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의 별

별꽂이 2012. 4. 22. 23:55

 

 

 

 

                                                  사람의 눈, 귀, 가슴들은
                                                  대부분 지독한 최면에 걸려있거나
                                                  강박에 사로잡혀 있거나
                                                  자아의 깊은 늪에 빠져
                                                  세계를 전혀 모른 채로 늙어간다
                                                  그런 눈과 귀에서 자유로워지려면
                                                  나처럼 우주인이 되면 된다

                                                 

                                                  조영찬님의 시 01

 

 

 

 

                                                  태어나서 한 번도 별을 본 적이 없지만
                                                  한 번도 별이 있다는 것을 의심한 적이 없었다
                                                  밤에도 태양은 우리 발 아래쪽에서 불을 뿜고 있다는 것을 안다
                                                  사람의 시력이나 청력이라는 것은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주의 어딘가를 떠돌고 있을 뿐이다
                                                  때가 되면 그들은 주인에게로 돌아올 것이다

                                                 

                                                  조영찬님의 시 02

 

 

 

 

                                                  가장 값진 것을 보기 위하여
                                                  잠시 눈을 감고 있는 거다
                                                  가장 참된 것을 듣기 위하여
                                                  잠시 귀를 닫고 있는 거다
                                                  가장 진실한 말을 하기 위하여
                                                  잠시 침묵 속에서 기다리고 있는 거다

                                                 

                                                  조영찬님의 시 03

 

 

 

 

아침에는 네 발, 점심에는 두 발, 저녁에는 세 발로 다니는 동물은 무엇인가? 상식이 되어 버린 질문, 스핑크스의 수수께끼이다. 아다시피 답은 사람이지만, 이 오랜 은유 속에는 교훈이 한 가지 담겨 있다. 누구도 내려놓을 수 없는 세월의 멍에는 하릴없이 우리들의 육체를 쇠하게 하고, 결국 모두는 장애인이 되지 않을 수 없다는 가르침을 에두른다.

육체적 장애의 유무는 우연에서 필연으로 귀결되는 과정이다. 이상적 완전체는 존재하지 않으며, 영혼의 불완전함이 우리들의 눈을 가릴 뿐이다.

온난화를 걱정하는 지구인 위에, 냉대에 아파하는 우주인들이 있다. 결국 따라가야 할 궤도에 먼저 파견된 동료들이다. 퍼뜩 정신 차리고 우주를 바라 보자. 

 

 

 

 

'별꽂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Last Launch  (0) 2013.01.24
라이카의 별  (0) 2012.08.21
별을 보는 사람들  (2) 2011.12.16
로켓에서 플라네타륨까지  (0) 2011.12.06
NATIONAL GEOGRAPHIC  (0) 2011.10.11
Posted by TOTM
,

 http://vimeo.com/dustinfarrell/videos


게재한 갈무리 화면은 미국의 동영상 공유 사이트 vimeo에 올라와 있는 Dustin Farrell의 time lapse 영상들이다. 상용(商用) 영상 작가인 그의 작품들은 서사와 서정의 조화가 주는 강렬함이 일품이며, 지구의 자전에 따른 별들의 일주운동이라는 웅대한 움직임을 담아내는데 있어 time lapse 기법이 가진 가치를 잘 보여 준다.   
그가 소개하는 조리개 고정 노하우[각주:1]도 매우 유용할 듯하다. 하지만, 촬영을 마쳤을 때 렌즈를 완전히 마운트해 두지 않았다는 사실을 깜박한다면 아차하는 순간 가슴을 치게 될 수도 있음을 기억하자. 



  

  1. The lens twist method [본문으로]

'Time Lapse' 카테고리의 다른 글

Knate Myers  (0) 2012.10.05
TIMETRACK X2와 업그레이드 키트의 등장  (0) 2012.10.01
Premiere Pro CS6를 위하여  (0) 2012.09.19
Earlymorning님의 TIMETRACK  (0) 2012.06.03
Time lapse 촬영 장비의 대중화  (0) 2012.05.29
Posted by TOTM
,

애니메이션박물관은 봄이 흐르는 곳, 춘천에 있다.
한 시대의 문화는 대중의 관심과 인식에 상응하는 내력과 자취를 남기며,
박물관은 과거와 현재의 가치관을 대변하고 창조의 방향을 제시한다.  

 

박물관, 도서관이 곳곳에 세워지고 있다. 그 둘은 뿌리와 잎새의 관계이다.

 

창작의 과정에 초점을 맞춰 놓은 스톱모션 스튜디오

 

1968년 개봉된 '우주의 왕자 황금철인'. 2년 뒤 태어난 필자에게는 기억으로도, 추억으로도 남지 못했다.

 

기억에도 나이테가 있다면, 누구나의 어린 날에는 만화영화 몇 가지가 굵은 테를 그리고 있을 것이다.      

       

차에 달고 가 친구와 나눠 탄 필자의 SCOTT. 봉의산이 보이는 호숫가를 달렸다.

