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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눈, 귀, 가슴들은
대부분 지독한 최면에 걸려있거나
강박에 사로잡혀 있거나
자아의 깊은 늪에 빠져
세계를 전혀 모른 채로 늙어간다
그런 눈과 귀에서 자유로워지려면
나처럼 우주인이 되면 된다
조영찬님의 시 01
태어나서 한 번도 별을 본 적이 없지만
한 번도 별이 있다는 것을 의심한 적이 없었다
밤에도 태양은 우리 발 아래쪽에서 불을 뿜고 있다는 것을 안다
사람의 시력이나 청력이라는 것은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주의 어딘가를 떠돌고 있을 뿐이다
때가 되면 그들은 주인에게로 돌아올 것이다
조영찬님의 시 02
가장 값진 것을 보기 위하여
잠시 눈을 감고 있는 거다
가장 참된 것을 듣기 위하여
잠시 귀를 닫고 있는 거다
가장 진실한 말을 하기 위하여
잠시 침묵 속에서 기다리고 있는 거다
조영찬님의 시 03
아침에는 네 발, 점심에는 두 발, 저녁에는 세 발로 다니는 동물은 무엇인가? 상식이 되어 버린 질문, 스핑크스의 수수께끼이다. 아다시피 답은 사람이지만, 이 오랜 은유 속에는 교훈이 한 가지 담겨 있다. 누구도 내려놓을 수 없는 세월의 멍에는 하릴없이 우리들의 육체를 쇠하게 하고, 결국 모두는 장애인이 되지 않을 수 없다는 가르침을 에두른다.
육체적 장애의 유무는 우연에서 필연으로 귀결되는 과정이다. 이상적 완전체는 존재하지 않으며, 영혼의 불완전함이 우리들의 눈을 가릴 뿐이다.
온난화를 걱정하는 지구인 위에, 냉대에 아파하는 우주인들이 있다. 결국 따라가야 할 궤도에 먼저 파견된 동료들이다. 퍼뜩 정신 차리고 우주를 바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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