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진을 거쳐 강릉에 다녀올 일이 있었다. 등대라는 해양 구조물이 발산하는 고귀한 빛줄기와 별빛을 함께 담고자 카메라와 삼각대를 챙겨 갔다. 하지만 칠월 하순이 어떤 때이던가? 어깨에 힘을 뺐을 뿐, 비 뿌릴 위세 여전한 장마가 살아 있지 않은가? 커튼처럼 열리고 닫히며 희망을 희롱하던 낮 동안의 구름은 밤새 부슬비를 내려 주었다. 차라리 달구비가 왔더라면 깨끗이 접었으련만 하늘을 살피느라 잠만 설치고...

풍경을 찍기도 하고, 사람을 담기도 하며 서로 다른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 사진이다. 어쩌면, 비에 젖은 주문진의 등대가 보여 줄 수 있는 절정의 순간이 기다리고 있었을 지 모른다. 하지만, 별빛이 주연인 사진을 찍고 싶었다. 마음에 그리는 장면이 아닐 때 버릴 수 있는 미련함으로 담벼락을 뚫는 날이 언젠가 올 것이다. 

 

 

 

 

 

 

2012년 7월, 5D mark Ⅲ, EF 24mm F1.4L Ⅱ

 

 

 

낮에 주문진항을 돌아보다 촬영하였다. 클릭하면 원본 크기로 볼 수 있으니 숨어 있는 별들을 찾아보자. 10개의 별이 사진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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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지하는 물건이 많으면 그만큼 분실할 위험도 커진다.[각주:1] 더욱이 출사 시에는 크고 작은 장비들을 지참하게 된다. 렌즈 캡, 릴리즈, 헤드랜턴, 충전지, 안경, 주머니 난로, 필터, 수준기 등 생각보다 다양한 악세사리를 수시로 사용하는데, 이것들을 가방이나 배낭에 넣었다 빼려면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다. 철야 촬영의 수월성은 체감 피로와도 상관 있으므로 가급적 안락하게 촬영에 집중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이를 도와 주는 장비 중의 하나가 촬영 조끼이다. 수많은 주머니가 주는 수납성과 어떤 옷 위에도 착용 가능하다는 실용성이 장점이다. 필자는 그동안 MATIN 촬영조끼 13(베이지)을 L과 XXL 두 사이즈로 구비하여 사용해 왔다. L은 봄부터 가을까지, XXL은 겨울철 다운 파카 위에 입었다. 하지만, XXL 조차도 다운량이 많은 파카에는 역부족이므로 혹한기에 사용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 

촬영 조끼를 대체할 제품이 없을까 궁리하던 중 2012 P&I에서 빛을 보게 된다. 사진종합상사 부스에서 NEWSWEAR사의 Foul Weather Chestvest를 발견한 것이다. 당시엔 마음에만 담았다가, 지난 7월 사진종합상사를 방문[각주:2], P&I에서의 인연에 힘입어 이벤트 가격으로 구입하였다.

서양인 체구를 기준으로 제작되어 어깨끈이 긴 편인데, 벨크로를 제거하면 길이 조절이 자유로워져 몸에 맞추기 편리하다. 체구에 관계 없이 착용할 수 있으며, 여름엔 촬영조끼보다 시원하고, 겨울엔 옷의 두께를 불문하고 걸칠 수 있으므로 매우 편리한 제품이 아닐 수 없다. 

 

 

 

 

MATIN 촬영조끼 13

(사진 출처 : 필름나라)

 

 

 

 

   NEWSWEAR Foul Weather Chestvest

 

카메라 바디를 감싸고 있는 방수용 연장부는 평상 시 내부에 넣은 후 사방으로 밀착시키면 없는 듯이 쓸 수 있다.

(사진 출처 : 사진종합상사)

 

 

 

 

위 사진과 같이 옆으로 착용하는 방법도 있다.

(사진 출처 : 사진종합상사)

 

 

 

  1. 어제는 딸아이와 함께 교보문고에 갔다 노스페이스 보냉 백을 두고 왔다. 챙길 것이 많았는데 용케도 카메라는 들고 왔다. ㅜㅜ [본문으로]
  2. 충무로 월포와 매장을 공유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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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누구를?

별표 원고지 2012. 6. 17. 15:17

 

 

2007년 국제표준화기구(ISO)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기존의 방사성 물질 위험표지 대신 새로 발표한 로고. 핵물질의 위험에 대한 지식이 모두 사라진 뒤에도 위험을 전달할 수 있도록 고안했다.

1991년 미국 에너지부(DOE)에는 언어학자, 인류학자, 공상과학소설가, 미래학자, 과학자들로 구성된 팀이 꾸려졌다. 이들의 임무는 미국 뉴멕시코주의 ‘장수명 폐기물 심지층 처분장’(WIPP) 주위에 세울 석조물에 새겨질 경고표지와 문구를 결정하는 것이다.

우선 영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프랑스어, 중국어, 아랍어 및 인디언 나바호족의 언어로 경고문을 적되 미래의 언어로 번역될 공간을 남겨 놓기로 했다. 위험을 상징하는 표지로는 화가 뭉크의 ‘절규’를 그려넣는 방안 등이 고려되고 있다. 이들은 2028년까지 최종안을 만들어 미국 정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위 로고와 기사는 2012년 3월 9일자 한겨레신문 10면에 실린 내용이다.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는 약 20만 년 전부터 지구 상에 나타나 약 4만 년 전부터 번성하였다고 한다. 원자력발전 연료인 우라늄(235U)은 7억 년, 부산물인 플루토늄(Pu)은 2만4천 년, 넵투늄(Np)은 200만 년의 반감기를 가진다. 선사와 역사를 더한 시간보다도 오래도록 뭇 생명을 병들게 할 방사성물질은 인간의 관리 능력 안에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전을 고집하는 인간이 후세를 걱정함은 잔인함이자 속임수이다. 우리들에게 양심이 남아 있다면 '악어의 눈물'이라는 표현은 '인간의 눈물'로 바꾸어 써야 한다.     

 

 

 

 

 

원전에서 사용된 장갑 한 켤레가 품은 방사성물질조차 우리들의 목숨보다 긴 반감기를 가진다. 자연 앞에 겸손한 삶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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