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 관객이 들었다는 '7번방의 선물'을 보고 왔다. 이름난 설렁탕 집 깍두기 같은 오달수의 연기를 기대하고 갔다가 아역 배우 갈소원을 알게 되었다. 개성 강한 배우들의 그늘에 묻히지 않고 부녀간의 사랑을 더할 수 없이 순수하게 그려 내며 영화를 이끌어 간다. SBS의 '부탁해요 캡틴'이란 드라마에도 출연했다는데, 솜사탕 말고 소금으로 자라나는 모습이 보고 싶다.
위 갈무리 화면은 인상 깊었던 장면 중 하나이다. 7번방 형광등 덮개에서 투영된 별빛과 달빛이 용구와 예승이의 짧은 행복을 비추고 있다. 햇빛은 생명을 유지시키고, 달빛은 생명 현상에 리듬을 부여하며, 별빛은 생명 의지를 북돋운다. 어둠을 비추는 빛은 위안이며 치유이다. 영화와 연극은 물론이고 방송, 인쇄 등 대다수 매체에서 별빛 형형한 밤하늘과 달빛 은은한 들녘이 평온과 행복의 상징으로 사용되는 이유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릴없는 아픔을 가슴 한 켠에 품은 채 살아가게 된다. 이 영화는 본능적으로 빛을 갈구하는 7번방 사람들과 그들을 보듬어 주는 별빛과 달빛을 매개로 사람과 사랑, 그 둘이 얽혀야 건강할 수 있는 사회에 대해 스치듯 이야기한다. 1
영화를 보며 오늘처럼 많은 눈물을 흘려 보긴 처음이다. 거의 처음부터 끝까지 울었다. 어쩌면, 필자와 딸의 이름이 영화 속 부녀의 그것과 한 자씩 같다는 우연으로 인해 남달리 깊은 이입이 일어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연신 눈가에 손을 올리던 많은 이들을 볼 때 '7번방의 선물'은 '공감'으로 흥행에 성공한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 사족이지만, 자세히 보면 서로 다른 조명이다. 이불 위에 비친 모습처럼 좁게 투영되려면 형광등을 상당히 낮춰 달아야 한다. 소품은 소품 역할을 할 뿐이다. [본문으로]
'별표 원고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환불의 추억 (0) | 2013.03.14 |
---|---|
i-parcel과 이등병의 편지 (0) | 2013.03.13 |
Be gentle with the young (0) | 2013.02.26 |
정월대보름, 인류를 위한 달 (0) | 2013.02.24 |
MONOPOLY NIGHT SKY EDITION (0) | 2013.02.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