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ry Night'에 해당되는 글 93건

  1. 2011.09.07 별비
  2. 2011.09.01 나무는 별을 향해 자란다 2
  3. 2011.09.01 별에게 가는 계단
  4. 2011.08.01 안녕, 경춘선
  5. 2011.07.20 바위, 그리고 별
  6. 2011.07.20 월령 19.1일의 달그림자
  7. 2011.07.14 낮과 밤 사이
  8. 2011.07.05 우리 둘이서
  9. 2011.07.05 미자르와의 통화
  10. 2011.07.02 여덟 달 기다린 별빛 4

별비

Starry Night/강 2011. 9. 7. 21:20


5D Mark Ⅱ, EF 24-105mm F4L IS USM



별이 비 되어 내린다
늪은 젖지 않는데 나는 젖는다
별의 귓속말이 새벽보다 차갑다
가까이서 떠오를 아침을
메마른 땅을
우산 없이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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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D Mark Ⅱ, EF 24mm f1.4L Ⅱ USM


그리운 학부 시절, 미술관 앞 낙우송 옹이 속에 청개구리 한 마리가 살고 있었다. 어느 날 그곳을 떠난 녀석이 저 나무를 볼 때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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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D Mark Ⅱ, EF 24mm f1.4L Ⅱ USM



별은 멀리 있어 아름답고, 늘 거기에 있어서 잊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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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이 저물어 가던 12월 20일 밤, 마지막임을 아는 듯 짙은 안개가 남춘천역을 휘감았다. 젊은 날 녹내 나는 춘천행 기차에 올라 보지 않은 청춘도 드물 것이다. 복선으로 교행하며 앞만 보고 달릴 새 전철의 완공으로 낡은 경춘선은 더 이상 운행하지 않는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세상 일에 덮여 있던 오래된 기억들이 잡힐 듯 펼쳐졌다.  
상하행을 예매했으나 돌아오는 기차를 놓쳐 다시 표를 끊었던 그날, 세상으로부터 받은 것이 참 많았던 지난 날들을 돌아보며 필자는 무엇을 주고 있고, 줄 수 있을까 자문해보았다. 


 

                                2010년 12월 20일, 남춘천역, 5D Mark Ⅱ, EF 24mm f1.4L Ⅱ USM

                                         주광색 형광등의 사무적인 불빛 속을 걷는 탑승객들



 

                            2010년 12월 20일, 남춘천역, 5D Mark Ⅱ, EF 24mm f1.4L Ⅱ USM

경춘선은 이제 없다.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진 그날의 플랫폼처럼, 함께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만 기적을 울릴
                것이다. 카메라를 손에 들고 추억을 박제하던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인상 깊었던 밤이다.  


 

                                                            

2011년 7월 30일, 경강역, 5D Mark Ⅱ, EF 24mm f1.4L Ⅱ USM


경강역은 경기도와 강원도의 첫 글자를 따서 붙인 이름이다. 경기도의 끝, 강원도의 시작으로서 가평에서 북한강 건너 첫 번째 역인 이 곳을 경춘선이 멈추고 일곱 달이 지난 2011년 7월 30일에 찾아보았다. 
모든 역에 정차하는 비둘기호가 운행되던 90년 초, 필자가 탄 비둘기호 상행 열차가 백양리역에 서지 않고 경강역까지 와버린 일이 있었다. 후진하여 백양리로 돌아가 승객을 탑승시켰는데, 복선이 아니며, switchback도 아닌 선로에서 일어났던 그 날의 작은 사건이 기억에 선하다. 
어느새 선로들이 뜯겨 나가고, 플랫폼과 역사들도 허물려 주차장으로 변해 가는 경춘선에서 옛 모습 아직 잃지 않은 백양리역, 이 곳에 내리는 별빛이 담고 싶어 먼 길 마다하지 않았으나 하늘은 밤이 되도록 흐리고야 말아 삼각대는 펼치지 못하였다.  
영화 '편지'에서의 아담한 모습이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으며, 지금도 회자되는 아름다운 대사들을 간직한 작은 역사는 다시 열릴 일 없음을 안내하듯 굵은 못질이 된 채 닫혀 있었다. 출입문을 가로지른 우악스런 빗장을 보노라니 지난 날 환유[각주:1]의 소망이 오늘의 경강역을 위한 위로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가 걸을 때, 난 너의 발을 부드럽게 받쳐 주는 흙이 될 거야.
               네가 앉을 때, 난 너의 무릎 밑에 엎드린 넓고 편평한 그루터기가 될 거야.
               네가 슬플 때, 난 너의 작은 어깨가 기댈 고목나무가 될 거야.
               네가 힘들 때, 난 두 팔 벌려 하늘을 떠받친 숲이 될 거야.
               네가 울 때, 난 별을 줍듯 너의 눈물을 담아 기쁨의 생수를 만들 거야.




