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민천문대에 오르려면 여느 천문대와 마찬가지로 비탈길을 통해야 한다. 하지만, 짧은 진입로 끝의 모퉁이를 돌면 나타나는 천문대는 산정보다는 언덕에 자리잡았다고 하는 편이 바르다.

시내의 대로변에 위치하며, 어린이와 일반인에게 개방된 대전시민천문대[각주:1]는 천문학의 대중화를 표방하여 설립된 제1호 시민천문대이다. 비구름 사이로 간혹 하늘이 드러나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가족 단위의 방문객들이 눈에 띄고, 특강에 참여하는 학생들로 강의실이 북적이는 모습에서 목표 진로를 따라 순항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시민천문대의 탄생과 '하늘 놀이터'라는 별칭에는 한국천문연구원 3, 4대 원장 박석재 박사의 철학이 녹아 있다. 세상과 거리를 둔 학자들의 전유물이 아닌 함께 즐기는 학문으로서의 천문학을 추구해 온 분답다.

육체의 수명은 텔로미어의 길이에 비례한다지만, 국가의 흥망은 어린이들의 마음씨와 상상력에 달려 있다. 동네마다 도서관과 천문대를 세우고, 차세대를 정책의 중심에 두는 나라는 시대의 흐름과 미래의 방향을 이끄는 우주적 수준의 국력과 매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떡도 떡같이 못 해 먹고 찹쌀 한 섬만 없애는 어른들이 흙 한 줌으로 연금술을 펼치는 어린이들로부터 배울 게 많은 대한민국이기에 시민천문대와 같은 과학적 문화 공간은 다다익선이며,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늘 놀이터'를 모토로 하는 대전시민천문대 전경

 

 

 

 

매주 토요일 '별 음악회'가 열리는 플라네타리움

 

 

 

 

우주정거장이 떠오르는 ZEISS사의 SKYMASTER ZKP 3

 

 

 

 

구경 254mm로 국내 최대인 주망원경. 우리나라 대부분의 천문대가 반사식 망원경을 사용하는 것과 달리 굴절식이다.

 

 

 

 

안내 리플릿 표지

 

 

 

 

안내 리플릿 속지

 

 

 

  1. 입장료나 관람료, 시설 이용료가 없다. 세상에 무료라니!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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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중심에서 별을 바라보다

 

 

 

네이버 천문동호회 '별하늘지기'는 위 주제로 7월 28일부터 8월 12일까지 대전시민천문대에서 2012  천체사진 전시회를 열었다.

런던올림픽 일정에 맞춰(?) 개막식 다음 날 시작하여 폐막일이 같았던 이번 전시회를 보기 위해 내리 비를 맞으며 고속도로를 달렸다. 대체로 전시회 마지막 날은 작품 반출이 이뤄지기 때문에 가급적 피해야 하지만 부득이 일요일 오후를 택하게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관람을 위해서는 너무 늦은 시간인 5시쯤 대전시민천문대에 도착하니 작품들은 이미 정리가 된 후였다. 아쉬웠지만, 천문대 시설을 둘러보는 쪽으로 방향을 돌려 플라네타리움[각주:1]을 거쳐 주관측실에 올라가 있으니 입구에서 인사를 나눴던 별하늘지기 운영자 안해도님이 찾아왔다. 차에 실어 놓은 액자들을 다시 꺼내 오겠다는 과분한 배려를 겨우 사양하고 주차장으로 내려가 작품 하나 하나에 대해 설명 들으며 살펴보는 호사를 누렸다. 이 글을 통해 다시 감사드린다. 

별하늘지기는 전국적인 회원망[각주:2]과 일부 해외파로 구성되어 있으며, 내실 있게 운영되는 천문동호회 가운데 하나이다. 특히, 대상으로 삼는 천체와 이를 표현하는 수단에서 에스프리가 느껴지는 모임이다. 내년도 전시는 부산에서 하게 될 듯하다는 운영자의 말을 들으며 언제 어디서나 옹글게 발전하는 별하늘지기로 나아가기를, 별에 사로잡힌 사람 더 많은 세상이 되기를 기원하였다.

 

 

 

 

리플릿 표지

 

 

 

 

리플릿 속지

 

 

 

  1. 천문우주기획의 권오철님이 제작에 참여한 영상물이 인상적이었다. 모니터로만 보던 AAO와 독도의 밤하늘을 거대한 반구에 투영하니 현장감이 상당하였다. [본문으로]
  2. 이번 대전행에서는 별만세 회원이기도 하며 '우주 유영' 연작 등 개성 있는 천체사진을 추구하는 정용석 군도 만날 수 있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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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월광

Starry Night/달 2012. 8. 10. 16:48

포구에 놓인 작은 배 한 조각에 달빛이 내리고 있다. 파도 너머 바다를 상대하기엔 작은 몸집을 가졌지만, 유원지 오리 보트와의 비교는 올차게 사양할 만한 내력을 지녔을 것이다.

말없이 마음을 두드리는 작은 것들이 '얼마나'로 나타내는 외양보다 '어떻게'로 수식되는 내실에 수렴하는 8월을 보내고 있는지 묻는다. 그런 여름, 가을, 겨울, 봄을 살고 싶다.