 

인사동에 가면 '토토의 오래된 물건'이라는 곳이 있다. 효용은 다하였으나 추억을 반추하게 하는 옛것들의 전시 공간이다. 세대를 건너 전해지는 골동품들은 보는 이와의 인연이 없기에 견문의 대상을 넘어서는 존재가 되기 어렵다. 하지만, 지나온 날들을 함께 했던 물건을 마주치는 순간에는 그리움 섞인 반가움이 샘솟기 마련이다. 토토의 오래된 물건에 들어서면 누구라도 '야~ 이거...' 로 시작되는 회고록을 반사적으로 뇌리에 기술하게 되는 것이다. 
서울의 토토를 패키지 시간여행이라 한다면, 춘천의 애니메이션박물관은 테마 시간여행이다. 성장기의 자아에 감동과 이입과 상상을 각인시키던 만화영화들이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완행열차에 몸을 싣는 곳이다. 지난 삼월, 삼십 년 지기와 다녀온 춘천에는 미처 돌아서지 못한 겨울의 한기가 머뭇거리고 있었지만, 봄바람을 쐬겠다는 일념으로 투합한 우리는 의암댐에서 애니메이션박물관까지 자전거로 달려갔다.
사람들은 가끔씩 인식 대상이 주는 익숙함을 존재의 가벼움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필자도 예외가 아니어서 한국의 만화영화에 대한 얕은 식견을 일가견이라 믿으며 관람을 시작하였으나, 연대별로 구분 지어진 전시물의 면면 앞에서 이내 겸손해져야 했다.
70년에 태어나 2010년대를 살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적어도 그 40년 조금 더 되는 시공은 온전히 그에게 점유된 것인지 질문해 본다. 사회인으로서 타인과 공유할 수 있는 세상, 그리하여 의미가 있는 세계는 생명체로서의 그에게 주어진 수명보다 훨씬 좁은 범위로 한정되어야 한다. 70년대 중반 이전의 만화영화들은 필자와 인연이 없으며, 80년대 중반 이후의 것들은 필자에게 의미가 없듯이, 작품의 소재와 배경, 주제와 주인공, 그 밖의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절대적인 기준은 그를, 그것을, 그곳을 만나는 시점이다. '언제'라는 우연이 '왜'라는 당위를 초월할 수 있는 것, 그것이 삶이다.
역사라는 큰 이름을 고사하고 추억이라 호명됨을 더 행복해할 소장품 가운데 '우주의 왕자 황금철인'과 '로보트 태권V 우주작전'의 백라이트 포스터 앞에서 걸음이 멈추었다. 태권V는 '강북의 어느 컴컴한'[각주:1] 극장 안에서 살아 있는 모습도 보았고, 근사하게 끼워 맞추기도 했으며, 임무를 망각했을 땐 조립을 해체하는 고뇌에 찬 결단을 내리기도 하였었다. 지금은 디지털 신호로 변신[각주:2]한 채 필자의 서재에 대기 중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주의 왕자'는 누구인가? 
어쨌거나 그는 떠났으며 우리도 그래야 한다는 사실은 모두가 나그네임을 일깨워 준다. 창백하고 푸른 이 종착지에 무엇을 남겨야 할까? 인생을 하루에 빗댄다면, 늦어도 점심 식사를 마치기 전까지는 답을 해야 한다.  



  1. 19대 총선에서 논란이 된 망언을 패러디하였다. [본문으로]
  2. Y2K 소란에서 벗어난 2001년, 딴지일보는 2매의 VCD로 태권V를 부활시켰다. 고우영 화백의 삼국지와 함께... [본문으로]

'별표 원고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RC-12N Guardrail  (0) 2012.06.17
Galaxify!  (0) 2012.05.31
한국의 별, 고창고인돌박물관  (0) 2012.04.09
작은 우주에 사는 아이가 별을 그리다  (0) 2012.04.01
작은 우주  (0) 2012.04.01
Posted by TOTM
,

 전라북도 고창군에는 익히 알려지지 않은 박물관이 하나 있다. 고창고인돌박물관이 그곳으로서 2011년 5월 17일, 프랑스의 미슐랭 그린 가이드[각주:1]에 별 3개로 표기되는 만점으로 등재되며 독보적인 가치를 인정받은 박물관이다.

 한반도 전역과 고조선의 세력권에는 지구상 고인돌의 반 이상이 밀집[각주:2]되어 있으며 2000년 11월, 전북 고창, 전남 화순, 인천 강화 지역 고인돌이 UNESCO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고인돌이 흔한 이 땅에서는 홀대되기도 했지만, 지리적으로는 상당히 편중된 분포를 보이는 유적이 고인돌이다.

 지난 식목일에 먼 길을 달려 고창고인돌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한국의 고인돌Ⅰ- 포항의 고인돌 展」을 관람하였다. 지금 우리가 바라보는 별들 중에는 지구로부터 3000광년쯤 떨어진 곳에 자리한 것들도 많을 것이다. 선조들이 고인돌을 세우던 청동기 시대에 우주 멀리서 출발한 별빛이 지금 우리 곁을 스치고 있다는 신비로움은 고인돌이 가진 문화사적 의미에 피사체로서의 매력을 더하여 준다.

