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성을 촬영하고 싶었다. 헤일밥이나 하쿠타케와 같이 경이로운 대상을 그냥 보낸 것이 지금껏 아쉬웠기에 마음에 드는 혜성 사진을 찍을 수 있기를 바라 왔다. 기회가 온다고 하여 늘 다가갈 수는 없는 법이지만, 두 번이나 펼쳐지는 2013년의 장관에 도전하지 않는다면 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닐 것이다.
먼저 찾아온 Pan-STARRS[각주:1]의 근일점에 맞춰 10일, 11일 연이틀 등산을 했다. '유사 혜성' 하나 담는데 그치고 말았지만, 필자의 사진 지평을 넓히는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 처음 시도하는 것이라 아는 것도 부족하고 노하우도 없었지만, 나름의 방법들을 동원했다. 혜성이 육안으로 전혀 보이지 않았으므로 허블망원경이 HUDF를 찍은 것처럼 지평선 따라 '허공'을 촬영하거나, 망원렌즈를 망원경 삼아 5배율, 10배율 라이브뷰로 예상 지점을 훑어보는 식이었다.
결과는 아래와 같다. 지평선 가까이 옅은 구름층이 없고 산이 더 낮았다면 Pan-STARRS를 포착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5D Mark Ⅲ, EF 70-300mm F4-5.6L IS USM
@ 300mm
혜성인가?! 일몰 후 희뿌연 무언가가 카메라에 잡혔다.
부분 확대
태양 반대 방향으로 뻗은 꼬리, 부채꼴, 출현 시각 등 혜성으로 보기에 충분했다. 드디어 혜성을 찍는구나! 별들을 상대할 때와는 또 다른 희열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마음을 추스리고 나니 예정된 고도보다 높은 위치와 확연하게 갈라진 형태로 보아 비행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화각을 조절해 가며 몇 장 더 촬영하는 사이 조금씩 멀어지던 혜성은 끝내 호를 그리며 방향을 틀었다. 음... 긴장감이 아쉬움으로 바뀌며 Pan-STARRS에게 바친 이틀도 막을 내렸다. 오르트 구름에서 지구 가까이 날아오는 기나긴 세월에 비하면 순간에 불과하지만, 오래도록 추억될 시간을 만들었다. 다음 달 초에는 안드로메다 은하에 근접한다니 진한 인연 이어 가고 싶다.
공식명은 C/2011 L4이다. 2011년 발견된 비주기 혜성이다. 하와이 마우이 섬 할레아칼라 산의 Pan-STARRS 망원경으로 발견하였다. [본문으로]
5D mark Ⅲ, EF 17-40mm F4L USM @ 24mm, KENKO PRO 1D PRO SOFTON-A(W)
Guam은 12월부터 6월까지가 건기라서 습도가 높지 않고 맑은 공기가 기분 좋았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여름 하늘과 같은 적운이 늘 피어 있으며, 수시로 스콜이 내려 별사진을 촬영하기엔 불편한 점이 많았다.
위 사진은 여행 닷새째, 04시발 귀국 비행기를 타기 다섯 시간 전에 어렵게 촬영한 사진이다. 정성이 지극하면 돌에도 꽃이 핀다는 말처럼 여행 내내 맑은 밤하늘을 고대한 끝에 처음으로 맞이한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었다. 혹시 몰라 삼각대에 우산을 걸어 둔 채 촬영하였으며 잠시 후 하얀 뭉게구름들이 몰려왔다.
구조물 위에 올라 목성과 플레이아데스 성단을 향하여 손을 뻗는 실루엣을 연출하고 싶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늘 구상하는 대로 찍을 수 있다면 사진은 매력 없는 예술일 것이다.