 

 

 

 

 

2012년 8월, 5D mark Ⅲ, EF 17-40mm F4L U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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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 5D mark Ⅲ, EF 17-40mm F4L USM

 

 

새벽닭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항구가 있다. 밀물 차오르는 창후항의 어스름 속에 여객선과 고깃배들이 정박해 있다. 구름 사이로 보름달도 바쁘다. 비릿한 갯내음에 긴장감이 스며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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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 5D mark Ⅲ, EF 17-40mm F4L USM

 

 

바다가 달을 따라 포구 멀리 나갔다. 사는 동안 사람 곁을 다녀가는 많은 것들이 그러하듯 밀썰물이 개펄에 골을 내었다. 어디는 깊고 어디는 얕은 갯고랑이 세상살이를 그려 놓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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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진을 거쳐 강릉에 다녀올 일이 있었다. 등대라는 해양 구조물이 발산하는 고귀한 빛줄기와 별빛을 함께 담고자 카메라와 삼각대를 챙겨 갔다. 하지만 칠월 하순이 어떤 때이던가? 어깨에 힘을 뺐을 뿐, 비 뿌릴 위세 여전한 장마가 살아 있지 않은가? 커튼처럼 열리고 닫히며 희망을 희롱하던 낮 동안의 구름은 밤새 부슬비를 내려 주었다. 차라리 달구비가 왔더라면 깨끗이 접었으련만 하늘을 살피느라 잠만 설치고...

풍경을 찍기도 하고, 사람을 담기도 하며 서로 다른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 사진이다. 어쩌면, 비에 젖은 주문진의 등대가 보여 줄 수 있는 절정의 순간이 기다리고 있었을 지 모른다. 하지만, 별빛이 주연인 사진을 찍고 싶었다. 마음에 그리는 장면이 아닐 때 버릴 수 있는 미련함으로 담벼락을 뚫는 날이 언젠가 올 것이다. 

 

 

 

 

 

 

2012년 7월, 5D mark Ⅲ, EF 24mm F1.4L Ⅱ

 

 

 

낮에 주문진항을 돌아보다 촬영하였다. 클릭하면 원본 크기로 볼 수 있으니 숨어 있는 별들을 찾아보자. 10개의 별이 사진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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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지하는 물건이 많으면 그만큼 분실할 위험도 커진다.[각주:1] 더욱이 출사 시에는 크고 작은 장비들을 지참하게 된다. 렌즈 캡, 릴리즈, 헤드랜턴, 충전지, 안경, 주머니 난로, 필터, 수준기 등 생각보다 다양한 악세사리를 수시로 사용하는데, 이것들을 가방이나 배낭에 넣었다 빼려면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다. 철야 촬영의 수월성은 체감 피로와도 상관 있으므로 가급적 안락하게 촬영에 집중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이를 도와 주는 장비 중의 하나가 촬영 조끼이다. 수많은 주머니가 주는 수납성과 어떤 옷 위에도 착용 가능하다는 실용성이 장점이다. 필자는 그동안 MATIN 촬영조끼 13(베이지)을 L과 XXL 두 사이즈로 구비하여 사용해 왔다. L은 봄부터 가을까지, XXL은 겨울철 다운 파카 위에 입었다. 하지만, XXL 조차도 다운량이 많은 파카에는 역부족이므로 혹한기에 사용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 

촬영 조끼를 대체할 제품이 없을까 궁리하던 중 2012 P&I에서 빛을 보게 된다. 사진종합상사 부스에서 NEWSWEAR사의 Foul Weather Chestvest를 발견한 것이다. 당시엔 마음에만 담았다가, 지난 7월 사진종합상사를 방문[각주:2], P&I에서의 인연에 힘입어 이벤트 가격으로 구입하였다.

서양인 체구를 기준으로 제작되어 어깨끈이 긴 편인데, 벨크로를 제거하면 길이 조절이 자유로워져 몸에 맞추기 편리하다. 체구에 관계 없이 착용할 수 있으며, 여름엔 촬영조끼보다 시원하고, 겨울엔 옷의 두께를 불문하고 걸칠 수 있으므로 매우 편리한 제품이 아닐 수 없다. 

 

 

 

 

MATIN 촬영조끼 13

(사진 출처 : 필름나라)

 

 

 

 

   NEWSWEAR Foul Weather Chestvest

 

카메라 바디를 감싸고 있는 방수용 연장부는 평상 시 내부에 넣은 후 사방으로 밀착시키면 없는 듯이 쓸 수 있다.

(사진 출처 : 사진종합상사)

 

 

 

 

위 사진과 같이 옆으로 착용하는 방법도 있다.

(사진 출처 : 사진종합상사)

 

 

 

  1. 어제는 딸아이와 함께 교보문고에 갔다 노스페이스 보냉 백을 두고 왔다. 챙길 것이 많았는데 용케도 카메라는 들고 왔다. ㅜㅜ [본문으로]
  2. 충무로 월포와 매장을 공유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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