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는 외로운 땅이다.

세상 저만큼 떨어져

홀로 우뚝 서 있는 섬.

혼자 있기에,

조금은 외로워

둘로 나눠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누가 뭐라 해도,

누가 자기네 섬이라 해도

그저 묵묵히 그저 말없이

우리를 지켜 주고 있다.

거친 바다와 파도와 세월과 풍파 속을 견뎌 내며

우리들에게,

말로, 몇 개의 단어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그 무엇인가를 전해 준다.

우리들이 아닌

우리들의 심장으로 전해 주는 그 무엇,

그렇게 독도는 살아 있다.

그 모진 외로움 마다하지 않고

그렇게 독도는 우리의 심장 같은 곳에

생명과 절망과

생명의 이름으로

우리의 후손에게 전해 줄 것이다.

영원의 상징으로,

그것이 사랑의 이름이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독도를

말하지 말자.

이제 우리는 더 이상 독도를

내버려 두지 말자.

이제 우리는 더 이상 독도에

대한민국의 태극기를 꽂지 말자.

이제 우리는, 우리는

그냥 독도가 되자.

 

 

 

김중만

 

 

 

 

 

 

 

 

 

Eclipse on a cold winter night

 

 

 

 

 

독도는 한국인에게 영토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 곳이다. 이 작은 섬을 향한 뜨거운 관심은 대중들의 이목을 끌어 입신하고자 하는 사진가나 예술가들에게 탐나는 도구가 아닐 수 없다. 몇 년 전, 제패니메이션 표절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로보트 태권 V를 굳이 독도에 세우겠다고 고집 피우던 어떤 미술가가 있었다. 화제가 되기 위한 무리수로 인해 말밥에 오르게 된 딱한 경우이자 애국심으로 포장된 사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김중만은 입신한 작가이다. 대중적으로도 익히 알려진 예술가, 적어도 인기에 대한 강박으로부터는 자유로울 사진가가 보고 느끼고 사진으로 남긴 독도의 모습이 궁금하였다. 궂은 날씨[각주:1]에 세종문화회관을 찾아 사진전 '대한민국 경상북도 울릉군 울릉읍 독도리 1-96'을 관람한 까닭이다.

2년간 독도를 오가며 촬영한 2만여 장의 사진 가운데 55점이 전시되었다. 항공 촬영한 작품들이 인상 깊었고, 독도 상공을 날아다니며 사진 찍을 수 있었던 그가 부러웠다.[각주:2] 하나하나의 작품들은 프롤로그를 통해 이야기한 주제 '이제 우리는, 우리는 그냥 독도가 되자.'를 향해 차분히 엮여 있었다. 

사진전을 알렸던 많은 매체에서 너나없이 소개한 'Eclipse on a cold winter night'은 대부분의 관람객들이 배경 삼아 기념 찰영을 하는 인기작이었다. 필자도 거실에 걸어 두는 상상을 하며 한참을 바라보았다. 구름의 양과 달의 밝기 등을 볼 때 한 컷에 담은 것이 아니며, 달 암부의 호를 통해 월식 과정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분석은 과학적으로나 의미 있을 뿐 사진이 가진 힘이나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다. '사실'만을 기록해야 한다면 사진은 예술일 수가 없다.

누군가는 긴장을 유도하는 공간에 거장은 여유를 펼쳐 내었다. 경지에 오른다는 것은 자연스럽다는 말과도 통함을 김중만님의 사진에서 보았다.

        

 

 

 

 

 

  1. 짓궂은 비바람에 함께 간 친구의 우산이 뒤집어졌다. [본문으로]
  2. 일제 카메라를 의도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장하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하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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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삼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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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영국

 

 

 

위 사진은 지난해 10월 11일,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를 기리는 오마주 사진전 '이지적 우아함'의 개막 기자 간담회에서 촬영된 김중만님이다. '캐논인가, 캐논이 아닌가'라는 전설적 카피의 주역이자 다작 작가다운 외양의 1Ds mark Ⅲ가 인상 깊다. 거인이 될 수 있었던 이유 하나를 낡은 카메라가 대변해 주고 있다.

필자는 얼마 전 늘 지니고 다니던 똑딱이 디카를 처분하였다. 보다 밝은 렌즈와 더 높은 감도를 가진 제품으로 교체할 생각이었다. 물망에 오른 기종은 삼성의 EX2F와 소니의 RX100 등이었으나, 줌백을 다시 구입하는 것으로 마음을 바꿨다. '서브 바디'는 보도, 행사, 천체 사진과 같이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오히려 독이 되곤 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가진 최고의 장비는 가방 속이나 집에 둔 채 '결정적 순간'을 마주하는 안타까운 경험을 다들 해 보았을 것이다. 

탑로더 줌 55 AW는 세로그립이 장착되지 않은 오두막삼을 넣을 수 있는 크기이며, 17-40처럼 후드가 넓은 렌즈도 불편 없이 수납이 된다. 휴대성이 좋아 기동성을 높여 주는 줌백과 함께 하며 최고는 최선의 결과임을 확인하는 계사년, 보다 다작하는 한 해로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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