 거석을 축으로 시간과 인간이 교차하는 고창. 여행자의 몸을 이리저리 떠밀던 봄바람과 함께 4월의 선연한 기억으로 남았다.

 

 

 

 

고창고인돌박물관

 

 

 

 

수도권의 전시 공간들과는 달리 넉넉한 품이 인상적이다.

 

 

 

 

「한국의 고인돌Ⅰ- 포항의 고인돌 展」은 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창작이자, 수양(修養)이다.

 

 

 

 

문명을 지휘하던 선조들의 자취가 말 없는 풍경으로 남았다.

 

 

 

 

  1. 방문 가치가 있는 문화유적과 관광지를 소개하는 세계적인 가이드북. 고창고인돌박물관 외에도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경주박물관이 만점으로 등재되었다. 미슐랭이라는 프랑스식 발음은 낯설겠지만, MICHELIN 타이어는 익숙할 것이다. 미슐랭 가이드북은 타이어 마케팅의 산물이다. [본문으로]
  2. 4만여 기의 고인돌이 산재한다. [본문으로]

'별표 원고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Galaxify!  (0) 2012.05.31
우주의 왕자는 누구인가?  (0) 2012.04.18
작은 우주에 사는 아이가 별을 그리다  (0) 2012.04.01
작은 우주  (0) 2012.04.01
Hera, Heracles, Milky Way  (0) 2012.02.14
Posted by TOTM
,

아로아가 슥슥 그려준 별과 바다. 작은 우주에 대한 감사의 표시.


 

                                                      밤의 주인이되 어둠을 이기려 하지 않고
                                                      멀리 있으되 잊혀지지 않으며
                                                      구름에 가리되 변치 않는
                                                      바람이 흔들 때면 반짝이는 여유를 나누며
                                                      태양보다 뒤에 서되 초라하지 않고
                                                      홀로 있으나 무리 지으나 빛을 발하며
                                                      누구나 선망하되 함부로 할 수 없는
                                                      더없이 뜨거우나 상처주지 않는
                                                      세월을 이기나 떠나는 모습조차 아름다운
                                                      별과 같은 사람으로 살아가기를

 


2012년 4월 1일, 시로 화답하다.

 

 

'별표 원고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주의 왕자는 누구인가?  (0) 2012.04.18
한국의 별, 고창고인돌박물관  (0) 2012.04.09
작은 우주  (0) 2012.04.01
Hera, Heracles, Milky Way  (0) 2012.02.14
www.spaceweather.com  (0) 2012.01.06
Posted by TOTM
,

작은 우주

별표 원고지 2012. 4. 1. 16:20

자라나며 겪게 되는 커다란 변화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취학이다. 천진난만한 어린이가 자아와 페르소나 사이를 오가며 갈등해야 하는 세상으로 나아간다. 더 큰 즐거움과 깨달음이 기다리겠지만, 때론 외롭기도 할 것이다. 
부모로서 줄 수 있는 좋은 선물을 떠올려 보았다. 앉아만 있어도 보듬어 주고, 치유가 되는 힐링의 공간을 만들어 주고 싶어, 손수 도배를 하기로 하였다. 
아로아[각주:1]가 마음에 그린 벽지를 찾아 대여섯 곳을 돌아다닌 끝에 색도, 무늬도 가장 근접한 도배지를 찾아내었다. 꽤 오랜만이지만 두 번째 해 보는 작업이라 긴장과 재미를 동시에 느끼며, 아이의 몫도 남겨 주는 여유까지 부릴 수 있었다.
파란 별, 하얀 별과 함께 하는 행복한 자리. 그 안에서 생각하고, 느끼고, 노래하는 우리 아이의 모습을 꿈꾼다.   

 

 

 

자신에게 주어진 공간에 풀칠하는 아로아. 저 부분을 끝으로 도배가 마무리되었다. 

 

 

 

풀이 완전히 마르기 전에는 벽지에 주름이 남아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팽팽해진다.
사람의 모습도, 삶도 그랬으면 좋겠다.

 

 

 

도배 다음 날, 초등학생이 되어 돌아온 아로아가 '학생용' 새 가구들을 맞이할 채비를 하였다.

 

 

 

남겨 둔 벽지

 

 

 

예쁜 이름의 업체가 예쁜 무늬의 벽지를 만들었다.

 

 

 

  1. 우리 아이의 태명이다. 플란다스의 개에 나오는 네로의 소중한 친구이자 마음 따뜻한 소녀인 아로아처럼 자라나라는 기원을 담았다. [본문으로]

'별표 원고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의 별, 고창고인돌박물관  (0) 2012.04.09
작은 우주에 사는 아이가 별을 그리다  (0) 2012.04.01
Hera, Heracles, Milky Way  (0) 2012.02.14
www.spaceweather.com  (0) 2012.01.06
Lights show growth in China  (2) 2011.12.17
Posted by TOT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