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9월 15일자 중앙일보 23면



삼양광학의 역작, POLAR 14mm f2.8 ED AS IF UMC를 구입하였다. 근래 필자의 촬영 빈도를 보면 새로운 장비를 들인다는 것은 호사일 수 있겠으나, 출사가 여의치 않은 시기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지내는 것도 사진 생활의 즐거운 연장이라고 본다. Dave Bruno가 '100개만으로 살아보기'를 통해 물질의 과도한 소비를 경계했더라도...
SIGMA, TOKINA, TAMRON 등으로 대표되는 Third party에 비하면 인지도가 낮으나, 삼양광학은 오래도록 CCTV용 렌즈와 OEM 렌즈들을 수출하며 POLAR라는 독자 상표를 지켜 온 국산 메이커이다. 위 기사는 아리랑 위성용 반사경 제작이라는 중추적 역할을 맡은 이재협 장인과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삼양광학에서 청춘을 보내신 그 분의 이력을 볼 때 POLAR에 누적되어 있을 기술과 긍지를 브랜드 인지도에 맞춰 폄하하는 것은 단순하고도 좁은 식견이라 아니할 수 없다.
2005년 무렵 출시했던 500mm와 800mm 반사 망원렌즈가 POLAR의 도전을 알리는 신호였다면, 14mm, 24mm, 35mm, 85mm 교환렌즈를 발매한 현재의 POLAR는 한창 공격 중이다. Made in Korea 속에 대중에게 인정받는 Third party 하나 있어야 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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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어진 이후로 늘 마음에 둔 장비가 있었으니 휴대용 추적 장치[각주:1]가 그것이었다. 일주사진도 매력이 있지만 모든 작품을 궤적으로 채우기 보다는 다양한 형식미를 표현하고 싶기 때문이다. 후보로 올렸던 제품들로는 KENKO의 SKY MEMO-R, VIXEN의 GP GUIDE PACK 등이 있었다. 하지만 무겁고 부피가 크며 납축전지를 사용하는 불편함이 있어 후순위로 남겨 놓고 지내왔는데, 근래에 들어 TG-SPⅡ, MUSICBOX, TOAST, POLARIE와 같이 휴대성에 특화된 제품들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하여 처음으로 선택한 것이 MUSICBOX EQ2였다. 활용해 보니 외양은 소박하여도 구매 가치가 충분함을 알게 되었고 trail 사진에만 사용해왔던 핫셀블라드 567[각주:2], 전천(全天), 펜탁스 67과 같은 필름 카메라를 위해 TOAST Pro를 추가로 마련하기에 이르렀다. 
뮤직박스 EQ2와 토스트 프로는 모두 분명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필자의 주관에 따라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뮤직박스 EQ2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토스트 프로는 보다 장시간 추적 가능한 정밀도[각주:3]를 들 수 있다. 두 기종 모두 아름다운 별 풍경 사진을 촬영하는데 부족함이 없으니 여건이나 취향에 따라 선택한다면 한 걸음 나아간 결과물을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수치화하거나 기계적인 분석이 아닌 사용자의 견해로서 두 기종의 장단점을 몇 가지 언급하면 다음과 같다.     



 

뮤직박스 EQ2는 태엽을 감아줘야 작동하고 1/2 배속으로의 변속과 복귀가 어려운 반면, 사용자가 추적 속도를 정밀하게 교정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다. 토스트 프로는 모든 조작을 스위치 3개(본체 스위치 2개, 전지 박스 스위치 1개)로 할 수 있지만 일반 사용자가 추적 속도를 자가 교정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



 

 

뮤직박스 EQ2는 삼각대의 헤드에 체결한 후 별도의 헤드를 자체에 장착해야 하지만 토스트 프로는 구조적으로 삼각대의 헤드 장착용 볼트에 직결하는 것이 가능하다.(사진 속의 토스트 프로는 뮤직박스 방식으로 쓰기 위해 플레이트를 달아 놓았다.) 뮤직박스 EQ3가 발매된다면 이 점이 개선되어 나오지 않을까 한다.



