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사물을 사랑한다.

 

사물의 형상을 알아차리고 잡아내려 애쓰는 일을 나는 좋아한다.

 

 

Leonard Coh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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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에서 우연히 발견한 보물 같은 책 이야기를 접할 때가 있다. 필자에게도 그런 행운이 찾아오기를 기대하며 적잖은 시간을 투자한 적이 있었다. 전몽각 선생님의 사진집 '윤미네 집'을 구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행운은 예기치 않은 모습으로 다가왔다. 잊고 지내던 중 포토넷에서 복간을 했고, 덕분에 초판 아닌 초판본을 간직하게 되었다. 

그리스 신화에 Pygmalion이라는 조각가가 나온다. 자신이 조각한 여인 Galateia를 지극히 사랑하였고, 이에 감동한 아프로디테 여신에 의해 그녀를 아내로 맞이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무엇이든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이 오랜 교훈은 훗날 '피그말리온 효과'로 명명되어 수많은 이들의 영혼을 지탱하는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초판 윤미네 집이라는 우연을 말하려 피그말리온을 원용하는 것은 견강부회일지 모른다. 하지만, 아프로디테의 손길에 비견하기엔 사소하다 한들 행운은 홀연 우리 곁을 찾곤 한다. 2013년에 지역 벼룩시장에서 구한 '생생 쏙 도감 별자리편'이 그랬다. 동아사이언스, 2007년 출판이라는 평범한 사실 사이에 뜻깊은 자취가 자리 잡고 있는 책이다. 고 박승철님의 별자리 사진 작품 47점이며, 그를 향한 애정 어린 인사들이며, 고인의 숨결이 깃든 사이버 공간 소개까지 하나하나가 헌정으로 느껴지는 비매판[각주:1] 도서이니, 별을 품고 사는 필부로서 행운이란 낱말을 아끼고 싶지 않다.  

그가 떠나고 강산도 변하였다. 그래도 그는 여전하다. 좋은 책들[각주:2]을 통해 우리 곁을 찾는다. 그렇게 살고 싶다. 사람들 마음 속에 살 수 있기를 꿈꾼다. 박승철님의 사진과 이름이 달리 보이는 까닭이다.

 

 

 

 

 

윤미네 집 앞표지

 

 

 

 

윤미네 집 뒷표지

 

 

 

 

생생 쏙 도감 별자리편 앞표지

 

 

 

 

생생 쏙 도감 별자리편 뒷표지

 

 

 

 

워크북 앞표지

 

 

 

 

워크북 뒷표지

 

 

 

 

 

'생생 쏙 도감 별자리편'에는 옥의 티가 있다. 동쪽과 서쪽 밤하늘의 일주운동을 표현한 삽화 두 장은 남동쪽과 남서쪽 하늘에서 볼 수 있는 별의 흐름이다.        

 

 

 

 

 

  1. 동일본이 서점에서 판매되고 있으나, 필자에게 들어온 것은 동아사이언스 정기구독자를 위한 비매품이다. [본문으로]
  2. http://blog.naver.com/star_party의 블로그 히스토리 참고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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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승일 사진전

별꽂이 2014. 4. 6. 09:32

지난 2월 17일에는 인사동 아라아트센터에서 열렸던 안승일님의 '불멸 혹은 황홀'전을 보고 왔다. 신문에서 본 인터뷰 기사가 필자를 이끌었다.

 

 

이제 그는 "더는 백두산 사진을 찍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너무 자신만만한 것 아니냐고 묻자 말했다. "산 사진 잘 찍는 놈이요? 사진 재주가 아무리 좋다 한들 소용 없어요. 혼자 산에서 구덩이 파고 잘 수 있을 만큼 산과 가까우냐, 그게 관건이에요." 

 

 

거리에서 마주치는 모든 사람들이 사진사인 세상이다. 하루 동안 몇 장의 사진이 만들어지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시대를 향해 던지는 '남다른 사진'에 대한 정의치곤 덤덤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공감한다. '그때, 그곳에 있는 이에게 주어지는 한 번의 기회'가 좋은 사진의 첫째 조건이라는 필자의 견해와 상통한다.   

아라아트센터는 인사동에 자리한 여느 갤러리들과 달리 대작 전시를 염두에 두고 지어진 건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캔버스 인쇄와 어우러진 백두산의 면면에는 공간을 압도하는 힘이 가득하였다. 분단 상태이기에 더 뜻깊은 백두산 사진들 가운데에서도 가로 4.5m, 세로 16m 크기의 항공사진은 감상한다기보다 각인된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작품이었다. '어쩌다 이런 사진이 찍혔을까?'라고 찍은 이는 말했다. 기회를 만나고, 그것을 놓치지 않은 사진가의 겸손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사진집에는 3/4이나 잘린 채 실려 있다. 그만한 연유가 있겠으니, 받아 온 포스터로 아쉬운 마음을 달랜다.   

 

 

 

 

 

 

사진집 앞표지

 

 

 

 

 

사진집 뒷표지

 

 

 

 

 

전시장에 나와 계신 안승일님께 서명을 받았다. '삼각대'라고 알려 드리니 그 뜻을 물으시고는, 산 사진가로서의 당부를 남겨 주셨다.   

 

 

 

 

 

덤으로 주신 작은 사진집[각주:1] 앞표지

 

 

 

 

 

뒷표지

 

 

 

 

 

 

 

 

 

안승일님께서 30쪽을 찾아 손수 붙여 주신 포스트잇.

사진 아래에 '동무들 삼각대 꼭 쓰시오. 무거울수록 좋소.'라고 새겨 있다.

 

   

 

 

 

얼어붙은 천지 위에서 때를 기다리는 사진가 안승일

 

 

 

 

 

 

 

 

 

 

이십 년을 백두산 품 안에서 지냈다고 한다. 드물게, '열정'이란 낱말 하나로는 헤아리기 어려운 이들을 보게 된다. '집념'을 더하면 그들의 발자취를 고스란히 이야기할 수 있을까?         

 

 

 

 

 

  1. 산 사진가 안승일의 내력과 사진관이 소상히 쓰여져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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