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사진관을 향해 돌을 던지는 다림




사진관을 축으로 두 남녀의 인연이 전개되는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는 잔잔하면서도 깊이 있게 사랑의 정의에 대해 묻는다. 서울 변두리의 오래된 사진관에서 시작된 만남이 이별에 다다르는 동안, 말할 수 없는 남자와 듣고 싶은 여자의 마음이 영화 속에 차오른다. '사자자리죠?'라고 묻는 다림과 그녀를 사진에 담는 정원의 모습은 심은하의 미소처럼 환한 결말을 기대하게 한다. 그러나 영화는, 계절을 보내며 인연의 매듭을 풀어야 하는 정원과 다가서고만 싶은 다림의 애틋함을 찬찬히 펼쳐 간다. 함께 놀이공원에 다녀온 후 까닭도 모른 채 만날 수 없는 정원에 대한 원망으로 사진관을 향해 돌을 던지지는 다림, 자신의 영정을 촬영하며 작아져 가는 정원, 두 사람의 사랑에는 쉬운 유희가 넘치는 세상을 씻기는 순수가 담겨 있다. 여러 날 지나 하얀 눈 소복히 쌓인 사진관 앞에 선 다림은 자신의 사진이 걸린 진열대를 보며 미소 짓는다. 홀로 서성일 뿐 둘이 될 수 없는 그녀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정원의 고백이 나지막이 들려온다. 


내 기억 속이 무수한 사진들처럼 사랑도 언젠가 추억으로 그친다는 것을 난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당신만은 추억이 되질 않았습니다.
사랑을 간직한 채 떠날 수 있게 해준 당신께 고맙단 말을 남깁니다.



사람과 사람이 소통한다는 것은 입이 할 수 없고, 귀가 들을 수 없는 그 무엇을 필요로 하는 대화이다. 크리스마스 선물과 같았던 다림, 그녀를 소망했던 정원의 마음을 헤아리는 8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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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삼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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