 

 

뮤직박스 EQ2의 중량은 600g, 토스트 프로는 1500g이다. 부피와 중량, 무전원이라는 점에서 뮤직박스 EQ2는 휴대하기가 매우 편하며, 배터리 소진이나 회로 상의 문제 등 갑작스레 사용 불가한 상태에 놓일 가능성이 희박하다. 

 

 


 

  1. 흔히 피기백이라는 용어를 쓰지만, 조상호님의 '천체사진 길라잡이'에 따르면 적도의에 올린 망원경 경통에 카메라를 부착하여 촬영하는 방식을 피기백이라 정의하고 있다. 영한사전에도 '컨테이너를 적재한 트레일러를 화차에 실어 수송하는 복합 수송 방식'이 piggy back이라 나오니, TOAST Pro와 같은 장비는 피기백 적도의로 부르기보다 '추적 장치'라 하고, 이를 사용하는 것은 그저 '추적 촬영'이라고 하는 것이 맞다. 결정적으로, 뮤직박스나 토스트 류는 적경축만 있고, 적위축은 없으니 적도의가 아니다. [본문으로]
  2. 핫셀블라드 500C/M의 마운트를 펜탁스 67 렌즈 전용으로 개조하였다. 67 렌즈는 핫셀블라드와 달리 셔터가 내장되어 있지 않으므로 B셔터 전용으로만 사용할 수 있다. 지구 안에 한 대뿐인 장비일 것이며,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현재까지 유일하다. 핫셀블라드 567로 명명하였다. [본문으로]
  3. 토스트 프로는 북극성 도입 구멍만으로 정렬했을 경우 100mm 렌즈로 4분간 추적 가능하다고 설명서에 씌여 있다. 뮤직박스 EQ2의 매뉴얼에는 50mm 렌즈로 4분 이내를 권장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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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 4) 드라이버를 늘 지참한다.


Tip이라는 제목 아래 4개의 글을 연재하였다. 세 번째 Tip까지 다뤘던 내용 중에는 필수적이지는 않고, 오로지 사용의 즐거움을 더하기 위한 방법도 있었다. 반면에 마지막으로 소개하는 네 번째 Tip은 촬영의 성패를 가를 수 있는 경험적 안내이다. 
뮤직박스 EQ2는 사용 중에 외부 부속의 체결력이 약해지는 증상이 발생한다. 볼헤드를 장착하는 원형 마운트와 삼각대에 연결하는 원형 마운트가 그것으로서 구도를 자주 변경할수록 헐거워질 가능성이 커진다. 



 

매뉴얼에는 정밀한 작동을 위해 의도적으로 약하게[각주:1] 체결해 둔 것이라고 설명되어 있으나, 유격을 없애고 촬영하여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흔들거리는 마운트는 추적의 정밀도를 감소시킬 가능성이 있으므로, 십자드라이버가 포함된 맥가이버 칼이나 주먹 드라이버를 늘 지참하여 유격이 생길 때마다 조여주는 것이 적절한 대처 방법이라고 여겨진다.
외부의 원형 마운트를 내부의 금속 구조부에 고정시킬 수 있게 가공하는 것도 생각해 보았지만, 그저 드라이버 한 개 갖고 다니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책이라는 쪽으로 마음이 간다.





 

삼각대 마운트를 분해한 모습이다. 이 부분은 볼헤드 마운트에 비하면 풀어지는 경우가 적다. 다시 체결할 때는 볼헤드 마운트에 닿지 않도록 삼각대 마운트의 상하 방향에 유의하여야 하며, 내부에 사용자가 손댈 만한 부분도 없으니 분해하지 말고, 외부 나사만 조여주면 된다.  



