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부터 2014년 2월까지 1년을 이어 온 촬영을 끝냈다. 첫 시도였던 만큼 아쉬운 부분과 허점들이 눈에 띈다. 하지만 달 시직경의 연간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로서 가치가 없지 않으며, 끝까지 마무리 지었음에 만족한다. 

이 작업을 구실로 마련한 장비들도 있고, 아홉 개의 달 중 하나는 해외에서 찍었으니 볼품에 비해 규모 있는 프로젝트가 되었다. 그러나 시도의 계기가 되었던, 가장 극적인 위치의 달은 공교롭게도 두 번 모두 제대로 담을 수 없었다. 근지점에 위치했던 6월의 보름달은 구름 탓에 우측 하단이 시커멓게 나왔고, 원지점까지 갔던 12월에는 달을 구경조차 못 하였다. 

구름과 눈, 비를 상대하는 과정도 천체사진이 가진 재미의 한 면이라고 생각한다. 올해는 보다 운이 따르기를 기대하며 다시 촬영하는 중이다. 2월이 기점이었으니 이미 1/4이나 진척시켰다. 다음에는 analemma를 촬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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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D 프린팅 산업 세계시장 점유율 15%

 

 

산업통상자원부와 미래창조과학부가 확정한 목표다.[각주:1]  3D 프린터의 세계 시장 규모는 2012년 22억 달러에서 2021년 108억 달러로 늘어날 전망이라고 한다.[각주:2] 

필자가 태어난 이후 세상에 나타난 것들이 있다. 물결처럼 등장했던 여러 가지 가운데, PC와 디지털 카메라는 빼놓을 수 없는 변혁이었다. 두 가지 새로운 기계를 십이 년이라는 시차를 두고 처음 만졌던 순간을 잊을 수 없다.

 

 

필요할까?

 

 

필자는 두 번 모두 같은 우문을 했었다. 식견이 짧아 가치를 깨닫지 못한 탓이 크겠으나, PC나 디지털 카메라라는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갈 또 다른 그것이 마땅치 않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3D 프린터는 기대와 수요를 타고났다. 이 시대의 여건을 볼 때 우리들은 21세기형 산업혁명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4월 20일까지 COEX에서 열렸던 2014 사진영상기자재전에는 3D 프린터가 출품되었다. 사진 장비들은 제쳐 두고 3D 프린터의 구석구석을 만지고, 작동음을 듣고, 적층 과정에서 발산되는 냄새까지 맡아 보았다. 마치 개화기 덕률풍 같았던 이 신문물의 가격은 이백만 원이 넘지 않았다. 사진 속의 소품 하나를 만드는데 약 한 시간쯤 걸리니 보급형 제품의 조형 속도가 향상된다면 수요의 폭발은 시간 문제에 불과하겠다. 1888년, 'You push the button, we do the rest.'라고 자신했던 KODAK의 카피가 '찍기만 하세요. 입체물로 출력해 드립니다.'로 업데이트 되어 회자될 날도 머지 않았다.    

 

 

http://www.cel-robox.co.kr

 

 

http://www.cel-robox.com

 

 

 

 

  1. 제5차 국가과학기술심의회, 2014년 4월 23일 [본문으로]
  2. 경향신문, 2014년 4월 24일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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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도

우주적 Camera Eye 2014. 4. 28. 10:22

 

 

 

 

 

 

버찌를 위한 하얀 약속은

 

또 한 번의 봄으로 황도[각주:1] 위에 내렸다

 

알 수 없는 여름을 앞둔

 

사월을 피해

 

태양은 낡은 길을 벗어났다

 

그림자 없는 한낮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1. The ecliptic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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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교보문고에서 마주친 포스터이다. 붙은 자리가 절묘하다. 도시공학과 환경학... 반비례 그래프를 떠오르게 하는 두 이름 사이에 별을 걸어 두었다. 인쇄된 별들을 보노라니 삼십 년 치 달력이 거꾸로 돌아갔다. 대도시 안에서 별을 본다는 것은 어렵기도 하거니와 어색한 일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어린 시절 서울의 밤하늘은 지금의 외딴 시골과 다를 바 없었다. 은하수가 보였다는 한마디 말 앞에 어떤 군소리가 필요할까?