마을 주차장이 된 경강역, 2011년 7월 30일.



 

사람 떠난 이 곳에도 새 주소가 붙었다. 2011년 7월 30일.




경강역으로 가는 어귀에는 복선 전철화 공사를 알리는 때늦은 건설표지가 서 있다. 2011년 7월 30일,





  1. 박신양 분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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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D Mark Ⅱ, EF 24mm f1.4L Ⅱ USM



                                                              바 위

                                                                               유치진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에 물들지 않고
                                               희로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년 비정의 함묵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는 생명도 망각하고
                                               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
                                               꿈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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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D Mark Ⅱ, EF 24mm f1.4L Ⅱ USM


가끔은 달그림자도 보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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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YMPUS E-10, 2005년 9월 7일


붉은 노을이 차오르고 있는 파란 하늘 위에 초승달과 금성과 목성이 모여 있다. 스스로는 빛을 낼 수 없는 이들처럼 혼자서는 아름다울 수 없는 것이 우리네 삶이다. 



OLYMPUS E-10, 2005년 9월 7일


어두워지자 처녀자리의 알파별 Spica가 지구조를 보여주는 달 아래에 나타났다. 위성과 행성이 항성보다 밝은 것은 삶 속에 도사리고 있는 역설들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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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D Mark Ⅱ, EF 24mm f1.4L Ⅱ USM


 

마지막을 함께 하기로 한[각주:1] 별똥별[각주:2] 둘이 견우와 직녀 사이를 건너고 있다.


 
  1. 위 사진은 60장의 사진을 합성한 것으로, 희미한 유성은 밝은 유성이 찍힌 다음다음 사진에 나타났다. 장노출 사진에서 한 장을 건너뛰고 촬영되었고, 형태가 직선이므로 서로 다른 유성이라고 생각하지만, 유성흔일 수도 있다. 유성흔(meteor train)은 순간적으로 사라지는 단흔과 몇 분 또는 그 이상 빛이 나는 영속흔으로 구분하는데, 일반적으로 후자를 유성흔이라 한다. 단흔은 대기와의 마찰열로 유성의 구성물질이 연소되는 것이지만, 영속흔은 진입속도가 빠르고 크기가 큰 유성에 의한 마찰열에 대기가 반응한 자취이며, 유성은 대부분 중간권 이상의 고도에서 연소되므로 영속흔 형태의 변화 양상으로 상층 대기의 상태를 가늠할 수 있다. [본문으로]
  2. 섬광의 양 끝이 예리한 것으로 보아, 별똥별이 아니라 '이리듐 플레어(Iridium flare)'일 수도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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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D Mark Ⅱ, EF 24mm f1.4L Ⅱ USM


저의 목소리가 들리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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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 1일 22시부터 23시까지 작은곰, 세페우스, 용, 백조의 하강을 담았다. 35mm와 45mm 사이의 화각을 가진 67 렌즈의 부재가 아쉬웠던 사진이지만, 촬영일로부터 만 8개월이 지난 2011년 7월 2일에서야 현상하였음에도 열화나 변색이 없는 화질을 보여준다. 그래도, 제습보관함을 믿기보다는 촬영 후 바로 현상소에 맡기는 것이 흠 없는 사진을 만드는 정석이다.
두 대의 펜탁스67에 VELVIA 100을 한 롤씩 넣고 촬영한 단 두 컷 가운데 하나로서, 별빛을 시간 단위로 누적시키는 일주사진은 한 밤에 여러 장 촬영하기가 쉽지 않다. 필자는 통상 두 대의 카메라를 들고 나가는데 120 한 롤에 세 장을 넘겨 본 적이 없다. 카메라가 여러 대면 산술적으로 많이 찍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장비의 무게가 감당하기 버거워지고, 삼각대를 배치하는 장소도 서로 멀어지게 되며, 파인더와 실경을 번갈아 보며 구도를 잡는 데에도 의외로 시간이 소요되므로 몸과 마음이 여유롭지 못하고 집중도가 떨어지게 된다.
주력인 펜탁스67에 핫셀블라드 500C/M까지 세 대를 광범위하게 펼쳐놓았던 어느 날엔 건망증이 심하면 한 대는 놓고 와도 모르겠다는 우스운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두 대 이하가 적정선이다.     

 

 

 

 

2010년 11월, 펜탁스67, SMC 45mm f4, EPSON 4990 자가 스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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