[각주:1]의 표지를 장식한 Endeavour호

 

 

 

로켓이란 용어는 1379년 이탈리아의 무라토리가 화약무기를 발명한 후 '로케타'라 명명한 것에서 유래한다고 한다. 오랜 세월 동안 유희를 위한 소도구나 무기로만 쓰여 온 로켓이 우주 개발 수단으로 등장한 것은 그리 오래지 않은 일이다. '해저 2만 리'로 유명한 프랑스의 쥘 베른은 1865년에 발표한 공상과학 소설 '지구에서 달까지'를 통해 우주 여행이라는 획기적 아이디어를 펼쳐 보였다. 하지만 많은 세월이 흘렀음에도 로켓 기술은 소수 국가들에 의해 통제되는 미완성 분야로 남아 있다. 막대한 소요 비용에 비하여 낮은 효율성과 불안한 성공률은 '가까운 우주'를 가로막고 있으며 괄목할 대중화는 아쉽게도 요원하다.

3차 발사를 앞둔 나로호에 관한 기사들이 눈에 띄는 띄는 요즘이다. 마지막이라는 말에는 절박함과 아쉬움이 스며 있지만 결실과 성과에 대한 기대 또한 곁들어 있다. 성패를 떠나 세 번째 도전을 끝으로 역사적 소임을 매듭짓는 나로호 앞에 갈구해 온 궤도가 순탄히 열리길 바란다.

마음 같아선 고흥까지 찾아가 나로호의 비상을 카메라에 담고 싶지만, 유동적인 발사 일정과 촬영 장소의 제약 등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다른 분들의 멋진 사진을 기대한다. 로켓 발사가 활발한 미국의 경우, 좋은 촬영 기회도 많을 것이다. 다양한 앵글에 잡힌 감탄스러운 발사 장면들을 접할 때면 부럽기 그지없다.    

'Last Launch'는 우주왕복선 Discovery, Endeavour, Atlantis호를 기념하는 다큐멘터리 사진집이다. 저자 Dan Winters는 TIME지에 기고하는 사진작가로서 Endeavour호가 구름을 뚫고 우주로 향하는 장관을 촬영한 장본인이다. 보고 또 봐도 경이로운 그 사진을 만들어 낸 우주왕복선 프로젝트에는 아홉 대의 카메라를 사용하였다고 한다. 움직이는 피사체를 대상으로 하므로 당연히 AF로 촬영하리라 생각했지만, 일명 대포라 불리는 초망원렌즈들의 초점을 수동으로 조절한 후 테잎으로 고정시킨다는 설명은 뜻밖이었다. 별 사진과 로켓 사진에 방법적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이 재미있다.

나로호 다음은 2021년께 예정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 위 사진집과 같은 동시대 우주선들을 소재로 한 작품이 나오려면 '기다려 늑대'의 가사처럼 '꾹꾹 참고 기다려'야 한다. 다음 세대에서는 가능하길 염원한다. 

 

 

 

 

 

  1. Dan Winters, University of Texas Press, 2012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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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카의 별

별꽂이 2012. 8. 21. 13:17

문화의 생명은 다양성이다. 위인전과 문고, 백과사전과 도감류의 책들이 서가를 차지하던 필자의 어린 날과 비교하면, 요즘 세대가 접하는 내러티브는 가히 상상력의 극한에 다다르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한류가 세계를 선도하고, 한국의 위상이 드높아진 배경에는 세련되고 다채로운 서사 방식 속에서 성장한 세대의 역할이 결정적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런 면에서 '라이카의 별'과 같은 faction이 우리나라 작가에 의해 쓰여지고 출판까지 되었다는 사실은 무척 고무적이다. 동물과 인간의 교감을 어루만지는 교훈적 이야기는 많으나, 우주 과학의 발전이라는 미명 아래 희생된 생명의 고귀함에 눈길을 주는 작가와 도서는 흔치 않다. 어린이를 위한 것으로서는 더더욱...        

나로호 3차 발사가 머지 않았다. 시월에 있을 세 번째 도전이 성공하면 새로운 전설들이 뒤를 이을 것이다. 이 땅의 어느 귀한 생명도 라이카를 따를 것이며, 찬란한 나비로 화한 지적 도전자[각주:1]들이 과학사에 새겨질 것이다.