 

볼헤드 마운트를 분해한 사진이며, 마운트 아래 2개의 나사로 고정된 부분은 사용할 때마다 유격이 발생한다. 중요 부품인 웜휠과 연결되어 있으므로 뮤직박스의 작동이 완전히 멈추면 1분 이상 기다린 후 마운트를 반시계 방향으로 돌려 풀어낸다. 나사를 조인 후 마운트를 다시 연결할 때[각주:2], 나사 머리에 작은 고무 조각을 끼우면[각주:3] 마운트가 풀어지는 것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   


이상으로 사용하며 알게 되고 느꼈던 것들을 정리하였다. 아쉬운 점도 몇 가지 있지만 가격에 비해 상당히 만족스러운 성능을 보여주는 뮤직박스 EQ2는 사용자의 경험과 애정에 따라 별 풍경 사진을 위한 주력 장비로 자리매김하기에 충분하다. 휴대용 추적장치는 다양화되고 있으며, 이를 장만하고자 하는 분들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견된다. 적절한 선택과 사용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1. 마운트 체결 시 웜휠에 무리한 힘이 가해지면 나사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본문으로]
  2. 강하게 조이려 렌치를 사용하는 것은 금물이다. 웜휠 손상을 막기 위해 악력만으로 체결하는 것이 알맞다. [본문으로]
  3. 위 사진에서는 반투명한 고무를 사용하여 잘 보이지 않는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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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 3) 앵글 레벨과 극축망원경을 사용한다.


뮤직박스 EQ2에는 기본 사양으로 경사계[각주:1]가 장착되어 있다. 북극성이 보이지 않는 위치에서의 극축 정렬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며, 중력에 의해 지면을 향하는 원형 금속편 하나와 지지 볼트 하나로 구성된다. 기계는 부품의 수가 적을수록 고장 가능성이 감소하므로 뮤직박스 EQ2의 경사계는 궁극의 신뢰성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원형 금속편에 부착된 지침이란 것이 수작업으로 부착한 화살표 스티커에 불과한 까닭에 제품의 심미성이나 완성도 면에서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기능은 충분하지만, 조작감과 정확성을 중시한다면 아래 사진과 같이 공구점에서 판매하는 앵글 레벨[각주:2]을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마찬가지로 중력 방향을 지향하는 추를 이용하지만, 눈금이 세밀하고, 지침이 예리하여 뮤직박스 EQ2의 각도를 37.5도[각주:3]로 맞추기 편리하다. 
앵글 레벨 하단에는 철물에 부착할 수 있도록 자석을 끼운 철편 2개가 내장되어 있다. 뮤직박스 EQ2의 외장은 플라스틱이므로 흠집이 생길 수 있다. 철편은 나사 2개를 풀고 검정색 덮개를 양쪽으로 벌리면 제거할 수 있다. 






또한, 뮤직박스 EQ2는 극축망원경까지 필요로 하는 장비가 아니지만, 극축망원경 대용 구멍을 통한 것보다 세밀한 정렬을 원한다면 한 가지 방법이 있다. 철물점이나 대형 마트에서 구할 수 있는 클램프를 사용하여 다음 사진과 같이 장착하는 것으로, 극축망원경의 가격이 뮤직박스 EQ2의 그것에 육박한다는 아이러니가 있지만, 조작의 즐거움은 커질 것이다. 사진 속의 극축망원경은 TOAST Pro용으로서 단품으로 구매할 수 있다.    









클램프의 규격은 75mm를 사용하였다.

     

 
  1. 매뉴얼에서는 고도계라고 칭하고 있다. [본문으로]
  2. 사진 속의 앵글 레벨은 대형이고, 같은 모델로 소형도 판매된다. [본문으로]
  3. 서울 기준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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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 2) 오르골 철심은 제거하지 않는다.


뮤직박스 EQ2만이 가진 특색이지만,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 불요 기능이기도 한 오르골 멜로디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천문우주기획에서 보급하는 한글 매뉴얼에는 오르골 철심을 탈거하여 소리가 나지 않게 하거나, 테잎 등을 부착해 음량을 줄일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그에 따른 결과는 사용자의 책임이라고 부언하였다.
불가하다고 쓰여 있지 않음을 응원 삼아 오르골의 덮개를 열었다. 간단히 두 개의 고정 나사를 풀어 철심을 제거함으로써 정숙 모드(?)를 활성화시켰다. 기어 돌아가는 소리만 들릴 듯 말 듯 조용히 작동되는 뮤직박스 EQ2를 손에 들고 흡족해하던 필자의 눈에 매뉴얼의 한 부분이 확대되어 보여졌다. 


