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3.01.29 필름 스캔 서비스 종료
  2. 2011.07.27 필름과 일회용 카메라
  3. 2010.09.30 시간 상자

 

 

 

 

 

 

 

 

수중 카메라로 촬영한 필름을 스캔하러 코스트코에 다녀왔다. 빠르고 저렴[각주:1]하기 때문에 화질이 중요하지 않은 경우에 애용한다. 그런데, 무척 아쉬운 말을 듣게 되었다. 머지않은 시일 내에 스캔 서비스를 종료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디카가 쏟아지는 세상을 살며 필름이 영원하길 바라는 것은 어쩌면 욕심일 수 있다. 하지만, 익숙하고 정든 매체의 끝을 보는 경험은 정말이지 하고 싶지 않다.

 

 

 

 

  1. 1롤에 1500원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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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영월, OLYMPUS μ TOUGH-8010


 

판매하는 품목이 전형적인 유원지 상점이다. 한철 부산하게 오갈 여행자들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가게로서 영월 고씨굴 매표소 바로 옆에 있다. 계단을 따라 오른 시선이 필름과 일회용 카메라가 대표 상품으로 새겨진 창문에 머물렀다. 간혹 눈에 띄는, 아직은 낯설지 않은 모습이지만 새로이 생겨나는 일은 없을 것이기에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많은 가정에서 소장하고 있을 필름카메라가 바깥에서는 보기 어려워진 요즘이지만 이를 사용하는 사진인층은 여전히 두텁다. 일주사진과 같이 아직은 디지털이 따르지 못하는 분야도 있으며, LEICA, COSINA, FUJIFILM, LOMO, ROLLEI, LINHOF, VOIGTLANDER, SEAGULL 등 예술혼이라 할 만한 애정을 바탕으로 필름카메라를 생산하는 메이커들도 꿋꿋이 새로운 모델을 출시한다. 단종과 재생산을 오가는 명멸 속에서 판도를 재편 중인 필름 또한 신제품이 발매되며 안도감과 기대감을 선사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필자가 가지고 있는 필름들과 일회용 카메라를 스캔한 것으로서 최근까지 국내에 발매된 필름 중 일부인데, 이미 구할 수 없는 것들이 여럿 있다. 애용하는 제품은 두세 가지이지만 서로 다른 색감을 보여주기에[각주:1] 각각을 사용하는 즐거움이 있었으며, 개발 과정에 쏟았을 연구진들의 땀방울을 느끼며 포장을 뜯는 손맛은 디지털 세상에는 없다. 포토샵으로 그 특성을 재현할 수 있다 하여도 자연광이 만드는 단 하나의 진본과 0과 1이라는 숙명적 복제 코드를 부여받는 파일은 인간과 사이보그 만큼이나 다르게 다가온다.
매체를 불문하고 대부분의 이미지가 디지털로 출력되는 현실 아래 이리저리 구분 짓는 것은 구시대적 아집이라고 디지털 애호가 중 누군가는 열변할 것이다. 하지만, 모든 사진인은 필름과 필름카메라 앞에 겸손해야 한다. 역사 없이는 허공에 뜬 먼지에 불과한 것이 인간이므로.



 



광원과 목적에 따라 다른 필름을 선택한다는 것은 즐거움 그 자체이다. C-41 현상이 가능한 흑백 필름인 KODAK BW400CN은 올림픽 스폰서 로고를 달았다. 디지털 센서는 기념 모델이라는 것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1) 발매 50주년 기념 TRI-X 400
                                   2) 적색 성운 사진에서 전설로 남은 E200
                                   3) 기억하는가? 국민 필름 오토오토!
                                   4) Nexia와 Advantix는 유럽에서 유행한 APS 카메라용 필름이다.



                       

                         1) 일회용 카메라로는 드물게 흑백 필름을 사용하는 ROLLEI Black & White
                         2) '미션 임파서블 3'의 소품으로 쓰여 '미션 카메라'로 불리는 KODAK 제품
                         3) 대한민국의 대다수 운전자가 써보았을 Miracle
                         4) 추억의 110 필름. 초등학교 4학년 때 소년지 부록으로 110 카메라와 필름이 나왔었다.
                             렌즈를 개조하겠다고 집 안에 있던 유리 조각을 연마했던 소년이 필자이다.  



마지막으로, 필름에 얽힌 커다란 아쉬움이 있다면, Kodachrome을 써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1. 네거티브 필름은 현상소에 좌우되는 면도 크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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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상자

별꽂이 2010. 9. 30. 22:08

David Wiesner
베틀북
2007




누구에게나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는 물건이 있기 마련이다. '시간 상자'는 한 어린이가 해변에서 겪게 되는 경험을 물감이라는 매체로 서정미 깊게 그려낸 동화이다. 책장을 넘기며 느꼈던 공감과 아련함은 언제 보아도 마음 속에 다시 피어오른다.
어린이답게 호기심 많은 주인공은 바닷가에서 우연하게 카메라[각주:1]를 줍는다. 무심코 지나치거나, 움직임을 통해 성장을 촉진하는 아이들의 본능에 따라 모래 깊숙히 또는 바다 멀리 던져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소년은 모두가 동감해 온 방법으로 지나온 시간과 소통하고, 다가올 날들과의 교감을 시도하게 된다.
숙명과도 같은 그 과정이 맑은 수채화로 그려진 '시간 상자'는 유행이 지난 소품을 담론의 매개물로 사용하는 보기 드문 동화이다. 디지털 사진이 일반화된 지금의 세상에서 필름으로 촬영하고, 기다리고, 찾고, 마음에 담는 아날로그적 과정을 잔잔하게 보여 주는 이 책을 필자는 좋아한다.



 

 

붉은 물고기의 눈을 들여다보면 바닷속에 던져진 사진기가 보인다.



 

 

 

David Wiesner의 수중세계는 인상 깊으며, 상상의 힘을 느끼게 해준다.

 

 



  1. 옮긴이는 이것을 시간 상자라고 하였다. 사진기의 본질이 함축적이면서도 분명하게 설명되는 표현이다. 원제는 'Flotsam'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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