과학은 문화라는 배지 위에서 자랄 수 있다. 라이트 형제의 첫 비행,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보이져의 태양계 탈출과 같은 성취는 도전에 가치를 부여하는 사회이기에 가능했다. 우리는 여기서 나아가 제2, 제3의 '라이카의 별'을 만들고 읽혀, 과학의 인도주의적 책임을 숭상하는 세대가 이 땅에서 자라나고 안착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총총한 별들에 마음 뺏기는 어느 날 밤, 별이 되었을 그 녀석 라이카와의 교감은 앞서 말한 나라로 가는 작은 걸음이 될 것이며 국내 최초의 견공 공식 전기[각주:2]인 이 책을 권하는 이유이다. 가자! 킨더 어린이 도서관으로!

 

 


 

 

 

 

 

 

 

 

 

  1. 知的 挑戰者. 우주 내에서 아직까지 유일한 '지적 생명체'인 인간을 패러디하여 대한민국 우주인을 표현하였다. [본문으로]
  2. 犬公 公式 傳記 ^^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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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의 별

별꽂이 2012. 4. 22. 23:55

 

 

 

 

                                                  사람의 눈, 귀, 가슴들은
                                                  대부분 지독한 최면에 걸려있거나
                                                  강박에 사로잡혀 있거나
                                                  자아의 깊은 늪에 빠져
                                                  세계를 전혀 모른 채로 늙어간다
                                                  그런 눈과 귀에서 자유로워지려면
                                                  나처럼 우주인이 되면 된다

                                                 

                                                  조영찬님의 시 01

 

 

 

 

                                                  태어나서 한 번도 별을 본 적이 없지만
                                                  한 번도 별이 있다는 것을 의심한 적이 없었다
                                                  밤에도 태양은 우리 발 아래쪽에서 불을 뿜고 있다는 것을 안다
                                                  사람의 시력이나 청력이라는 것은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주의 어딘가를 떠돌고 있을 뿐이다
                                                  때가 되면 그들은 주인에게로 돌아올 것이다

                                                 

                                                  조영찬님의 시 02

 

 

 

 

                                                  가장 값진 것을 보기 위하여
                                                  잠시 눈을 감고 있는 거다
                                                  가장 참된 것을 듣기 위하여
                                                  잠시 귀를 닫고 있는 거다
                                                  가장 진실한 말을 하기 위하여
                                                  잠시 침묵 속에서 기다리고 있는 거다

                                                 

                                                  조영찬님의 시 03

 

 

 

 

아침에는 네 발, 점심에는 두 발, 저녁에는 세 발로 다니는 동물은 무엇인가? 상식이 되어 버린 질문, 스핑크스의 수수께끼이다. 아다시피 답은 사람이지만, 이 오랜 은유 속에는 교훈이 한 가지 담겨 있다. 누구도 내려놓을 수 없는 세월의 멍에는 하릴없이 우리들의 육체를 쇠하게 하고, 결국 모두는 장애인이 되지 않을 수 없다는 가르침을 에두른다.

육체적 장애의 유무는 우연에서 필연으로 귀결되는 과정이다. 이상적 완전체는 존재하지 않으며, 영혼의 불완전함이 우리들의 눈을 가릴 뿐이다.

온난화를 걱정하는 지구인 위에, 냉대에 아파하는 우주인들이 있다. 결국 따라가야 할 궤도에 먼저 파견된 동료들이다. 퍼뜩 정신 차리고 우주를 바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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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보는 사람들

별꽂이 2011. 12. 16. 18:41

 

 



 

 

 