                              태엽 손잡이 축이 90초에 1회전하는 것이 정속이다.   


이 참에 추적 속도도 정확하게 조정하기로 하였다. 문제는 속도 조절기 회전축에 눈금이 있는 것이 아니기에 속도 조절기를 얼마나 올리고 내려야 원하는 속도가 나오는 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1) 태엽을 감고 1분 후부터 태엽 손잡이 축의 1회전 시간을 측정한다 . 
                   2) 부정확하면, 태엽이 멈춘 후 속도 조절기를 위(느려짐) 또는 아래(빨라짐)로 조정한다.
                   3) 위 과정을 몇 번이고 반복하여 태엽 손잡이 축이 90초에 1회전하도록 조정한다.
  

쉬어 가며 하지 않고는 끝을 보기 어려운 반복 끝에 오차 없는 속도를 만들어 낼 수 있었으나, 예상치 못한 더 큰 문제와 마주하게 되었다. 철심을 제거한 후부터는 오르골의 작동 속도가 측정할 때마다 달라지는 기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이는 철심의 역할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철심은 오르골 원통에 돋은 요철에 의해 튕겨지며 소리만 내는 것이 아니라 최적의 마찰과 저항을 제공해 정속으로 태엽이 풀리게 하는 중대한 기능을 하고 있었다.





유일한 해결 방법은 다시 철심을 부착하는 것이며, 이 때 요철로부터 철심을 이격하는 간격이 중요하다. 위 사진에서 화살표가 가리키는 부분으로서, 좁으면 둔탁한 연주와 함께 느리게 연주되고, 넓으면 작은 소리를 내며 빠르게 연주된다. 재장착의 핵심은 전형적인 오르골 음색으로 30초 동안 연주되는 위치에 고정하는 것이지만, 이 또한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우여곡절 끝에 태엽 손잡이 축이 90초에 1회전 하도록 정확히 설정해냈다. 조정된 속도는 본체에 큰 충격을 주지 않는 한 유지될 것이다. 언뜻 보면 뮤직박스 EQ2는 문제가 많은 장비처럼 보이지만, 사용자 임의로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은 다음과 같은 장점이 될 수 있다. 

 
                  1) 고가의 적도의도 오차가 있기 마련인데 이를 작은 드라이버 하나로 교정해가며 쓸 수 있다.
                  2) 1/2배속으로 조정함으로써, 성경(星景)사진 촬영 시 풍경의 흐름을 줄일 수 있다.


모든 기계는 꾸준한 관리를 필요로 하며, 그 과정에서 알아가는 것들은 무형의 자산이 된다. 뮤직박스 EQ2 속에는 사용자의 손길을 기다리는 즐거움이 슴어 있다.       



Posted by 삼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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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 1) 디지털카메라, 광각렌즈, 디퓨져 필터를 사용한다.


뮤직박스 EQ2는 비교적 저렴하고, 매우 가벼우며, 사용 방법이 간단한 초소형 추적장치이다. 더욱이 축전지나 건전지가 아닌 오르골을 동력원으로 사용한다는 점은 매력적인 아이디어가 아닐 수 없다.   
대개 장식용 소품으로 오르골을 접했던 까닭에 추적 성능에 대한 선입견을 가질 수 있으며, 타사 제품들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인해 근거 없는 저평가를 받을 수도 있지만, 장비의 성능은 사진으로 말해야 하는 법! 뮤직박스 EQ2에 5D mark2와 EF 17-40mm F4L USM을 올리고 2분간 추적하여 얻어낸 사진들은 판매처의 홍보 문구에 과장이 없음을 보여주었다. 
노출을 더 길게 주려면 보다 정밀한 극축 정렬이 필요하겠지만, 뮤직박스 EQ2는 6분으로 설계된 오르골을 장착하고 있으며, 작동이 안정적이지 않은 초반과 종반의 각 1분을 뺀 4분 이내의 노출을 권장한다. 따라서 감도를 높이고[각주:1] 광각 렌즈[각주:2]를 사용하는 경우, 본체에 뚫려 있는 극축망원경 대용 구멍 이상의 장치는 필요하지 않다. 하물며 밝은 렌즈를 사용한다면 대부분의 밤하늘을 구상하는 대로 담아낼 수 있는 성능을 가지고 있다.
디지털 카메라로 별들의 자태를 영롱하게 담으려면 필터가 필요하다. 별빛은 점광원이기에 노출을 오래 주어도 센서 상에는 밝기가 다른 점들이 나타날 뿐 별들의 시직경에는 별 차이가 없다. 뮤직박스 EQ2와 함께 Soft 필터나 Diffuser 필터를 사용하면 밝은 별일수록 더욱 크게 나타나므로 밤하늘의 빛나는 느낌을 짧은 노출만으로도 리듬감 있게 살려낼 수 있다. 


