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중 카메라로 촬영한 필름을 스캔하러 코스트코에 다녀왔다. 빠르고 저렴[각주:1]하기 때문에 화질이 중요하지 않은 경우에 애용한다. 그런데, 무척 아쉬운 말을 듣게 되었다. 머지않은 시일 내에 스캔 서비스를 종료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디카가 쏟아지는 세상을 살며 필름이 영원하길 바라는 것은 어쩌면 욕심일 수 있다. 하지만, 익숙하고 정든 매체의 끝을 보는 경험은 정말이지 하고 싶지 않다.

 

 

 

 

  1. 1롤에 1500원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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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en.wikipedia.org/wiki/Pham_Tuan

 

 

 

 

 요즘 모으고 있는 레고 피규어가 있다. 디오라마 촬영을 하고자 튜브 우주인을 예닐곱 개 사려 했는데 단 한 개를 구한 후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같은 모델을 찾을 수 없어 방향을 바꾸었다. 그사이 네 해가 흘러 부득이 장기 프로젝트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아이디어를 가다듬는 데에는 한동안 묵히는 것도 좋을 때가 있다. 천천히 하다 보면 좋은 갈래를 찾게 되거나 새로운 생각이 떠오르곤 하므로 필자가 즐겨 쓰는 방법이기도 하다.   

 비닐에서 플라스틱으로 소재와 모양은 달라졌으나 마찬가지로 우주인들이기에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겨났다. 인류 최초의 우주인은 유리 가가린, 최초로 달에 내린 우주인은 닐 암스트롱, 첫 우주 관광객은 데니스 티토로 모두 서양인들이다. 그렇다면 동양에서는 어느 나라의 누가 처음으로 우주에 나갔을까? 43년 전인 1970년, 일본과 중국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국산 로켓으로 인공위성을 궤도에 올렸으니 두 나라 중 하나일 것으로 추측하며 검색해 보았다. 위키피디아에 Pham Tuan이라는 낯선 이름이 나왔다. 베트남 공군 장교였던 그는 1980년 7월에 소유즈를 탔다. 베트남에 우주 개발 의지가 있었던 건 아니었겠지만 베트남을 다시 보게 하는 사실이 아닐 수 없다. 

 국가 브랜드라는 무형의 자산에 우주 탐험 역사가 주는 영향력은 실로 크다. 조잡함을 상징하는 '중국산'의 이미지가 선저우 로켓 하나로 얼마나 씻겨졌는지를 보면 분명해진다. 우리끼리조차 말이 많은 나로호지만, 이를 통해 세 번씩이나 보여 준 대한민국의 의지는 훗날 더 큰 빛으로 이 땅을 비추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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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Launch

별꽂이 2013. 1. 24. 23:28

 

'Last Launch'[각주:1]의 표지를 장식한 Endeavour호

 

 

 

로켓이란 용어는 1379년 이탈리아의 무라토리가 화약무기를 발명한 후 '로케타'라 명명한 것에서 유래한다고 한다. 오랜 세월 동안 유희를 위한 소도구나 무기로만 쓰여 온 로켓이 우주 개발 수단으로 등장한 것은 그리 오래지 않은 일이다. '해저 2만 리'로 유명한 프랑스의 쥘 베른은 1865년에 발표한 공상과학 소설 '지구에서 달까지'를 통해 우주 여행이라는 획기적 아이디어를 펼쳐 보였다. 하지만 많은 세월이 흘렀음에도 로켓 기술은 소수 국가들에 의해 통제되는 미완성 분야로 남아 있다. 막대한 소요 비용에 비하여 낮은 효율성과 불안한 성공률은 '가까운 우주'를 가로막고 있으며 괄목할 대중화는 아쉽게도 요원하다.

3차 발사를 앞둔 나로호에 관한 기사들이 눈에 띄는 띄는 요즘이다. 마지막이라는 말에는 절박함과 아쉬움이 스며 있지만 결실과 성과에 대한 기대 또한 곁들어 있다. 성패를 떠나 세 번째 도전을 끝으로 역사적 소임을 매듭짓는 나로호 앞에 갈구해 온 궤도가 순탄히 열리길 바란다.

마음 같아선 고흥까지 찾아가 나로호의 비상을 카메라에 담고 싶지만, 유동적인 발사 일정과 촬영 장소의 제약 등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다른 분들의 멋진 사진을 기대한다. 로켓 발사가 활발한 미국의 경우, 좋은 촬영 기회도 많을 것이다. 다양한 앵글에 잡힌 감탄스러운 발사 장면들을 접할 때면 부럽기 그지없다.    

'Last Launch'는 우주왕복선 Discovery, Endeavour, Atlantis호를 기념하는 다큐멘터리 사진집이다. 저자 Dan Winters는 TIME지에 기고하는 사진작가로서 Endeavour호가 구름을 뚫고 우주로 향하는 장관을 촬영한 장본인이다. 보고 또 봐도 경이로운 그 사진을 만들어 낸 우주왕복선 프로젝트에는 아홉 대의 카메라를 사용하였다고 한다. 움직이는 피사체를 대상으로 하므로 당연히 AF로 촬영하리라 생각했지만, 일명 대포라 불리는 초망원렌즈들의 초점을 수동으로 조절한 후 테잎으로 고정시킨다는 설명은 뜻밖이었다. 별 사진과 로켓 사진에 방법적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이 재미있다.

