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조건

Starry Night/들 2010. 11. 21. 19:00

 


5D Mark Ⅱ, EF 24mm f1.4L Ⅱ USM, COKIN P830
2010년 11월, 경기도 파주

 

 

휘영청한 보름달이 오리온의 오른편을 새벽까지 지키던 밤이다. 하늘부터 땅까지 달빛으로 덮인 날에 별이 잘 보일 리 없지만, 늦가을 밤을 지키는 밝은 별들 몇을 믿어 보기로 하고 나선 참이었다. 제목과 같이 조건이 좋지 않았음에도 카메라를 펼친 까닭은, 수작(秀作)은 다작(多作)에서 나온다는 오랜 가르침이 요사이 필자의 마음을 채우고 있기 때문이었다. 
디퓨즈 필터가 대삼각형[각주:1]을 살려주는가 싶더니 어댑터로 인한 비네팅을 덤으로 주었다. 작(作)이란 어떤 것이건 쉽지가 않다. '닉 부이치치의 허그[각주:2]'에 실린 구절을 옮긴다.



우리가 안전지대에서 걸어 나오는 순간, 발전하고 성장할 가능성이 활짝 열린다.  




  1. 작은개와 큰개, 그리고 오리온자리에서 특히 밝은 별 세 개(프로키온, 시리우스, 베텔기우스)를 연결하여 '겨울철의 대삼각형'이라고 한다. [본문으로]
  2. 닉 부이치치 저, 최종훈 옮김, 사단법인 두란노서원, 2010 [본문으로]

'Starry Night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무는 별을 향해 자란다  (2) 2011.09.01
안녕, 경춘선  (0) 2011.08.01
빛 vs 빛  (0) 2010.10.10
아침을 처음 본 날  (0) 2010.02.18
겨울별  (0) 2010.02.18
Posted by TOTM
,
Campo de' Fiori[각주:1]광장을 찾아가보자. Google Earth라는 길잡이가 디지털 여행자를 안내하는 편리한 세상이다. 기술의 총체인 인공위성을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가 이렇듯 일상화되리라고는 예상하기 어려웠다. 더욱이, 동네 가게에서 판매하는 '생활용품'인 네비게이션도 지구를 촘촘히 둘러싼 24기의 GPS[각주:2]위성과 그 안에 탑재된 72개의 원자시계가 만들어내는 조화임을 아는 이 많지 않다.
GPS는 수신자로부터 멀고 가까운 12기의 위성[각주:3]이 보내오는 시각 신호를 수신하고 각각의 시차를 계산하여 수신자의 위치를 파악한다. 시간은 속도가 빠를수록 느려지며 중력이 약할수록 빨라진다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적용되므로, 고도 약 20,000km의 정지궤도 상에서 시속 약 14,000km로 지구와 함께 도는 위성들의 시계를 보정해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 GPS 위성 1기당 3개의 세슘 원자시계가 장착되어 있으니 이 얼마나 대단한 이론과 기술을 이용하고 있는 것인가?
태생이 미군의 군사작전을 위한 시스템인 관계로 미국은 GPS 신호에 암호화된 코드를 포함[각주:4]시켜 정확도를 떨어뜨리거나 지역별로 수신을 차단시킬 수도 있는 선택적 유효성 기능[각주:5]을 실행시켜 왔으나 2000년도 이후 해제함으로써 네비게이션의 시대를 열어 주었다. 그럼에도 GPS는 10m 내외의 오차를 가지므로, EU와 ESA[각주:6]는 '갈릴레오'라고 하는 오차 범위 1m 이내의 보다 정밀한 민수용 체계를 개발 중이며 우리나라도 공식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것이 먼저 자리 잡았었다면 수많은 차량의 대시보드 위를 차지한 채 도로를 누비는 위치 확인 시스템의 명칭은 갈릴레오가 되었을 것이다. 갈릴레오 판매, 갈릴레오 업그레이드, 매립형 갈릴레오, DMB 갈릴레오!          
가던 길, 다시 로마로 가자. 수학자[각주:7]이자 철학자인 지오다노 브루노[각주:8]가 52세의 나이로 화형에 처해진 곳이 바로 Campo de' Fiori였다.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는 반종교적 우주관에 대해 내려진 형벌이었으나, 이미 7년 9개월 간의 투옥 생활을 거치면서도 브루노는 신념을 버리지 않았으며, 재판정에서도 '나의 두려움보다 판결문을 읽는 당신들의 두려움이 더 클 것이다.'라며 다가올 세상에 대한 선각의 증명을 남겼다.[각주:9] 
학문의 자유를 거부하고 과학적 진리에 눈감은 종교로 인해 지중해에 머물던 학문, 문화, 경제의 주도권은 네덜란드와 영국으로 기울게 된다. 르네상스는 쉬이 꽃 피워진 것이 아니었으며, 브루노는 자신이 산 채로 불태워졌던 로마의 너른 광장에 동상으로 되돌아와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하는 21세기의 지구를 지금 이 순간에도 바라보며 서 있다.
코페르니쿠스는 '대변혁에 버금가는 사고의 전환'에 이름을 빌려주며[각주:10] 칭송 받고 있고, 갈릴레이는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는 속삭임으로 자신을 변호했으나, 브루노는 외롭기만 하니 그를 향한 존경의 헌사를 생각해본다. 생명조차 내놓을 수 있는 단단무타한 신념의 준수를 '브루노적 실천'이라 하여도 좋겠다. 