깨달아 알게 될 때 눈을 뜬다고 말한다. 개인의 성장이나 사회의 발전에는 계기가 큰 몫을 하곤 한다. 문명이 가려 놓은 우주의 속살을 들여다볼 기회가 늘어난다면 밤에 대한 인식과 '밤 문화'에도 변화가 따를 것이다. 그 쉽지 않은 품의 일익을 천문대가 맡고 있다. 곳곳에 이어지는 크고 작은 천문대 건립은 별에 대한 동경과 추억을 일깨우고 여가 생활의 격을 가다듬는 기점의 확산과 다름없다. 멀리는 화천 광덕산천문대가 최근에 세워졌고, 가까이는 과학동아천문대[각주:1]가 용산에 자리를 잡았다. 그중 광해라는 악조건과 인구라는 호조건을 모두 둘러멘 과학동아천문대는 상극으로 치부되는 관계, 즉 별빛과 빛공해 사이에서 상생의 씨앗을 틔우려 한다. '어울리지 않게' 서울에서 별 보자고 외치는 천문대의 문턱이 닳고 닳기를 바란다.

    

 

 

 

 

 

 

 

 

 

 

 

 

 

 

 

 

 

 

  1. 작년 말, 태극전기에 들렀다가 관측용 돔을 발견(?)하면서 알게 되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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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사물을 사랑한다.

 

사물의 형상을 알아차리고 잡아내려 애쓰는 일을 나는 좋아한다.

 

 

Leonard Coh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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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에서 우연히 발견한 보물 같은 책 이야기를 접할 때가 있다. 필자에게도 그런 행운이 찾아오기를 기대하며 적잖은 시간을 투자한 적이 있었다. 전몽각 선생님의 사진집 '윤미네 집'을 구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행운은 예기치 않은 모습으로 다가왔다. 잊고 지내던 중 포토넷에서 복간을 했고, 덕분에 초판 아닌 초판본을 간직하게 되었다. 

그리스 신화에 Pygmalion이라는 조각가가 나온다. 자신이 조각한 여인 Galateia를 지극히 사랑하였고, 이에 감동한 아프로디테 여신에 의해 그녀를 아내로 맞이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무엇이든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이 오랜 교훈은 훗날 '피그말리온 효과'로 명명되어 수많은 이들의 영혼을 지탱하는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초판 윤미네 집이라는 우연을 말하려 피그말리온을 원용하는 것은 견강부회일지 모른다. 하지만, 아프로디테의 손길에 비견하기엔 사소하다 한들 행운은 홀연 우리 곁을 찾곤 한다. 2013년에 지역 벼룩시장에서 구한 '생생 쏙 도감 별자리편'이 그랬다. 동아사이언스, 2007년 출판이라는 평범한 사실 사이에 뜻깊은 자취가 자리 잡고 있는 책이다. 고 박승철님의 별자리 사진 작품 47점이며, 그를 향한 애정 어린 인사들이며, 고인의 숨결이 깃든 사이버 공간 소개까지 하나하나가 헌정으로 느껴지는 비매판[각주:1] 도서이니, 별을 품고 사는 필부로서 행운이란 낱말을 아끼고 싶지 않다.  

그가 떠나고 강산도 변하였다. 그래도 그는 여전하다. 좋은 책들[각주:2]을 통해 우리 곁을 찾는다. 그렇게 살고 싶다. 사람들 마음 속에 살 수 있기를 꿈꾼다. 박승철님의 사진과 이름이 달리 보이는 까닭이다.

 

 

 

 

 

윤미네 집 앞표지

 

 

 

 

윤미네 집 뒷표지

 

 

 

 

생생 쏙 도감 별자리편 앞표지

 

 

 

 

생생 쏙 도감 별자리편 뒷표지

 

 

 

 

워크북 앞표지

 

 

 

 

워크북 뒷표지

 

 

 

 

 

'생생 쏙 도감 별자리편'에는 옥의 티가 있다. 동쪽과 서쪽 밤하늘의 일주운동을 표현한 삽화 두 장은 남동쪽과 남서쪽 하늘에서 볼 수 있는 별의 흐름이다.        