배우 김혜수는 2010년, 영화 '타짜'에서 '나, 이대 나온 여자야!'라는 명대사를 회자시키며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굵은 획을 그었다. 개인과 집단은 정체성을 기반으로 존립하며, 존재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고, 미래로 인도하는 이해와 인식이 정체성임을 보여 주는 사례이다. 
크게는 기후, 음식, 복식, 문자, 언어 등이, 작게는 거주지, 직업, 가족 등이 사람의 신체와 정신을 지배하는 주요한 요소로 언급된다. 오늘날에는 여가 생활로서의 취미 또한 그에 못지 않은 인자로 중시되며, 수집광, 낚시꾼, 드라마 폐인, 밀리터리 오타쿠, 자동차 마니아, 훌리건과 같이 취미가 삶을 좌우하는 사례를 통해 설명된다.
개인은 집단 내에서의 익명성에 안주하기도 하지만, 남다른 존재로 부각되고자 하는 양면성을 갖는다. 고등학생들의 눕시 자켓 광풍과 성인들의 DSLR 열풍에는 차별화와 동일시에 대한 갈망이 혼재되어 있음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각주:1] 하지만, 외적인 화려함에서 내적인 충실로 눈길이 가게 되면 다양한 준거집단을 원하고, 그 안에 속하며, 그것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조상호님이 쓰신 '별을 보는 사람들'에는 밤하늘의 매력에 빠진 아마추어 천문인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그들이 사는 법, 별을 가까이 하는 마음과 방법을 찬찬히 들려주는 이 작은 책은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각주:2]이 남긴 말을 되뇌게 만든다. 그는 사물의 중요한 측면을 보지 못하게 하는 동기로 단순성과 일상성을 들었다. 이에 비추어 본다면, 점점이 빛나는 별들의 단순성과 오늘이 아니어도 다시 볼 수 있다는 밤하늘의 일상성이 사람들로 하여금 우주의 한없는 아름다움에 눈감게 하는 것은 아닐까?  
밤을 감싸는 추위와 피로, 불편리와 외로움이라는 작지 않은 제약을 넘어서야 하는 건 즐거움이 아니라 고행일 수 있기에 취미의 수준을 넘어서는 천문 아마추어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하지만, 별을 보고 즐기는 것에 유별나고 대단한 무엇이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 별이라는 순수함의 준거를 공감하는 마음만 있다면 누구나 이미 '별을 보는 사람들'이며, 공동체를 이루는 저변이 된다.
'나, 별 보는 사람이야!' 라며 자긍하는 무명의 구성원이 많은 준거집단. 그 곳이 대한민국의 다른 이름이기를 바란다. 지금 창 밖에는 반짝이는 금성이 저물어 간다.

 




 

  1. 결국 NONOS(No Logo, No Design)족이 나타나는 아이러니를 보게 된다. [본문으로]
  2. Ludwig Wittgenstein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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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득한 초등학생 시절, 필자는 로켓을 만들어 발사하곤 했다. 요즘은 물로켓이나 에어로켓과 같이 폭발이나 화재의 위험이 없는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지만, 당시엔 그렇지 않았다. 따라서, 필자가 선택한 방법은 자작이었다. 용돈이라는 천 자릿수 예산, 뉴턴의 제3법칙[각주:1]을 주워들은 기술력, 화약 좀 만져 봤다는 도전 정신을 바탕으로 제작했던 로켓은 신호총 화약을 추진제로 사용하는 고체 로켓이었다. 설계와 재료는 물론이고 제작, 발사, 회수까지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해냈다는 자부심은 지금껏 유효하다. 구조가 단순하고, 왕개미나 한 마리 태우는 적하능력에, 1m쯤 솟아오르는 보잘 것 없는 추력을 지녔지만, 추진체를 1개 사용하는 1단 로켓에서 추진체 4개[각주:2]를 동시에 사용하는 후기형까지 개량을 거듭해 갔던 추억은 방시레 웃기에 충분하다.
세월이 지나 미국 ESTES사[각주:3]의 모델 로켓을 접한 후 선진국의 소년 소녀들이 누리는 과학적 풍요로움에 적잖이 부러움을 느끼기도 하였고, 먹고 사는 것에 득 되는 것이 아니면 부질없는 짓으로 여기는 우리 사회의 근시안적 가치관이 안타깝기도 하였다.
필자는 초등학교 이후로는 더 이상의 고체 로켓을 자작하지 않았다. 한 우물을 판다는 것은 헌신과 같은 말이다. 어려운 일이며, 고독하기 그지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줄곧 한 가지 일에 천착하여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성취를 이루는 사람들이 있다.

오오히라 타카유키!

주어진 삶에 단 하나를 바치기로 마음 굳힌 남자다. 자본이 아닌 열정으로 플라네타륨 기술을 선도하는 실천가다. 그의 저서 '로켓에서 플라네타륨까지' 안에는 즐거움과 융합된 극기와 사명감이 스며 있다.
신묘년이 저물어 간다. 새로운 포부를 되뇌기 보다 방법적 변화를 찾아야 하는 시기다. 카메라는 들고 다녔으나 사진이 없는 기이함에 고민하는 아마추어들에게, 과정이라 일컫는 외롭고도 행복한 동굴의 내부를 이 책은 속속들이 보여 준다.



 




 




 




  1. 작용 반작용의 법칙 [본문으로]
  2. 추진제 4개를 동시에 점화하지 못하면, 로켓이 지상에서 솟구친 이후 점화되는 나머지 추진제로 인해 땅으로 곤두박질치곤 했다. [본문으로]
  3. http://www.estesrockets.com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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