창백한 푸른 점,[각주:11] 지구의 모습이다.




패션과 디자인 산업에의 숙명을 국경선이 말해주는 이탈리아




로마 외곽의 푸르름이 인상적이다. Green belt 정도가 아니라 Green area라 할 만하다.




볼수록 편리한 세상이다. 이러한 위성 사진을 쉽게 구할 수 없었던 2005년 이전에는 국토지리정보원이나 종로의 지도 판매점을 오가는 수고를 하여야 했다.




지명 좌측, 희미한 회색의 사각 테두리 안이 Campo de' Fiori이다.




길게 드리워진 브루노의 그림자가 보인다.




3D가 구현되는 구글 어쓰를 바라는 이용자가 필자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럴 리가!




부르노 동상

Ettore Ferrari, 1848–1929, 이탈리아

촬영자 : Ronnie R 
촬영일 : 2010년 6월 13일 
출처 : http://www.flickr.com/




  1. '꽃의 들판'이라는 뜻 [본문으로]
  2. Global Positioning System [본문으로]
  3. 24대 중 12대는 지평선 아래에 있으므로 신호를 수신할 수 없다. [본문으로]
  4. 상용 GPS는 C/A 코드를, 군용 GPS는 M/P(y) 코드를 사용한다. 군용 코드는 출력이 높아 적국의 재밍(항법전, Navigation War)에 대한 방호력이 강하다. 우리나라는 독자적인 항법체계를 운용하지 않는 까닭에 GPS의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대응책으로 'Loran-C'라는 의사위성체계를 사용하고 있다. 이는 위성을 띄우지 않고 고지대나 무인항공기에 고출력 송신기를 장착하는 방식으로서, 국토해양부 주관 하에 'eLoran'으로의 대체를 추진 중이다. 나아가 대통령 특명사업인 '번개사업' 중에는 ‘지상기반항법체계(GBNS, Ground Based Navigation System)'라는 독자 항법체계의 연구 개발을 2012년까지 마치는 계획이 포함되어 있다. [본문으로]
  5. SA(Selective Availability) [본문으로]
  6. 유럽우주기구, European Space Agency [본문으로]
  7. 당시 수학자는 천문학자이기도 하였다. [본문으로]
  8. Giordano Bruno, 1548~1600, 이탈리아 [본문으로]
  9. 16세기 종교에 의해 이단으로 지명되었던 니콜라스 코페르니쿠스는 재판이 열리기 전 천수를 다하였고,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지동설을 부정함으로써 생명을 부지했다. [본문으로]
  10. '코페르니쿠스적 전환' [본문으로]
  11. Pale blue dot, 1990년 해왕성을 지나며 태양계를 벗어나기 직전의 보이저 1호가 촬영한 지구를 칭하며, 칼 세이건의 저서로 익히 알려져 있다. 물론 구글 어쓰의 지구 이미지는 이와 관련이 없다. [본문으로]

'별표 원고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1 대한민국 별축제  (2) 2011.05.16
받아들여진다는 것  (2) 2011.05.13
PTTU와 월상(月相)  (0) 2010.10.27
LOT 162 / SALE 7706  (0) 2010.10.20
저작권법에 관하여  (0) 2010.10.09
Posted by TOTM
,

내 것과 네 것

별꽂이 2010. 11. 3. 21:24

 

사진가를 보호하는 사진저작권, 김승곤[각주:1]


 

http://www.moazine.com 




일상을 순회하며 살아가는 평범한 대다수에게 자신의 선의가 악의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은 흔치 않은 경험이며 이를 의도할 사람은 더더욱 없다. 하지만, 저작권과 관련하여서는 삶을 위해 몰아쉬던 가쁜 숨을 잠시 골라야 할 필요가 있다. 블로그는 개인사의 기록이라는 사적 기능과 대중을 향한 정보의 제공이라는 공적 역할을 함께 한다. 따라서 글을 올리는 행위는 모니터 뒤의 누군가에 대한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 블로거의 어깨 위에 빛나는 견장이 올려질 수도 있고, 원치 않는 멍에를 걸머지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위와 같이 어려운 문제에 대해 정확히 해석하고 구분 지어 줄 기준을 접하기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니, 나름의 발품으로 참고할 만한 안내들을 찾는 수고가 필요하다. 비록 최신의 기사는 아니나 유익한 일독이 될 김승곤님의 글을 스크랩[각주:2]하여 올린다.

 




 

  1. 사진예술 2006년 4월호 [본문으로]
  2. '모아진'은 스크랩을 허용하는 인터넷 매체로서 간단한 방법으로 이용할 수 있다. [본문으로]

'별꽂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How to catch a star  (2) 2010.12.08
Papa, Please get the moon for me  (0) 2010.12.08
'별과 우주'의 시작과 끝  (0) 2010.10.11
디지털이 오다 2  (0) 2010.10.09
Takei Shingo 사진집  (0) 2010.10.08
Posted by TOT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