 

 

 

 

 

  1. 동일본이 서점에서 판매되고 있으나, 필자에게 들어온 것은 동아사이언스 정기구독자를 위한 비매품이다. [본문으로]
  2. http://blog.naver.com/star_party의 블로그 히스토리 참고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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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승일 사진전

별꽂이 2014. 4. 6. 09:32

지난 2월 17일에는 인사동 아라아트센터에서 열렸던 안승일님의 '불멸 혹은 황홀'전을 보고 왔다. 신문에서 본 인터뷰 기사가 필자를 이끌었다.

 

 

이제 그는 "더는 백두산 사진을 찍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너무 자신만만한 것 아니냐고 묻자 말했다. "산 사진 잘 찍는 놈이요? 사진 재주가 아무리 좋다 한들 소용 없어요. 혼자 산에서 구덩이 파고 잘 수 있을 만큼 산과 가까우냐, 그게 관건이에요." 

 

 

거리에서 마주치는 모든 사람들이 사진사인 세상이다. 하루 동안 몇 장의 사진이 만들어지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시대를 향해 던지는 '남다른 사진'에 대한 정의치곤 덤덤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공감한다. '그때, 그곳에 있는 이에게 주어지는 한 번의 기회'가 좋은 사진의 첫째 조건이라는 필자의 견해와 상통한다.   

아라아트센터는 인사동에 자리한 여느 갤러리들과 달리 대작 전시를 염두에 두고 지어진 건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캔버스 인쇄와 어우러진 백두산의 면면에는 공간을 압도하는 힘이 가득하였다. 분단 상태이기에 더 뜻깊은 백두산 사진들 가운데에서도 가로 4.5m, 세로 16m 크기의 항공사진은 감상한다기보다 각인된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작품이었다. '어쩌다 이런 사진이 찍혔을까?'라고 찍은 이는 말했다. 기회를 만나고, 그것을 놓치지 않은 사진가의 겸손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사진집에는 3/4이나 잘린 채 실려 있다. 그만한 연유가 있겠으니, 받아 온 포스터로 아쉬운 마음을 달랜다.   

 

 

 

 

 

 

사진집 앞표지

 

 

 

 

 

사진집 뒷표지

 

 

 

 

 

전시장에 나와 계신 안승일님께 서명을 받았다. '삼각대'라고 알려 드리니 그 뜻을 물으시고는, 산 사진가로서의 당부를 남겨 주셨다.   

 

 

 

 

 

덤으로 주신 작은 사진집[각주:1] 앞표지

 

 

 

 

 

뒷표지

 

 

 

 

 

 

 

 

 

안승일님께서 30쪽을 찾아 손수 붙여 주신 포스트잇.

사진 아래에 '동무들 삼각대 꼭 쓰시오. 무거울수록 좋소.'라고 새겨 있다.

 

   

 

 

 

얼어붙은 천지 위에서 때를 기다리는 사진가 안승일

 

 

 

 

 

 

 

 

 

 

이십 년을 백두산 품 안에서 지냈다고 한다. 드물게, '열정'이란 낱말 하나로는 헤아리기 어려운 이들을 보게 된다. '집념'을 더하면 그들의 발자취를 고스란히 이야기할 수 있을까?         

 

 

 

 

 

  1. 산 사진가 안승일의 내력과 사진관이 소상히 쓰여져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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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SUNG GALAXY S4 ZOOM[각주:1]

 

 

 

근무지 뜰에 핀 벚꽃 사이로 직박구리 한 마리가 보였다. 곧 꽃비 되어 사라질 밀원 속에서 바쁘게 꿀을 빠는 녀석의 한 때를 담았다.  

 

 

 

 

  1. 최대 배율인 10배율로 촬영하였다. 폰과 똑딱이를 함께 갖고 다니기 불편해 작년 11월에 기변하였다. 기능과 성능에 만족한다. 휴대성은... 지금껏 같은 기종 쓰는 이를 만나지 못했다는 말로 대신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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