사흘째 되는 날에는 Tumon bay에 있는 Two lovers point에 다녀왔다. 원주민 남녀의 이루지 못한 사랑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이다. 위 사진 속 자리 뒤에 전망대 매표소와 계단이 있는데 필자는 남고 가족들만 올라갔다 왔다. 30분쯤 기다리는 동안 꽤 많은 관광객들이 지나갔지만 저 해시계에 관심을 갖는 관광객은 한 명도 없었다. 하지만 필자에겐 Guam에서 가장 재밌는 구경거리였다. 현재 달에 맞춰 섰을 때 나타내는 시각이 정확하여 인상적이었다.
5D mark Ⅲ, EF 17-40mm F4L
5D mark Ⅲ, EF 17-40mm F4L @ 20mm
바다 건너 왼쪽의 불 밝힌 Two lovers point를 목성과 함께 촬영하였다. 희미하게 황소자리도 보인다.
친구와 영월에 다녀왔다. 이십 년 새 일곱 번째이니 삼 년에 한 번꼴이다. 한동안 날이 따뜻해 응달에만 잔설이 희끗하였지만 태백선이 주는 깊고 먼 곳으로 가는 느낌은 여전하였다.
영월 하면 떠오르는 학부 선배가 있다. 정감록에 쓰여 있는 십승지지 즉, 난리 중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열 곳 중 하나가 영월인데 그런 산골짜기에서 자신이 왔노라고 자랑하곤 했다. M본부의 1박2일에서 말하는 '야생'이란 표현이 잘 어울리는 사람으로 백구두, 계란탕, 사다리 등 추억거리를 만들어 내는 특기가 있었다.
영월은 시간의 작품 고씨굴부터 절경 동강과 비경 서강, 단종의 아픔이 서린 청령포와 장릉, 새로운 랜드마크 별마로천문대까지 매력적인 환경, 역사, 문화가 짜임새 있게 갖춰진 흔히 않은 고장이다. 이번 여행은 12시에 청량리역을 출발해 22시에 되돌아오는 하루 여정이었으므로 고씨굴을 뺀 나머지 세 곳만 다녀왔다.
평범한 코스였으나 첫 방문지 청령포에서 돌아 나올 때는 갑가기 떠내려온 유빙에 갇히는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30분이 넘도록 얼음을 깨며 길을 낸 끝에 손님들을 다시 태운 배 안에서 의외성이라는 여행의 진수에 감탄하는 여행객들과 보기보다 위협적이었던 유빙을 동영상으로 담았다.
2012년 12월 16일, 5D mark Ⅲ, EF 8-15mm f4L Fisheye USM @ 15mm
Acrossing the Seo River by icebreaker in Yeongwol-gun, Gangwon-do, Korea
Due to the cold and winds of the Seo River, floating ice gathered on the course of passenger boat. Accordingly passenger boat was forced to become a icebreaker. ^^
장릉을 거쳐 별마로천문대에 올랐다. 영월 시내에서 봉래산 정상의 천문대까지 택시를 타니 왕복 삼만 원의 규정 요금을 받았다. 한 시간쯤 머물겠다 하니 기사님이 내려가지 않고 기다려 주셨다. 삼만 원으로 택시를 대절하는 셈이다.
플라네타리움과 같은 천문대 시설을 이용할 생각이 아니었으므로 곧바로 활공장으로 가 삼각대를 펼쳤다. 하지만, 아래 사진에 보이듯 돔 측면의 조명이 지나치게 밝아 촬영에 지장을 줄 정도였다. 심심산중의 천문대까지 와서 광해와 마주하는 상황이 안타까웠으나 내내 옅은 구름에 가렸던 하늘에 별들이 나타나 줌으로써 기분 좋게 마침표를 찍은 여행이 되었다.
2012년 12월 16일, 5D mark Ⅲ, EF 8-15mm f4L Fisheye USM @ 8mm
돔 위의 목성을 주인공 삼아 해발 799.8m 봉래산 정상에 설치된 모든 인공물들을 담았다. 전천을 찍을 수 있는 화각이다 보니 황소부터 페르세우스, 카시오페이아, 세페우스, 안드로메다, 페가수스 등 이름 난 별자리들이 다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