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분월식, 2012년 6월 4일

 

5D mark 3, 펜탁스67 SMC 500mm f5.6, 67→EOS 컨버터

 

 

 

 

한 가지를 면밀하게 관찰하는 일은, 그것이 파스퇴르의 세균만큼 작든 아인슈타인의 우주만큼 거대하든 요즘 들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컴퓨터와 TV 앞에 달라붙은 우리는, 아주 작은 것들까지 호기심을 갖게 하는 원동력인 자연을 보는 방법은 정작 잃어버리고야 말았다.

                                                                                                                  

Jennifer New[각주:1]

 

 

 

 

 

  1. 미국의 작가이자 편집자. 소말리아 내전 취재 중 스물두 살의 젊은 나이에 사망한 로이터통신 기자 Dan Eldon의 전기 'Dan Eldon : The art of life'의 저자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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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D mark 3, nikkor MF 16mm f2.8, nikkor 렌즈→EF 마운트 컨버터

 

 

 

 금성의 태양면 통과라는 메인 이벤트가 끝나고 나니 해무리가 하늘을 가득 채우는 뒤풀이가 펼쳐졌다. 1000mm의 화각을 상대하며 7시간을 보내고, 연이어 어안렌즈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니 어딘가 낯설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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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6일 10시 14분 50초

 

5D mark 3, 펜탁스67 SMC 500mm f5.6, 2X 컨버터, 67→EOS 컨버터,

B+W ND10000 필터, 95-77mm 스텝다운링

 

 

 

 

 

 어제 있었던 금성 태양면 통과는 작년 말의 개기월식에 이어 다시 한번 고생길을 열어 주었다. 오전 7시부터 오후 2시까지 7시간 동안 물만 마시며 무릎을 꿇었다 일어서고 등산용 삼각 의자에 앉았다 서기를 수없이 반복하여 295장의 사진을 찍어 냈다. 아직도 사진을 찍고 있는 느낌이다.

 8시 무렵까지 구름이 많아 금성의 내접 진입 직후는 촬영하지 못하였으나 전체적인 모양새는 짜임새 있게 만들어졌다. 특히, 소망하던 장면을 담아내는 커다란 행운까지 찾아왔다. 비행기나 새가 해와 달을 가로지르는 모습은 바란다고 펼쳐지는 일이 아니기에 늘 마음에만 두어 왔는데, 다시 볼 수 없는[각주:1] 금성의 태양면 통과 장면과 함께 비행기[각주:2]를 담아내다니! 그 순간을 놓치는 악몽을 꾸게 될 것만 같다. 

 아파트 옥상에서 촬영한 삼백 장 가까운 사진 중 비행기, 금성, 흑점이 근경, 중경, 원경을 이루는 작은 태양계를 우선 올린다.  

 

 

 

 

 

 

       

  1. 금성 통과는 243년을 대주기로 반복되고, 대주기는 다시 8년, 121.5년, 8년, 105.5년으로 나누어진다. 최근에 관측된 금성 통과는 2004년 6월 8일이었다. 금성 통과가 일식처럼 잦지 않은 이유는 금성과 지구의 공전 주기가 8:13의 비율이고, 금성과 지구의 공전 궤도가 3.4도 기울어져 있기 때문이다. [본문으로]
  2. RC-12N Guardrail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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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5월 21일, 5D mark 3, EF 17-40mm F4L USM, B+W ND10000, 5분 간격 촬영

 

 

 

 

 

 

 

 

 

 

첫 번째 사진이 '디렉터스 컷'이라면, 위 사진은 '일반판'이다. 

 

 

 

 

 사전 답사를 하지 않았고, 너무 늦게 잠자리에 들었던 까닭에 계획한 시간에 촬영을 시작하지 못하였다. 결과는 일식 직전의 온전한 태양이 생략된 사진으로 남았다. Thorndike의 시행착오는 우연을 기반으로 하지만, 필자의 시행착오는 습관에 기인한다. 그래도, 시도와 반성은 다다익선이 아니겠는가?

 오래 전부터 북한산을 배경으로 하는 별 풍경 사진을 꼭 찍어보고 싶었다. 서울이라는 광해 공장이 마음에 걸리지만, 장엄함을 이야기하는 사진이 되기에 충분할 것이기에 먼발치의 인수봉과 백운대를 바라보는 두 눈은 늘 카메라와 렌즈가 되곤 했었다. 부분일식 사진이 그 시작이 되었으니 유시유종하여야겠다.

 상단 사진은 태양과 달의 거대한 조우를 소재로 민들레의 갓털을 표현하였다. 밤이 되면 오므라지는 민들레꽃은 천체의 운동에 반응하는 생명체를 그려 내기에 더없이 훌륭한 피사체이기도 하다. 별과 생명, 하늘과 땅, 아름다움과 쉼... 담고 싶고, 닮고 싶은 게 참 많은 이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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