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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12.02 사일리지와 팔등신 인공별
  2. 2011.06.27 구름을 피하는 법 2

 

 재미와 느낌, 필자가 좋아하는 낱말들이다. 무엇을 하건 이 두 가지가 따라 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는 경험을 하게 된다. 역설적으로 재미와 느낌은 고달픔의 대가이기도 하다. 땀과 극기가 Runner's high를 선사하듯, 산야에서 밤을 지새우며 담아낸 사진 한 장은 서리를 이고 피어난 한 송이 국화와도 같이 그윽한 기쁨을 준다.  

 취미로서는 안락하지 않은 부류에 속하는 별사진의 매력은 무엇일까? 사진기에 담을 수 있는 가장 웅대한 피사체로서의 천체와 그것들의 운동, 별과 시간이 만들어 내는 궤적은 인간의 유한함을 각성시키고 빠져들게 만든다. 이에 더하여 또 다른 거대 운동체 두 가지와 씨름하며 싹트는 미운 정, 고운 정은 중독 고착제로 작용하며 제2의 매력 요소가 된다. 그 두 번째 상대란 달과 구름이다. 자체로 훌륭한 피사체이기도 하지만, 별을 위해서라면 피할수록 이로운 존재들로서 이들과 숨바꼭질하는 과정이 곧 별사진 이력이라고 해도 될 만큼 질긴 인연을 이어 가게 된다.         

 11월 25일도 그런 날이었다. 천리안 위성 영상에 나타난 풍향이 불안하였고 03시에 달이 지므로 여유로운 촬영은 어려울 것 같았다. 하지만, 구름 없는 겨울 하늘에 이끌려 마음 속에 두었던 장소로 출발하였다.

 

 

 

 

 

 

 

 

구름 한 점 없는 한밤의 한반도 중서부를 필자의 차량이 이동중이다.

 

 

 

 

 

 

 

목적지가 머지 않았다.

 

 

 

 

 

 

 

도착했다. 구름도 도착했다.

 

 

 

 

 

 

 

 기다리면 잠시 하늘이 열릴 때가 있는데 끝내 안 그런 날도 있다. 구름떼가 중부지방을 지나는 내내 그 아래에 필자가 서 있었다. 논두렁 위에 덩그러니 있으니 영화 '살인의 추억'이 떠올랐다.

 

 

 

 

 

 

 

우주에서 관측된 위 구름을 같은 시각 지상에서 촬영한 것이 아래 사진이다.

 

 

 

 

 

 

 

5D mark Ⅲ, EF 24mm F1.4L Ⅱ

 

 

 

 삼각대를 접으려는 무렵, 서광이 차오르는 동녘 구름 사이로 금성이 눈에 띄였다. 때마침 아침거리를 찾는 기러기들도 여기저기서 날아올라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자연이라는 상대에게 필자의 구상이 전해질 리 만무하다. 새벽빛이 가시도록 다시 나오지 않는 금성과 24mm 화각 밖에서만 오가는 기러기들... 영하의 냉기 속에 찾아온 마지막 기회는 그렇게 사라졌다. 위 사진 제목이 '사일리지와 팔등신 인공별'에 머물게 된 까닭이다. 하지만, 만족한다. 거대 운동체들을 상대하는 재미와 느낌은 대체재를 찾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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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O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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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MTSAT-2 위성[각주:1]이 오늘 오전 11시에 촬영한 적외선 사진이다. 수도권 북서부를 덮고 있는 반달 구름이 인상적이며,[각주:2] 남해와 동해를 에워싼 장마전선에도 눈길이 간다.
DCM 2011년 6월호에 소개된 일본의 풍경사진가 요네 미치코는 기상 조건이 맞는 촬영지를 찾아 2,000km 넘게 이동할 때도 있다고 한다. 구름을 피해 또 다시 수백 km를 옮기기도 한다니, 열정에 대한 정의에 더하여 원치 않는 구름이 어떤 존재인지 말해 준다. 매일 맑으면 사막이 된다는 격언이 세상을 겸손하게 하지만, 먹다 남긴 국수처럼 불어 터진 밤하늘을 보노라면 장마철만큼은 무정차 통과하고 싶기도 하다.  

 

 

  1. 기상청은 2011년 4월 1일부터 정지궤도 위성인 COMS(통신해양기상위성, 천리안)가 보내오는 영상도 제공하고 있다. COMS를 띄움으로써 대한민국은 세계 7번째 국산 기상관측위성 보유국이 되었으며, 정지궤도 해양관측위성을 개발, 운용하는 최초의 국가로 자리하게 되었다. [본문으로]
  2. 기상청이 MTSAT-2로부터 수신하는 신호는 적외선을 촬영한 영상이지만, 예보용 자료는 기상 정보 이용의 편의를 위해 육지와 바다에 색상을 입혀 공개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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