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은 고개를 들어야만 하는 시간이었다. 천문 현상에 관심 가진 사람치고 '우주쇼다, 다시 만나기 어렵다'와 같은 홈쇼핑식 표현을 동원하는 매체의 부추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이가 얼마나 될까?

하지만, 언제나, 어디에나 '다른' 사람이 있음을 깨닫게 하는 사진이 있다. 아래는 Flickr에 just sof님이 올린 bokeh로서, 부분일식이 일어날 때 이러한 형태의 bokeh가 생긴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하였다. 

볼수록 경이롭고 허를 찔린 느낌이다. 까마득한 하늘을 바라보느라 발 아래 일도 모르는 것이 사람이구나.

 

   

 

 

 

http://www.flickr.com/photos/jsoffer/sets/72157629823737190/with/7238664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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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5월 21일, 5D mark 3, EF 17-40mm F4L USM, B+W ND10000, 5분 간격 촬영

 

 

 

 

 

 

 

 

 

 

첫 번째 사진이 '디렉터스 컷'이라면, 위 사진은 '일반판'이다. 

 

 

 

 

 사전 답사를 하지 않았고, 너무 늦게 잠자리에 들었던 까닭에 계획한 시간에 촬영을 시작하지 못하였다. 결과는 일식 직전의 온전한 태양이 생략된 사진으로 남았다. Thorndike의 시행착오는 우연을 기반으로 하지만, 필자의 시행착오는 습관에 기인한다. 그래도, 시도와 반성은 다다익선이 아니겠는가?

 오래 전부터 북한산을 배경으로 하는 별 풍경 사진을 꼭 찍어보고 싶었다. 서울이라는 광해 공장이 마음에 걸리지만, 장엄함을 이야기하는 사진이 되기에 충분할 것이기에 먼발치의 인수봉과 백운대를 바라보는 두 눈은 늘 카메라와 렌즈가 되곤 했었다. 부분일식 사진이 그 시작이 되었으니 유시유종하여야겠다.

 상단 사진은 태양과 달의 거대한 조우를 소재로 민들레의 갓털을 표현하였다. 밤이 되면 오므라지는 민들레꽃은 천체의 운동에 반응하는 생명체를 그려 내기에 더없이 훌륭한 피사체이기도 하다. 별과 생명, 하늘과 땅, 아름다움과 쉼... 담고 싶고, 닮고 싶은 게 참 많은 이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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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7일, 춘천시 남산면 강촌리, OLYMPUS μ TOUGH-8010


지난 겨울, 절친한 선배와 검봉산에 올랐다. 기차가 들르던 강촌역과 전철이 오가는 강촌역 사이에 자리하며, 검봉이라고도 부른다. 수수한 산세에도 불구하고 북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조망 덕에 이름이 알려진 산이다. 
시간 맞출 일 없이 올라탄 하행 전철 안에서는 쉬이 달라지는 세상을 이야기했지만, 볼수록 낯설어지는 강촌을 떠나올 때는 오히려 할 말이 없었다. 강촌에 처음 가 본 건 고교 2학년 겨울방학 때의 일이다. 불현듯 기차가 타고 싶었고, 성북역과 경춘선이라는 이름에 이끌려 학교 체육복 바지에 이랜드 잠바 차림으로 홀로 다녀왔었다. 강촌이란 낯선 곳을 그저 한 바퀴 돌아보며 '시골이구나' 생각한 것이 전부였던 당일치기 여행이지만, 추억으로 남았다.
학부생에게는 통과 의례였던 강촌행 MT와 '람보 민박'[각주:1], 그리고 강촌역 아래 라이브 까페 '윌'을 떠올려 본다. 그곳들이야 태생이 외지인들을 위한 공간이었으니 화려함을 쫓는 시류를 거스르지 못하고 사라졌지만, 사진 속의 이발관처럼 강촌을 터전으로 삼아 온 이들의 자리조차 떠밀리는 모습은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무언가들도 다를 수 없음을 암시하는 듯하다. 
이발관도, 강가의 마을도 그 이름이 가엾다. 강촌, 자본의 입맛에 따라 이마저 RIVER TOWN류의 경박을 분칠하는 패착은 두고두고 없기를 바란다.   


  

  1. 온통 분홍색 페인트로 칠해 놓은 모르타르 외벽이 촌스럽기도 하고 도발적이기도 하였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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