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l Tomlinson, (주)한솔교육, 2008
계사년 달력의 두 번째 장을 마주하고 있다. 새해 덕담을 나누며 하루쯤 지낸 듯한데 어느새 2013년의 1/12을 살았다. 낮과 밤이 교차하는 속도가 사람의 몸과 마음을 따돌리고도 남는다. 24시간을 24배속처럼 살아가는 뭇사람들의 하루 사용 전략은 단순하다. 낮에는 활동하고 밤에는 자는 것이다. 건강과 활기를 위해 지켜야 하는 이분법이지만, 서로의 처지나 뜻하는 바에 따라 다양한 양상의 분할이 펼쳐진다.
낮과 밤은 기억과 추억이라는 정보의 생산 공간이다. 우리 모두는 낮과 밤을 오가는 진자임에도 '운동'을 이야기할 뿐 '공간'에는 소홀하다. 더구나, 통과해야 할 동굴쯤으로 여겨지는 밤은 더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심야버스, 심야영화, 심야방송 등 애초에 별스러운 작명으로 차별화되는 밤 안에는 어둠을 넘어서는 매력적 요소들이 깃들어 있다. 수고를 상쇄시킬 보상이 따를 때 매력은 강렬해진다. 밤이 가진 매력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백인백색의 대답을 이야기하는 동화가 있다.
'밤이 무서운 아기 올빼미'라는 역설적 제목의 표지를 넘기면 솜털 보송한 아기 올빼미가 독자를 바라본다. 야행성 포식자의 운명을 타고났음에도 밤을 두려워하는 아기 올빼미는 문답의 과정을 통해 밤에 다가가며 자아를 성장시킨다.
"밤은 무서워요."
라고 말하는 아기새에게 꼬마와 할머니, 소년과 여자 아이, 아저씨와 검은 고양이는 다음과 같이 밤을 정의 내린다.
"밤은 진짜 신나는 거다!"
"밤은 친절하단다."
"밤이 얼마나 근사한데!"
"밤은 꼭 있어야 돼!"
"밤이 얼마나 멋진데. 내가 보여 줄게!"
"밤이 얼마나 아름다운데."
그들의 밤을 함께 하며 점차 밤새가 되어 가는 아기 올빼미는 반짝이는 눈으로 엄마새와 아빠새를 바라보며 말한다.
"제 생각엔...... 밤이 최고예요!"
동화 '밤이 무서운 아기 올빼미'는 밤에 스민 차가움과 두려움을 헤치어 성장을 위한 복사 에너지로 승화시키는 아기 올빼미의 홀로서기를 보듬는다. 저자 Jil Tomlinson은 오페라 가수가 되고자 했으나 병으로 인해 포기했다고 한다. 그녀가 투병 중에 쓴 이 작품에서는 걷고 넘어짐이 씨실과 날실로 엮이는 인생길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느껴진다. 필자가 원문의 일부를 임의로 지운 아래 인용문에는 시작의 설레임, 과정의 아름다움, 가족의 소중함이 녹아 있다. 밤낮으로 걸을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어둠 속에선, 난 내가 ...이란 것도 잊어버리지. 그리곤 ... 때의 온갖 행복한 기억들을 떠올리는 거야."
'별꽂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승일 사진전 (0) | 2014.04.06 |
---|---|
MOON LANDING (0) | 2013.05.10 |
Last Launch (0) | 2013.01.24 |
라이카의 별 (0) | 2012.08.21 |
달팽이의 별 (0) | 2012.04.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