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진을 거쳐 강릉에 다녀올 일이 있었다. 등대라는 해양 구조물이 발산하는 고귀한 빛줄기와 별빛을 함께 담고자 카메라와 삼각대를 챙겨 갔다. 하지만 칠월 하순이 어떤 때이던가? 어깨에 힘을 뺐을 뿐, 비 뿌릴 위세 여전한 장마가 살아 있지 않은가? 커튼처럼 열리고 닫히며 희망을 희롱하던 낮 동안의 구름은 밤새 부슬비를 내려 주었다. 차라리 달구비가 왔더라면 깨끗이 접었으련만 하늘을 살피느라 잠만 설치고...
풍경을 찍기도 하고, 사람을 담기도 하며 서로 다른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 사진이다. 어쩌면, 비에 젖은 주문진의 등대가 보여 줄 수 있는 절정의 순간이 기다리고 있었을 지 모른다. 하지만, 별빛이 주연인 사진을 찍고 싶었다. 마음에 그리는 장면이 아닐 때 버릴 수 있는 미련함으로 담벼락을 뚫는 날이 언젠가 올 것이다.
2012년 7월, 5D mark Ⅲ, EF 24mm F1.4L Ⅱ
낮에 주문진항을 돌아보다 촬영하였다. 클릭하면 원본 크기로 볼 수 있으니 숨어 있는 별들을 찾아보자. 10개의 별이 사진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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