나로호 다음은 2021년께 예정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 위 사진집과 같은 동시대 우주선들을 소재로 한 작품이 나오려면 '기다려 늑대'의 가사처럼 '꾹꾹 참고 기다려'야 한다. 다음 세대에서는 가능하길 염원한다. 

 

 

 

 

 

  1. Dan Winters, University of Texas Press, 2012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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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D mark Ⅲ, EF 17-40mm F4L USM @ 24mm, KENKO PRO 1D PRO SOFTON-A(W)

 

 

 

 

Guam은 12월부터 6월까지가 건기라서 습도가 높지 않고 맑은 공기가 기분 좋았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여름 하늘과 같은 적운이 늘 피어 있으며, 수시로 스콜이 내려 별사진을 촬영하기엔 불편한 점이 많았다.

위 사진은 여행 닷새째, 04시발 귀국 비행기를 타기 다섯 시간 전에 어렵게 촬영한 사진이다. 정성이 지극하면 돌에도 꽃이 핀다는 말처럼 여행 내내 맑은 밤하늘을 고대한 끝에 처음으로 맞이한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었다. 혹시 몰라 삼각대에 우산을 걸어 둔 채 촬영하였으며 잠시 후 하얀 뭉게구름들이 몰려왔다.

구조물 위에 올라 목성과 플레이아데스 성단을 향하여 손을 뻗는 실루엣을 연출하고 싶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늘 구상하는 대로 찍을 수 있다면 사진은 매력 없는 예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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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D mark Ⅲ, EF 17-40mm F4L

 

 

사흘째 되는 날에는 Tumon bay에 있는 Two lovers point에 다녀왔다. 원주민 남녀의 이루지 못한 사랑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이다. 위 사진 속 자리 뒤에 전망대 매표소와 계단이 있는데 필자는 남고 가족들만 올라갔다 왔다. 30분쯤 기다리는 동안 꽤 많은 관광객들이 지나갔지만 저 해시계에 관심을 갖는 관광객은 한 명도 없었다. 하지만 필자에겐 Guam에서 가장 재밌는 구경거리였다. 현재 달에 맞춰 섰을 때 나타내는 시각이 정확하여 인상적이었다. 

 

 

 

 

5D mark Ⅲ, EF 17-40mm F4L

 

 

 

 

5D mark Ⅲ, EF 17-40mm F4L @ 20mm

 

 

바다 건너 왼쪽의 불 밝힌 Two lovers point를 목성과 함께 촬영하였다. 희미하게 황소자리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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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는 Guam에 다녀왔다. 철새들이 먼 거리를 날아다니는 이유를 체감한 피한(避寒) 여행이었다. 첫날은 준비운동 삼아 마트를 돌아보았다. 숙소에서 K 마트까지 걸어가며 권총 강도를 만나는 객쩍은 상상을 해 보았는데, 마트에 가니 TV에서나 보았던 총기 판매 코너가 있었다. 비록 공기총류였지만 미국 공화주의의 민낯을 목도한 순간이라고 하겠다. 돌아올 때는 택시를 탔다. :-)  

여기저기 구경하던 중 눈길이 가는 상품 몇 가지를 사진으로 담아 왔다. 그중 STAR WARS 캐릭터 덧버선과 STAR 잡지의 관계에 웃음이 난다. 전자는 우리나라의 어느 마트에선가 본 듯한 낯익음과 함께 더운 지방에서 판매하는 이유에 대한 궁금증이 일게 했다. 북반구 계절에 맞춘 틈새 상품이 아닐까 하는데 아무튼 SF의 천국, '미국'령 주민들에게 통할 디자인이다. STAR WARS가 은하계를 배경으로 한 선과 악의 전면전이라면, 결혼은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가 벌이는 국지전이다. 그런 면에서 'STAR'라는 제호와 표제 'Wedding war!'는 STAR WARS와 통하는 구석이 있다.

 

 

 

 

 

GALAXY S2 HD LTE

 

 

 

 

GALAXY S2 HD L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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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영국

 

 

 

위 사진은 지난해 10월 11일,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를 기리는 오마주 사진전 '이지적 우아함'의 개막 기자 간담회에서 촬영된 김중만님이다. '캐논인가, 캐논이 아닌가'라는 전설적 카피의 주역이자 다작 작가다운 외양의 1Ds mark Ⅲ가 인상 깊다. 거인이 될 수 있었던 이유 하나를 낡은 카메라가 대변해 주고 있다.

필자는 얼마 전 늘 지니고 다니던 똑딱이 디카를 처분하였다. 보다 밝은 렌즈와 더 높은 감도를 가진 제품으로 교체할 생각이었다. 물망에 오른 기종은 삼성의 EX2F와 소니의 RX100 등이었으나, 줌백을 다시 구입하는 것으로 마음을 바꿨다. '서브 바디'는 보도, 행사, 천체 사진과 같이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오히려 독이 되곤 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가진 최고의 장비는 가방 속이나 집에 둔 채 '결정적 순간'을 마주하는 안타까운 경험을 다들 해 보았을 것이다. 

탑로더 줌 55 AW는 세로그립이 장착되지 않은 오두막삼을 넣을 수 있는 크기이며, 17-40처럼 후드가 넓은 렌즈도 불편 없이 수납이 된다. 휴대성이 좋아 기동성을 높여 주는 줌백과 함께 하며 최고는 최선의 결과임을 확인하는 계사년, 보다 다작하는 한 해로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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