★ 뮤직박스 EQ2를 사용하여 촬영한 사진은 하단의 트랙백(삼각형과 육각형)을 따라 가면 볼 수 있다.



 

전설적인 접사용 삼각대 VELBON mini-F에 뮤직박스 EQ2를 연결한 모습. 에밀레 헤드는 파노라마 인덱스의 직경이 뮤직박스의 볼헤드 마운트 직경보다 크므로 체결하고 해제하기가 수월하다. 포토클램 제품으로는 PC-33보다 큰 모델을 사용해야 편리하다.


 

  1. 1600 이하 권장 [본문으로]
  2. 50mm 이하 권장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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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YMPUS μ TOUGH-8010


김카메라에서 제작했던 67 렌즈 → F 바디 변환 어댑터를 67 → EF로 개조하기 위해 충무로에 다녀왔다. 위 사진에 보이는 회색 건물의 1층에는 커피숍 AMIGO[각주:1]가 있고, 그 왼쪽의 좁고 컴컴한 계단을 통해 4층까지 오르면 김카메라가 나온다. 
출입문에 부착되어 있던 인상적인 김카메라 로고는 어찌 된 일인지 보이지 않았지만, 문을 열고 들어서면 펼쳐지는 갖가지 공작기계들과 카메라 부속들의 모습은 여전히 이곳이 수제 카메라 제작의 본산임을 알려주었다. 신제품이여서가 아니라 하나 밖에 없어서 처음 보는 카메라가 있는 곳이 바로 김카메라다.
남자 아이들의 어린 날에는 본능적으로 이것저것 분해하고 망가뜨리는 시기가 있다. 그 시절의 호기심과 과감성이 커서도 남아 있다면 인류의 성취는 여러 면에서 더욱 대단할 것이지만, 어른으로의 성장이 데려다 주는 현실 속에서 모두들 생활인이 되어 갈 뿐 도전자는 사라져 간다. 
기존의 것에 안주하는 이를 생활인으로, 변화와 개선, 독창과 융합을 추구하는 사람을 도전자라 부른다면 김카메라는 사진 도구의 다양성을 선물하는 소중한 도전자다.




Nikkor MF 16mm f2.8 + F→EF 변환 어댑터 + 5D Mark Ⅱ



Nikkor MF 16mm f2.8 + F→EF 변환 어댑터 + 5D Mark Ⅱ


작업대 위에 필자의 의뢰품이 놓여 있다. 사장님께서 뜻밖에도 니콘과 캐논, 두 가지 마운트로 쓸 수 있게 만들어 주신단다. 세상에 단 하나였던 어댑터가 지구상에 하나뿐인 Hybrid 어댑터로 진화하게 되었다. 역시, 얼굴 맞대고 진행하는 일에는 덤이라는 게 있다. 





