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D mark Ⅲ, EF 24mm F1.4L Ⅱ

 

 

 

마트에서 사 온 현대판 조롱이떡을 먹었다. 조롱박을 대체한 별과 클로버와 하트가 앙증맞다. 포장에 찍힌 유효기간은 하루였다. 단 하루 동안 만들어지고, 팔리고, 식탁에 올라야 한다. 유효기간이라는 낱말은 은근한 재촉을 통해 사람을 긴장시키곤 한다. 이 세상 한 자리를 채운 뭇사람 가운데 유효기간 없는 이가 어디 있던가? 길고 짧음의 차이가 있을 뿐 앞면에는 점유 권한이, 뒷면에는 소멸 의무가 새겨진 작은 동전에 지나지 않는 것이 우리들이다.

흔치 않은 쇠붙이는 귀금속이라 하여 대접받으며, 근래엔 희토류가 드날린다. 이렇듯 희소성은 값어치의 조건이지만, 이 한 가지로는 설명되지 않는 가치를 떠올려 본다. 떡으로 화한 클로버가 행운을, 하트는 사랑은, 별은 영원을 상징한다면, 이들을 묶는 끈은 한시성이다.

때에 맞지 않거나 일상적인 행운은 반갑지 않으며, 언제라도 곁에 둘 수 있는 사랑은 갈등으로 퇴색된다. 무한한 듯 빛나는 별조차 탄생과 죽음의 운명을 가졌기에 아름답다. 영원할 수 없으며, 사라지고 만다는 한시성이야말로 모든 것에 내재하는 공통적 속성이며, 가치의 고갱이일 것이다.

뒤죽박죽 섞여 있는 별과 하트와 클로버 사이에서 관계와 한계를 솎아 본 오후, 하나 둘 사라지던 별들을 사진으로 남겨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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雨走船

우주적 Camera Eye 2012. 10. 22. 11:22

 

 

OLYMPUS μ TOUGH-8010[각주:1]

 

 

 

월요일 아침, 출입문에 맺힌 빗방울들이 은하의 중심부로 안내하는 雨走船을 탔다.

암흑물질 세 줄기가 별빛을 일깨운다. 

 

 

 

 

 

  1. 이 사진을 마지막으로 8010을 처분하였다. 예상치 못한 순간 앞에서는 그 어떤 카메라보다 유용한 것이 똑딱이였다. 필카 한 번과 디카 한 번의 추락사고 후 선택한 이 아웃도어용 카메라는 늘 듬직하였지만, 성능의 한계를 외면할 수 없을 때 기변한다는 필자의 기준선에 도달하고 말았다. 마침, 똑딱이들의 군웅할거 시대이니 또 하나의 영웅을 만나야겠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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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D mark Ⅲ, EF 17-40mm F4L USM

 

 

 

천정에서 내려온 별이

선장을 기다리는 내가

웅크린 여객선이

서로 쳐다본다.

 

누가 말했다.

눈싸움할까?

 

맨 먼저

별이 반짝였고

다음으로

배가 흔들렸다.

나는 눈이 아렸지만 잘 참았다.

 

그사이

배에는 붉은 쇳기가 돋고 

내 머리엔 브리지 몇 가닥이 생겨났지만

별은 그대로다.

 

한밤에

별만이 소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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