  1. amigo는 스페인어로 친구라는 뜻이다. 자리에 앉아 있으면 사진에 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프랜차이즈 라이프를 살아가는 대한민국에서 보기 드문 개인업소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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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영월, OLYMPUS μ TOUGH-8010


 

판매하는 품목이 전형적인 유원지 상점이다. 한철 부산하게 오갈 여행자들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가게로서 영월 고씨굴 매표소 바로 옆에 있다. 계단을 따라 오른 시선이 필름과 일회용 카메라가 대표 상품으로 새겨진 창문에 머물렀다. 간혹 눈에 띄는, 아직은 낯설지 않은 모습이지만 새로이 생겨나는 일은 없을 것이기에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많은 가정에서 소장하고 있을 필름카메라가 바깥에서는 보기 어려워진 요즘이지만 이를 사용하는 사진인층은 여전히 두텁다. 일주사진과 같이 아직은 디지털이 따르지 못하는 분야도 있으며, LEICA, COSINA, FUJIFILM, LOMO, ROLLEI, LINHOF, VOIGTLANDER, SEAGULL 등 예술혼이라 할 만한 애정을 바탕으로 필름카메라를 생산하는 메이커들도 꿋꿋이 새로운 모델을 출시한다. 단종과 재생산을 오가는 명멸 속에서 판도를 재편 중인 필름 또한 신제품이 발매되며 안도감과 기대감을 선사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필자가 가지고 있는 필름들과 일회용 카메라를 스캔한 것으로서 최근까지 국내에 발매된 필름 중 일부인데, 이미 구할 수 없는 것들이 여럿 있다. 애용하는 제품은 두세 가지이지만 서로 다른 색감을 보여주기에[각주:1] 각각을 사용하는 즐거움이 있었으며, 개발 과정에 쏟았을 연구진들의 땀방울을 느끼며 포장을 뜯는 손맛은 디지털 세상에는 없다. 포토샵으로 그 특성을 재현할 수 있다 하여도 자연광이 만드는 단 하나의 진본과 0과 1이라는 숙명적 복제 코드를 부여받는 파일은 인간과 사이보그 만큼이나 다르게 다가온다.
매체를 불문하고 대부분의 이미지가 디지털로 출력되는 현실 아래 이리저리 구분 짓는 것은 구시대적 아집이라고 디지털 애호가 중 누군가는 열변할 것이다. 하지만, 모든 사진인은 필름과 필름카메라 앞에 겸손해야 한다. 역사 없이는 허공에 뜬 먼지에 불과한 것이 인간이므로.



 



광원과 목적에 따라 다른 필름을 선택한다는 것은 즐거움 그 자체이다. C-41 현상이 가능한 흑백 필름인 KODAK BW400CN은 올림픽 스폰서 로고를 달았다. 디지털 센서는 기념 모델이라는 것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1) 발매 50주년 기념 TRI-X 400
                                   2) 적색 성운 사진에서 전설로 남은 E200
                                   3) 기억하는가? 국민 필름 오토오토!
                                   4) Nexia와 Advantix는 유럽에서 유행한 APS 카메라용 필름이다.



                       

                         1) 일회용 카메라로는 드물게 흑백 필름을 사용하는 ROLLEI Black & White
                         2) '미션 임파서블 3'의 소품으로 쓰여 '미션 카메라'로 불리는 KODAK 제품
                         3) 대한민국의 대다수 운전자가 써보았을 Miracle
                         4) 추억의 110 필름. 초등학교 4학년 때 소년지 부록으로 110 카메라와 필름이 나왔었다.
                             렌즈를 개조하겠다고 집 안에 있던 유리 조각을 연마했던 소년이 필자이다.  



마지막으로, 필름에 얽힌 커다란 아쉬움이 있다면, Kodachrome을 써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1. 네거티브 필름은 현상소에 좌우되는 면도 크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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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경사진은 물론 천체사진에서 발군의 성능을 보여주는 펜탁스 67이다. 장착되어 있는 파인더는 아이 레벨 프리즘 파인더로서, 시야율 90%의 좁은 화각과 상당한 무게로 인해 별 풍경을 촬영할 때는 사용하지 않는다.     




 

 

100%의 시야율을 가진 웨이스트 레벨 파인더를 장착하고 펼쳐 놓은 모습이다. 접이식 루페와 비슷한 구조를 가졌으며, 핫셀블라드와 마찬가지로 텅빈 내부와 볼록렌즈 1장으로 되어 있어 매우 가볍다. 필자의 별 풍경 사진은 모두 이것을 장착하고 촬영하였다.



 

 

 웨이스트 레벨 파인더의 측면이다. 와인더 왼쪽 아래를 보면 은색의 작은 부속이 보인다. 이는 67-2와 같이 다중 노출을 할 수 있게 해주는 변환 노브로서, 67이 새겨진 바디 커버를 포함하여 와인더와 관련된 내외부를 교체하는 개조 작업을 거친 결과이다.[각주:1] 필름 선택 노브의 위치에도 변화가 있다.



 

 

 렌즈가 부착되어 있는 덮개를 열어 놓은 모습으로, 스크린을 직접 보게 되어 전체적인 구도를 확인할 때 편리하다. 
 


 

 

 전술한 두 가지 파인더는 광학계의 다소와 경박의 차이가 있을 뿐 모두 유리를 통과한 빛을 보게 되므로 육안으로 보는 것에 비하면 어두울 수 밖에 없다. 파인더를 통하여서는 작은 점에 불과한 별들은 물론, 지상의 윤곽도 구분이 어려운 경우가 많으므로[각주:2] 완전한 투과율을 가진 파인더를 갈구한 끝에 자작을 하기에 이르렀다. '펜탁스 67 가변 화각 파인더'로 명명한 목재 파인더는 45mm부터 55mm, 75mm, 105mm 렌즈에 맞춰 사용할 수 있으며, 위 사진은 45mm 렌즈용 눈에 맞춘 상태이다.[각주:3] 
 4종의 렌즈를 마운트했을 때의 화각과 검정색 구도틀의 위치에 따라 보여지는 범위들을 비교하여, 서로 일치되는 위치에 눈을 만들었다. 구도틀을 각각의 눈에 정치시키면 해당 렌즈에 맞는 화각으로 피사체를 바라볼 수 있다.





 

 

55mm 렌즈용 눈에 맞춘 모습



 

75mm 렌즈용 눈에 맞춘 모습



 

 105mm 렌즈용 눈에 맞춘 모습. 구도틀은 COKIN 필터용 후드를 잘라 만든 것으로서 세로와 가로의 비율을 6:7이 되도록 맞추었다. 아이피스 쪽 파인더 말미를 눈 아래에 대고 구도틀을 통해 별 풍경을 바라보는 간단한 방법으로 사용하며, 세로 구도도 마찬가지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목재부와 후드부가 직각으로 교차하는 구조인 탓에 수납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것인데, 다음 버젼에서는 구도틀을 분리할 수 있는 개량이 이뤄져야 하겠다. 

   

 

 


 

  1. 사제품이 아니고, 펜탁스에서 공급되었던 업그레이드 키트이다. [본문으로]
  2. 위 67에는 인텐스크린을 장착하였음에도 별반 다르지 않다. [본문으로]
  3. 마운트 되어 있는 렌즈는 SMC 45mm f4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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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삼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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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첫 디카는 OLYMPUS의 E-10이다. 2000년대 초 발매된 저가형 DSLR로서 SLR클럽의 모태가 된 기종이기도하다. 지금껏 기념품으로 남겨 두었던 E-10을 어찌 할까 궁리하다 적외선[각주:1] 카메라에 생각이 닿았다. 비용을 들이면 못 할 게 없는 세상이지만, DIY가 가진 매력은 또 다른 길로 사람을 이끈다. 손수 분해하여 IR cut-off 필터를 제거하려 하였으나 프레임을 여는 단계에서 막혀 버렸다. 골동품에서 부품으로 전락해 가는 카메라가 안쓰러워 인터넷을 뒤지니 PDF로 된 E-10 분해도가 나왔다. 주인에게 헌신했던 낡은 카메라를 해체하며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음을 다시 배운다.

 


 

 

 





 



 

 



 

 

  1. 빛은 파장이 짧은 것부터 감마선, 엑스선, 자외선, 가시광선, 적외선, 마이크로파, 라디오파의 순으로 분류한다. 사람은 380~760nm 사이의 파장을 볼 수 있다. 이 범위 바깥의 파장을 인식할 수 있는 동물로는 나비와 벌 같은 곤충과 뱀으로 대표되는 파충류가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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